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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해리 S. 덴트 & 로드니 존슨 지음, 권성희 옮김 / 청림출판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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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12월부터 올 1월 들어서까지 2013년 새해의 경제와 사회상을 예측하는 책을 여러권 읽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책들을 보면 부정적인 말보다 - 새해에 대한 기대를 담아 약간은 부풀린 감이 없지 않은 - 긍정적인 내용들이 많았는데, 올해에 대한 책들은 하나같이 부정적인 예측이 압도적으로 많다. 경기가 안 좋다는 것은 피부로 느끼고 있는 사실이라서 크게 아쉽지는 않지만, 내 느낌보다도 더욱 부정적인 글들을 보다보면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정신이 번쩍 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제예측 연구소 HS덴트의 해리 덴트와 로드니 존스가 함께 쓴 <2013-2014 세계경제의 미래> 역시 새해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 위주다. 이 책은 인구학적 통계에 근거하여 경제 예측을 하는 점이 특징이다. 저자에 따르면, 각 나라의 인구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녀들을 졸업 또는 취업시키고, 본인들은 퇴직을 하는 연령이 되고 있는 점이 앞으로의 세계 경제의 가장 큰 변수라고 한다. 인간은 가격이나 금리가 아닌 생애주기에 따라 소비를 결정하는 존재인데, 현재 베이비부머 세대는 가족수가 줄면서 소비 요인은 적어진 반면 은퇴로 인해 저축 동기는 강해지고 있다. 그 결과 소비의 감소로 인해 디플레이션 시대가 오고, 기업과 정부는 호황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에게는 어떤 느낌이 들지 모르지만, 그들의 자식 세대인 사람으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참 마음이 아팠다. 일단 비중이 가장 큰 인구 집단을 표적 집단으로 삼는 마케팅의 특성상 기업들의 주 타겟은 앞으로도 베이비부머 세대일 것이라고 한다.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널드에 어른들 몸에 좋은 샐러드 메뉴가 추가된다든가, 프라임타임의 TV 프로그램이 전처럼 2,30대 아닌 4,50대 위주로 편성되는 것도 그런 의미로 분석할 수 있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욕심으로 가열된 대학 입시 열풍이 비용만큼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며 앞으로 명문대의 '간판값'은 예전만큼 높게 쳐주지 않을 예측도 씁쓸했다. 과연 그들의 자식 세대들은 무엇을 위해 살아온 것일까?

 

그 결과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자식 세대들은 소비를 혐오하고, 환경이나 인권 같은 무형의 가치를 선호하는 세대가 되었다고 하니 그것은 좋은 일인지도 모르겠다. 또한 기업의 힘이 커지면 고용자가 설 곳은 줄어들 것이니 스스로 기업이 되는 것도 괜찮은 선택이라는 문장도 마음에 와닿는다. ('누구든 사업가가 되어야 한다' p.345) 쓴 약이 몸에 좋다는 말도 있듯이, 씁쓸한 현실이 도리어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저자는 미래 세대에게 이런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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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 고민하는 어른을 위한 한밤의 인생론
오가와 히토시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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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학문은 저마다 다른 연구 대상을 가진다. 생물학이 생물을 연구하고, 국문학이 한국문학을 연구하는 학문이듯이. 그렇다면 철학은 어떤가? 철학은 무엇을 연구하는 학문인가? 쉽게 대답하기 어렵다. 인간을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하자니, 인간 외에도 세계의 원리, 신의 존재 같은 인간보다 더 고차원의 것을 연구하는 것이 생각나고, 도덕이나 정의, 질서, 사랑, 쾌락 같은 인간 내부의 감정이나 인간 사이의 약속 같은 것을 연구한다는 것도 생각이 난다. 그렇다면 '철학은 인생을 연구하는 학문이다'라고 정의하면 어떨까? 인간과, 인간이 살면서 부딪치는 문제들을 연구하는 학문, 그것이 바로 철학이 아닐까?


오가와 히토시의 <인생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를 읽으면서 철학의 정의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책의 저자 오가와 히토시는 교토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엘리트이면서 상사 직원, 아르바이트, 시청 직원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철학자가 된 보기 드문 이력의 소유자다. 교토대면 도쿄대에 버금가는 명문대로, 그 중에서도 법학과 출신이면 일본에서 알아주는 수재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가 여러 직업을 경험한 끝에 철학자의 삶을 택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순탄치 않은 삶을 산 저자가 인생이란 무엇일까, 인간관계란 무엇일까, 직업이란 무엇일까 등등의 답을 구하다가 마침내 철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해답을 얻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 책 역시 직업, 결혼생활, 인간관계 등 살면서 누구나 부딪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저자가 소크라테스, 아리스토텔레스, 칸트, 데카르트 등 철학자의 이론을 활용하여 답을 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담이 '인생'에 대한 부분이고, 철학이' 답'에 해당하는 셈이다. 직장생활이 힘들어요, 부부생활이 원만치 않아요, 뭘 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등등 하루에도 몇번씩, 주변에서든 인터넷에서든 자주 듣는 고민과 한탄들에 대해 철학 이론들이 척척 답을 하는 것이 신선하고 신기했다. 사실 신선하고 신기한 일은 아니다. 철학은 원래부터 이런 인생의 문제들에 답을 내리기 위해 존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철학을 비롯한 인문학에 대해 '실용성이 없다', '쓸모가 없다', '돈이 안 된다' 등등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면 그런 시선을 거둘 것 같다. 실용성이란 무엇인가? 쓸모란 무엇인가? 돈이란 무엇인가? 사실 이런 개념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학문이 실용성이라는 잣대로 평가되어야 하는지, 돈이 되지 않으면 전부 쓸모가 없는 것인지, 과연 그 쓰임새라는 건 무엇인지... 개념을 따지고 원인을 분석하자면 이상하고 잘못된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또한 우리가 실용성이 있다, 돈이 된다고 여기는 것들 중에는 철학에 빚을 지는 것들이 참으로 많다. 가령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된 니체의 '운명애' 개념을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에 나오는 '아모르 파티(Amor Fati)'라는 말과 통한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하지만,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그러고보니 언젠가 자기계발서는 모두 칸트의 책에 빚을 지고 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모두 칸트의 책에 빚을 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지 몰라도, 적어도 철학에 빚을 지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인생이 묻는 질문에 답을 주는 건, 자기계발서가 아니라, 몇 천 년전부터 철학이 해온 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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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5분, 기적의 영어습관 - 출근길 10분 강의 듣고, 퇴근길 5분 복습만 해라! 하루 15분, 기적! 시리즈 1
전대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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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면 누구나 하나씩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계획들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취업하기, 학점 올리기, 대학 가기, 집 사기, 결혼 하기 등등... 성별과 세대를 불문하고 사람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계획은 무엇일까? 건강해지기? 근육 키우기? 다이어트 성공하기? 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는 외국어 공부하기, 그 중에서도 영어 공부하기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라는 말도 있듯이 계획한 것을 실천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새해 첫 날 '올해에는 기필코 영어를 정복해야지!'라고 다짐해도 하루이틀사흘...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첫 마음 첫 계획은 눈녹듯이 사라지고, 큰맘 먹고 산 영어책, 영어교재 위에는 먼지가 쌓이기 일쑤다.

 

그래서 영어는 '공부'하지 말고 '습관'으로 만들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한 번, 이런 식으로 몰아서 공부를 하는 것보다는 단 몇 분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영어 실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현명한 학습자들은 요즘 컴퓨터나 휴대폰, 스마트 기기 등을 활용하여 꾸준히 영어를 연습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받고 있는 매체가 바로 팟캐스트. 아이팟, 아이폰 같은 기기만 있으면 어디서든 다운로드하여 들을 수 있고, 콘텐츠가 업데이트 되는 대로 기기에도 바로 다운로드되기 때문에 매우 편리하고 실용적이라고 한다.

 

 

 

<하루 15분, 기적의 영어 습관>의 저자 전대건은 누적 다운로드수 100만을 돌파한 영어분야의 인기 팟캐스터라고 한다. 아이팟과 아이폰이 없어서 팟캐스트를 안 듣는 관계로 (빨간책방은 인터넷으로 듣습니다만...) 사실 이 분이 그렇게 유명한 분인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저자 소개글을 보니 제대 후 우연히 영어공부를 시작했다가 영어의 매력에 푹 빠져 언제부터인가 영어 강의를 직접 촬영하여 매일 포스팅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제대 후면 빨라도 20대 중반이었을텐데, 영어 유치원에, 조기교육이 보편화되는 요즘 기준으로 보면 '늦어도 너~~무 늦게' 시작하신 것 같다. 그런데도 해외 연수 한 번 다녀오지 않고, 거기에 경상도 토박이라는 발음상의 핸디캡을 가지고도 스스로 영어를 터득해서 이렇게 다른 이들에게 영어 공부 비법을 전파하는 일을 하신다니, 대단할 따름이다.

 

게다가 그 비법을 혼자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네티즌들과 공유한다는 발상을 한 것이 더욱 굉장하다. 뭔가를 잘하게 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잘하게 된 비법을 남과 공유한다는 건 더 어려운 일이 아니던가. 그러니 이 사람 대인배다, 뭔가 대단한 게 있는 사람이다,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대건의 영어 한문장 블로그 http://daegoni86.blog.me

 

팟캐스트 말고도 네이버 블로그에도 그의 강의가 올라온다길래 서둘러 방문해보았다. 블로그에는 <하루 15분, 기적의 영어습관> 책에 대한 소개 외에도 하루에 영어 한 문장, 영문법 강의, 인기글 등 다양한 메뉴가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하루에 영어 한 문장 코너는 제목 그대로 영어 문장이 매일 하나씩 업데이트 되는데, 문장들이 '저는 입술이 잘 터요', '종이에 손 베였어요', '휴대폰 찾고 있어요' 등 하루에 한 번은 꼭 쓸 법한 문장, 쉬워보이는데 막상 말하려면 생각이 잘 안 나는 표현 위주라서 배워두면 요긴하게 쓰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전대건의 첫 저서 <하루 15분, 기적의 영어습관>은 이제까지 그가 블로그에 포스팅한 문장 중에서도 가장 실용적이고 활용도만 높은 문장들만 고르고 또 골라서 100개로 간추린, 매우 현실적인 내용으로 구성된 영어교재다.

 

하루치 분량이 겨우 종이 한 장. 그것도 한 면에는 핵심 문장과 에피소드가 소개되어 있고, 뒷면에는 대화문과 TIP이 나와 있는 정도라서 하루 15분이면 충분히 공부하고도 남을 분량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일단 에피소드를 읽은 다음 10분짜리 동영상 강의를 듣고, 남은 시간 동안 영어표현을 복습하고 정리하는 식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추천해주었다. 동영상 강의는 매 챕터마다 삽입되어 있는 QR코드를 찍어서도 볼 수 있고, 저자의 블로그에서도 볼 수 있다. 매일 간편하게, 어디서나 쉽게 공부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책에 나온 문장들이 매우 쉽고 재미있어서 계속 계속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점도 좋다.

 

간단히 요기하고 싶네요 - I want to go grab a quick bite.

나가서 커피 한 잔 할래요? - Do you want to go out for some coffee?

신용카드로 결제할게요 - I'll pay with my credit card.

무한도전 오늘 방송되지 않을 거에요 - Moohandojeon won't air today.

 

이런 평소에도 쓸 법한 실용적인 문장들이 있는가 하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 I'll eat my hat if that happens.

너 입 냄새 쩐다. 아주 죽겠네 - You have bad breath. It's killing me.

 

등등 친구 사이처럼 격의 없이 지내는 사람들끼리 쉽게 말할 법한 문장들도 소개되어 있다.

 

이런 문장을 잘 익혀 두었다가 영어를 쓸 일이 있을 때 자연스럽게 말을 한다거나, 외국 영화나 미드를 볼 때 배우들이 빠르게 내뱉는 대화들을 알아듣는다면 정말 보람 있고 기분 좋을 것 같다. 길고 복잡한 문장을 구사하는 것도 대단하지만, 이렇게 생활에 꼭 필요하고 핵심적인 문장을 잘 말하는 것이 진짜 영어 달인의 비결이 아닐까?

 

매일 한문장만 익혀도 한 달이면 30문장, 1년이면 365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셈.

하루 한 문장씩 강의를 업데이트 하다가 영어 도사가 되었다는 그의 말을 믿고 공부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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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 - 하버드대 종신교수 석지영의 예술.인생.법
석지영 지음, 송연수 옮김 / 북하우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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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여성 최초 하버드법대 종신교수, 미국 40세 미만 최고의 변호사 선정,

2011년 자랑스러운 한국인 수상, 매사추세츠 로이어스 위클리 선정 최고의 여성법학자...

석지영을 수식하는 용어들은 하나같이 화려하다.

 

수식어만 화려한 것이 아니다. 영재학교 헌터스쿨을 졸업하고 예일대에 입학,

마셜 장학금의 지원을 받아 옥스퍼드대 대학원에서 스물여섯살의 나이에 문학박사를 받았고,

하버드 법대에 진학한 후로 미국 대법원 법률서기, 뉴욕 맨해튼검찰청 검사로 재직, 하버드대 교수로 임용되는 등

학문이면 학문, 명예면 명예. 살면서 오직 한 길만 걸어도 얻을 수 있을까 말까한 이력들을

그녀는 마흔이라는 젊은 나이에 모두 이뤘다.


그녀의 이력을 보면 한 단어가 떠오른다. 엄.친.딸.

공부도 잘 하고, 일도 잘 하고, 좋은 가정환경에, 외모도 근사하고,

학창시절에 발레와 피아노를 전공해서 예술적인 소양도 상당하다.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을까? 같은 여자고, 같은 한국인인데. 나와 비교하면 천지차이다.

만약 학창시절에 같은 반에 이런 친구가 있었다면, 게다가 그 아이의 어머니와 우리 어머니가 아는 사이였다면

'엄마 친구 딸 누구는'으로 시작되는 잔소리 꽤나 들었을 것이다.

 

석지영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작년 이맘 때쯤. <법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법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그녀의 하버드 법대 종신교수 임용 소식이 전해진 후

국내에 처음 소개된 책이라 관심이 가서 읽어보았다.

이런 책을 쓰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마음에

국내에 방영된 그녀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도 찾아서 보았다.

역시나 그녀는 엄친딸다운 인생을 살아온 사람이었다.

좋은 집에 태어나 좋은 학교를 거쳐 좋은 직장에 다니고 있는.

 

그런데 뭔가 걸리는 것이 있었다.

학창시절 그녀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진학한 아메리카발레학교에서도 두각을 나타냈을만큼 발레를 잘했고 사랑했다.

그러나 학업을 중시하는 부모님의 반대로 그 꿈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말을 할 때 그녀의 표정은 결코 내가 상상했던 엄친딸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 후로 오랫동안 그녀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았는데,

이번에 출간된 그녀의 자서전 <내가 보고 싶었던 세계>를 읽고 그 표정의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이북 출신인 부모님의 성장 배경과 만남, 결혼부터

그녀의 출생, 이민, 학창생활, 하버드 법대 교수가 되기까지의 일들이 자세히 나와 있다.

그녀는 서문에 어린 시절의 기억이기 때문에 부족하고 왜곡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썼지만,

꼼꼼하고 담담한 문장들은 그녀의 경험과 생각을 전하기에 충분했다. 

 

그녀의 삶은 결코 엄친딸 같지 않았다.

물론 주어진 조건과 결과는 그렇게 보일지 몰라도, 적어도 어린 시절 그녀의 내면은 혼란과 고통으로 얼룩져있었다.

한국 가정에서 딸만 셋 있는 가정의 맏딸로 태어났다는 부담감, 서울대 의대와 이대 약대 출신인 부모의 높은 교육열,

이민이 주는 스트레스, 언어장벽, 학교에서의 부적응 등

고통을 주는 요소가 너무 많아서 오히려 가진 것을 누릴 여유도 없었다.

거기에, 발레리나가 되고 싶다는 - 겨우 찾아낸 꿈, 삶의 희망조차도

대입을 우선시하는 부모의 욕망으로 인해 포기해야 했다.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었다는 그녀의 고백에 독자인 나까지도 마음이 조이는듯 했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그녀는 또다른 삶의 희망을 찾아갈 용기를 낼 수 있었다.

그 새로운 희망은 문학이었고, 그 후에는 법이었다.

 

매일아침 눈뜨는 것이 행복하고, 이제는 자신의 삶에 만족한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어쩌면 먼 길을 돌고 돌아야했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의미가 있고, 하나의 운명으로 연결된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한때는 꿈을 꾸었고, 자유를 원했으며, 자신의 뜻대로만 살고 싶었으나 인생은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그림자를 끌어안을 수 있는 사람에게만 빛을 누릴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닐까.

 

주어지는 삶을 묵묵히 받아내는 것 -

그것은 이 엄청난 이력의 엄친딸 법학자에게도 공평하게 주어진 삶의 진리였다.

엄친딸로만 보였던 그녀가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친구이며 딸인 평범하고 소박한 사람으로 다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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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쉬운 만화 경제학 - 애덤 스미스부터 밀턴 프리드먼까지! 인물로 배우는 경제 입문서!
조립식.조윤형 지음 / 길벗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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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이 만화를 보면 야단을 친다는데,

우리 부모님은, 특히 아버지는 나와 내동생이 어렸을 때 월급날이 되면

회사 구내서점에서 만화책 한두권을 사다주실만큼 만화를 권장(?)하셨다.

(결국 동생은 만화가가 되었으니 성공하신 셈!)

 

그 때 아버지께서 사주셨던 만화책 중에는

역사나 <구운몽>, <사씨남정기> 같은 고전문학을 아동용으로 각색한 만화책도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어린 아이 수준에는 꽤 어려운 내용이었는데도 몇 번이나 읽고,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걸 보면 만화의 힘은 참 대단하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만화경제학>은 바로 이런 만화의 힘을 십분 활용한 책이다.

저자 조윤형은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하였고, 조립식은 홍익대학교 도예과를 졸업한 만화가.

각각 경제와 만화에 전문성을 갖춘 두 사람이 만나 '경제 전문 만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고 있다고 한다.

 

선천적으로 만화를 못 보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의외로 이런 사람 꽤 있다)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보다 그림이 편한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아주 쉽게 경제학에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특징 하나는 경제학에 큰 족적을 남긴 경제학자 8인을 중심으로 구성이 되어있다는 점이다.

 

맨큐의 경제학, 경제학 원론 같은 일반적인 경제 교과서 또는 입문서는

대부분 기회비용, 수요와 공급 같은 개념과 이론 위주로 구성이 되어 있다.

 

반면 이 책은 애덤 스미스, 리카도, 맬서스, 케인스, 프리드먼 등

경제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업적을 이룬 경제학자들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개념과 이론의 배경부터 이해할 수 있는 점이 돋보인다.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라도 경제상식은 필수로 알아야 한다고들 한다.

귀여운 그림과 재미있는 스토리로 보다 쉽게, 즐겁게 경제학에 입문에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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