계절 산문
박준 지음 / 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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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이 쓴 산문은 높은 확률로 마음에 든다. 소설가가 쓴 산문이나 심지어 산문만 전문으로 쓰는 작가들의 산문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시인이 쓴 산문은 대체로 좋다. 일단 어휘가 좋고(유행어와 비속어 사용을 자제하고 생경한 우리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문장이 좋고(장황하지 않고 간결하고 담백하다) 소재가 좋고(기발하고 파격적인 것보다는 소소하고 일상적인 것들에 관심을 둔다) 태도가 좋다(들뜨지 않고 차분하다). 이 책도 그렇다. 


박준 시인의 산문집 <계절 산문>은 저자가 일 년 열두 달, 네 개의 계절을 통과하며 쓴 글들로 이루어져 있다. 글마다 각 계절의 날씨와 풍물, 사건과 정서가 녹아 있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 추억들이 호출되는 경우도 많다. 오로지 산문만 있는 것이 아니고 시도 함께 실려 있어서, 시를 낭독하는 기분으로 산문을 읽게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눈으로만 읽지 않고 입으로 읽고 마음으로도 읽어서, 훨씬 더 오래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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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이야기.낯선 여인의 편지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1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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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최민석 님이 진행하신 EBS 오디오천국 <양심의 가책>을 통해 알게 된 책이다. 책 소개가 워낙 흥미진진해서 사서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었다(나도 그런 리뷰를 쓰고 싶다...). 그러나 내가 늘 그렇듯 사놓고 1년이 지나도록 읽지 않았는데(왜 그런지 나도 몰라...), 열대야 때문에 잠이 오지 않았던 며칠 전 밤에 운명처럼 이 책이 눈에 띄어 그 자리에서 읽기 시작했다. 와 근데 너무 재밌네... 재밌는 줄 알고 샀지만 역시 재밌네... 


이야기는 관찰자인 '나'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체스 챔피언 첸토비치에게 관심이 많은 '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로 가는 배 안에서 첸토비치를 발견하고 그와 가까워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웬만한 미끼로는 그의 관심을 끌 수 없었고, 고민 끝에 '나'는 배 안에서 체스 시합을 벌인다. '나'의 생각대로 첸토비치는 체스 시합에 흥미를 보였고, 우여곡절 끝에 '나'는 첸토비치를 아마추어 6인과의 시합에 끌고 오는 데 성공한다. 


여기까지도 <퀸스 갬빗>이 떠오를 만큼 충분히 재미있지만, 소설의 백미는 이 다음부터다. 체스 챔피언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아마추어 6인. 보다 못한 관중 한 명이 6인에게 훈수를 두는데, 이 자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다. 알고 보니 그는 오스트리아 유력 집안의 자제인 B박사로, 과거의 '어떤 일'로 인해 체스를 익히게 되었고 그 결과 B박사의 성격은 물론 인생까지 크게 바뀌었다고 한다. 대체 어떤 일이 있었던 걸까. 


체스라는 소재를 통해 서로 상반된 삶을 살아온 두 남자의 이야기와, 각각이 대표하는 국가, 민족의 이야기를 엮어서 풀어낸 솜씨가 탁월하다. 군더더기 없는 건조한 문장도 몰입을 돕는다. 함께 실린 <낯선 여인의 편지>는 열세 살 때부터 평생 한 남자만을 사랑해온 여자가 돌연 그 남자에게 편지를 보내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이 소설도 길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당대의 정치 사회 문화와 당시 사람들의 정서를 잘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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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 9
조지 아사쿠라 지음, 나민형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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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학금을 걸고 오이카와 어린이 발레 지방 순회공연에 참가한 준페이. 공연 마지막 날 기적적으로 미션에 성공하고, 오이카와 발레단 장학생 자격을 유지하게 된다. 도쿄로 돌아가게 된 준페이의 다음 목표는 젊은 발레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은 나가고 싶어 한다는 YAGP(Youth America Grand Prix). 예선 참가에만 40만 엔 이상이 든다는 말에 경악했지만, 오이카와 교장이 준페이의 참가비를 내주겠다고 해서(좋겠다...) 순조롭게 참가를 결심하게 된다. 


문제는 일본 예선 및 결선 통과. 중학생이 되어서야 발레를 시작한 준페이가 자신보다 훨씬 오래 발레를 배운 경쟁자들을 이길 수 있을까. 자신 없어 하는 준페이에게 나카무라 선생이 좋은 말을 한다. "어릴 때부터 했다면 뭐든 못 할 게 없을 것 같아서 일찌감치 질려 관뒀을지도. 질리지 않고 계속했다고 해도, 그 평범한 생활이나 절권도, 영화에 시간을 할애해 온 지금 여기에 있는 네가 더 재미있지 않겠냐." 나에게도 필요했던 조언이라 감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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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 3 - 오가사와라 1334
마츠이 유세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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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마쿠라 막부의 후계자였던 호조 토키유키가 아시카가 타카우지의 반역으로 가족과 고향을 잃고 도망자 신세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다. 토키유키는 시나노 스와 대사의 당주인 스와 요리시게의 보호를 받게 되는데, 점점 스와가 토키유키를 숨기고 있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토키유키의 안전이 위험한 상태다. 토키유키는 이런 때일수록 적의 허를 찔러야 한다며 도약당을 결성해 스와 북쪽 국경으로 가는데... 


3권에서 토키유키와 도약당은 이도류를 쓰는 청년 검사의 공격을 받는다. 알고 보니 그는 여러 지역을 떠돌며 주군을 찾고 있는 검사로, 얼마 전 우연히 스와 북쪽 국경에 왔다가 어른들이 적에게 몰살당한 마을에 남아있는 아이들을 보살피며 지내고 있는 중이었다. 후부키는 아이들도 잘만 가르치면 훌륭한 전력이 될 수 있다며, 도약당을 도와 적의 공격에 맞서겠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토키유키에게도 검술을 가르쳐주는데, 똑똑한 머리와 뛰어난 기술로 심성은 고우나 힘과 기술은 부족한 미래의 주군을 돕는 모습이 마치 <삼국지>의 제갈공명 같았다 ㅎㅎㅎ 


덕분에 토키유키의 검술 실력이 한 단계 성장하지만, 그래도 토키유키의 매력은 부처님 저리 가라 할 정도로(내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만화에 그렇게 나온다) 빼어난 미모와 후덕한 인품 아닐지.  만화 내용도 그렇고 작화도 그렇고 마음 놓고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은 아닌데, 가끔씩 토키유키의 꽃미모가 드러나는 장면이 나오면 그렇게 개안일 수가 없다 ㅎㅎㅎ 어서 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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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괴전장 5
유미사키 미사킥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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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갑자기 요괴의 세계로 끌려가 목숨을 건 대결을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만화. 각각의 대결에서 승리한 마소라, 코우토, 유즈키, 호시후미, 코우코 이렇게 5명은 모든 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요괴 마을'로 향한다. 그곳에는 야타카미 시즈루라는 인물이 있었고, 요괴 마을의 주인이라고 밝힌 그는 노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엄청난 힘과 기술로 5인을 공격한다. 


코우토가 사망하고 위기에 빠진 4인은 일본 가옥에 피신하며 머리를 맞대고 야타카미 시즈루를 쓰러트릴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 4인이 있는 곳을 알아낸 야타카미 시즈루는, 그동안 요괴 마을에 불려온 사람들이 오래 전 요괴 마을에서 도망친 사람들의 후손이라고 말한다. 언제부터인가 일본 사람들이 요괴와 더불어 살았던 과거를 잊고, 요괴와 동떨어진 삶을 사는 것이 문제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강력한 종교 국가를 만들겠다고 하는데... 


서로 죽고 죽이는 배틀물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의외로 깊고 진지한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계속 읽게 된다. 잔인한 장면들이 많아서 호러 느낌도 있다. 여름 밤에 보면 서늘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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