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 손정의의 '자기가 원하는 인생' 특강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 편찬위원회 엮음, 정은영 옮김 / 마리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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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일본 기업인 하면 파나소닉의 마츠시타 고노스케 회장의 책이 국내에 자주 출간되었는데, 최근에는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의 책이 눈에 띈다. 일본 기업 순위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의 총수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도 재일교포 출신으로서 숱한 난관을 이겨내고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인 기업가로 성공했다는 점이 우리나라 독자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신간 <지금 너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은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에서 손정의 회장이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소프트뱅크 신규채용 라이브'는 소프트뱅크 그룹이 매년 신규채용을 위해 유스트림에서 생중계하는 인터넷 방송으로, 대기업이 자사의 신입 사원을 선발하기 위해 인터넷 방송을 한다는 것도 신기하지만, 기업의 총수가 직접 방송에 출연을 해 강연을 한다는 사실도 신선하다. '역시 손정의다!' 라는 생각이 든다.


손정의 회장은 어린 시절 시바 료타로의 <료마가 간다>를 읽고 사카모토 료마의 열정과 도전에 큰 감명을 받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책을 읽고 감명을 받는 정도에 그쳤겠지만, 그는 료마처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꿈을 품고 열여섯 살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그 꿈은 얼마후 컴퓨터와의 만남으로 이어졌고, 몇십 년 후에는 일본을 넘어 전세계 수억명의 생활을 편리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정보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로 결실을 맺었다. 젊은 시절에 큰 꿈을 품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러분도 일자리 찾는 것에 급급해하지 말고 인생 전반에 걸쳐 무엇을 추구할지 머리가 터질 정도로 깊이 생각해서 '오를 산'을 결정해보라. 이것은 자신의 인생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다." (p.17)


우리나라나 일본이나 청년 기업가가 성공하기에는 척박한 환경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손정의 회장의 성공 스토리를 보면 환경도 중요하지만, 환경이 주는 장애를 뛰어넘는 개인의 노력이 더 중요한 것 같다. 손 회장은 미국 유학 시절 하루 5분을 투자해 1년 동안 250개의 발명을 해서 몇 십억 원 단위의 특허료를 벌었고, 간경화로 투병할 때에도 쉬지 않고 자기계발에 힘썼다. 누구나 그렇게 워커홀릭으로 살 필요는 없지만, 무언가 대의를 품고 그것을 이루려고 하는 자라면 그만한 노력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 아닐까?


"나는 10대 무렵, 어떤 사업을 시작할지 결정했다. 그것이 현재의 소프트뱅크 그룹이다. 내가 어떤 사업을 시작할지 결정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단순히 당시 붐을 이루거나 흥미를 가지던 것이 아니었다. 적어도 '50년간 질리지 않고 설레면서 일할 수 있을 것'이었다." (p.108) 장기적인 안목으로, 과감하면서도 치열하게 살아온 손정의 회장.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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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 - 우리시대의 신앙이 되어버린 '발전'에 관한 인문학적 성찰
질베르 리스트 지음, 신해경 옮김 / 봄날의책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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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경제학, 인류학, 환경학은 들어봤지만 '발전학'이라니! 그야 발전이라는 말 자체는 수없이 많이 들어봤지만, 발전을 연구하는 학문, 즉 '발전학'이라는 것이 있는 줄은 처음 알았다. '발전학의 대가' 질베르 리스트는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국제 발전학대학원의 명예교수다. 그의 저작 <발전은 영원할 것이라는 환상>은 발전학의 정의와 역사 및 발전에 대한 담론에 대해 설명한 '발전학의 고전'이다. 발전학이라는 용어 자체는 생소했으나, 발전학이 기초하고 있는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등의 사상은 널리 알려진 편이고, 불과 몇 십 년 전만 해도 개발도상국이었으며 여전히 '개발' 담론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나라의 국민으로서 한번쯤 들어봤고 고민해봤던 문제에 관한 책이라서 내용 자체는 크게 낯설지 않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발전이라는 용어 자체가 서구 근대화 과정에서 생성된 창조물이자 발명품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발전'이라는 용어는 이점이 많았다. 과학용어의 하나로서 이미 상당한 관록을 자랑하고 있었고, 무언가가 바람직하게 전개되기 위해서는 먼저 전제조건들을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을 기정사실화할 수 있었으며, 마지막으로 신화로부터 이어지는 하나의 사상적 전통과 밀접하게 연관되었으므로 그로부터 정통성을 보장받을 수 있었다." (p.63) 계몽주의 사상의 발현과 함께 시작된 발전의 '신화'는 19세기 서구 열강의 제국주의의 기반이 되었으며, 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패권국인 미국이 다른 나라들을 발전국과 저발전국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데 기여했고, 각 국가들의 정부 내지는 정책 형성의 이념으로서 작용했다.


사실상 민족국가의 형성, 근대화, 냉전 등을 모두 거친 나라라면 발전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세 가지를 모두 거친 대표적인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다. "더 많은 것이 반드시  더 좋은 것이라는 경제적 반계몽주의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p.387)는 생각은 발전학계를 넘어 정치학, 경제학 등 학계 전반에서 널리 인정받는 사실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발전의 신화가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 같다. 오랫동안 기정사실처럼 여겨져 온 '신화' 내지는 '신앙'을 하루아침에 없애기는 쉽지 않겠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려는 이러한 시도 자체가 계속 이어져가고 있는 것 자체가 희망의 증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지식이 신앙을 이겨내도록 만드는 것이며, '발전' 이후에도 삶이 있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는 것이다." (p.387) 주류 경제학뿐 아니라 주류 전반, 기득권층 전반의 생각에 무조건 동조하는 것이 왜 나쁜지, 또 다른 세상은 왜 가능하며 필요한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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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변호사들 - 대한민국을 뒤흔든 노동 사건 10장면
민주노총 법률원.오준호 지음, 최규석 만화 / 미지북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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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명품 브랜드 수트에 고급 외제차를 타고 으리으리한 빌딩에서 근무하는 모습, 높은 학벌과 사회적 지위, 엘리트 의식, 사회 고위층의 특권을 보호하기 위한 집단 등등 그다지 좋은 인식은 없다. 그러나 여기 명품 수트에 외제차는커녕, 슬럼프와 우울증, 과로에 시달리면서도 박봉과 열악한 근무조건을 감수하는 변호사들이 있다. 바로 국내 최대의 노동자 지원 법률단체 '민주노총 법률원'이다. 2002년 민주노총 부설 기관으로 설립된 이래 2006년 KTX 여승무원, 2007년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2010년 MBC 노조 파업, 2011년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등 한국 사회의 주요 노동 사건 지원에 참여한 이 단체가 올해로 설립 10주년을 맞이했다. 이를 기념하여 지난 10년간 법률원이 함께한 노동자들의 투쟁의 기록으로서 만들어진 책이 바로 이 책 <노동자의 변호사들>이다.


이 책에는 앞서 언급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 MBC 노조 파업 등을 비롯하여 홍익대 청소, 경비 노동자 집단 해고 사건, 쌍용자동차 정리 해고 사건, 재능교육 학습지 교사 해고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노동 사건의 경과와 변호사들의 후일담 등이 담겨 있다. 신문이나 뉴스를 통해 단편적으로 접했던 사건들을 자세하게 알 수 있을뿐 아니라 변호사들에게 어떤 애로사항이 있었는지까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노동 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고 해도 막상 문제가 생기면 직접적인 당사자도 아니고 관계자도 아니기 때문에 들리는 것만 알지 자세히 알아보려는 노력까지는 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건이 일어났는지는 알아도 그 사건이 왜 일어난 것인지, 어떻게 판결이 내려졌고 어떤 과제가 남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몰랐다. 나 역시 노동자이고 노동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왜 막상 문제가 생기면 내 일이 아니라고 여기고 무관심했을까? 반성해본다.


가장 놀랐던 것은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변호사의 수가 민주노총 법률원만 해도 서른명이 채 안 된다는 것이다. 일 년에 사법고시 합격생이 천 명을 넘고 로스쿨 졸업생 수는 그보다 많은데, 그들 중 극히 소수만이 몇 백만 명에 이르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것이 말이 안 된다. 마지막 장에 실린 <100도씨>, <대한민국 원주민>, <습지생태보고서> 등을 그린 최규석의 만화를 보면서 착잡한 기분이 한층 더했다. 돈이나 명예가 아닌,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있어야 할 곳에 있겠다는 의지와 양심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든든하고 감동스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우울하고 슬펐다. 왜 사회는 이런 사람들을 더 대접하지 못하고 주목하지 않는 것일까? 노동자, 변호사, 예비 법조인 등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노동 문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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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섬 이어도. 어린 시절 전래동화를 읽고 이어도를 알게 되었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역사적, 정치적으로 많은 의미를 가지고 있는 섬이더라구요. 요즘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고, 역사와 정치 교육도 가능한 책이라서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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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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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는 일이 결국 '돈 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임신하는 순간부터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기까지 몇 억원이 든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그만한 돈을 벌어야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써야 하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지출이 덜한 것은 아니다. 그야 벌기도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돈을 쓰게 된다. 차 타고 밥 먹고 사람 만나고 옷 사입고 물건 사는 모든 일이 다 돈이다. 돈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살려면 돈을 써야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이다.


그런데 돈 한푼 안 쓰고 살아보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의 저자 마크 보일이다. 마크 보일은 아일랜드 태생으로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뒤 영국의 유기농 식품업체에서 일했다. 지금은 돈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자는 취지에서 '프리코노미(freeconomy)'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프리코노미 센터 운영자이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8년 그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대안 경제학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라고 해서 돈만 안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소유하고 있던 의, 식, 주를 모두 포기하고 말 그대로 '0'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옷, 최소한의 먹을 것을 가지고 이동식 집에서 살면서 그는 물물교환 또는 버려진 음식과 물건에 의존하여 1년을 살았다. 이 책은 바로 그 1년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먼저 돈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보자고 촉구한다. 돈이란 무엇인가? 오래전 인류는 물물교환을 했고 그 후엔 쌀이나 베 등으로 거래를 했으며, 그에 비하면 돈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교환의 수단으로서 탄생한 돈은 그 자체로만 보면 아무런 해악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돈을 저장 수단으로 생각하고 더 많이 가지고 모으려고 하면서 돈의 본래 기능이 훼손되고 말았다. 저자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1년 동안 돈 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얻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물물교환을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니 의외로 많았고, 쓸만한데 버려지는 물건도 수없이 많았다. 전화, 인터넷, 교통 등 서비스도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의 도전이 성공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풍족한 음식과 물건이라든가 전화, 인터넷, 교통 서비스 같은 인프라는 결국 그가 영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 체제 안에 있었기 때문에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그가 혼자였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물물교환을 하고 버려진 음식이나 물건을 주울 수 있었던 것이지, 돈 없이 사는 사람이 다수였다면 경쟁을 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배금주의와 소비지상주의, 규정을 지킨답시고 자원을 낭비하는 유통업체의 폐단 등 자본주의 체제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기업들이 마치 공짜인양 사용하고 낭비하는 환경 자원에 대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턱대고 돈을 쓰는 것과 아예 쓰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모두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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