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 부글북스 / 2010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 사는 일이 결국 '돈 쓰는 일'이 아닌가 싶다. 아이를 임신하는 순간부터 태어나 자라고 어른이 되기까지 몇 억원이 든다고 한다. 부모는 아이를 키우기 위해 그만한 돈을 벌어야 하기도 하지만 그만큼 써야 하기도 한다. 어른이라고 지출이 덜한 것은 아니다. 그야 벌기도 하지만, 문 밖을 나서는 순간부터 돈을 쓰게 된다. 차 타고 밥 먹고 사람 만나고 옷 사입고 물건 사는 모든 일이 다 돈이다. 돈을 쓰지 않으면 살 수 없고 살려면 돈을 써야 하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인간이다.


그런데 돈 한푼 안 쓰고 살아보겠다는 사람이 있다. 바로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의 저자 마크 보일이다. 마크 보일은 아일랜드 태생으로 대학에서 경제학과 경영학을 공부한 뒤 영국의 유기농 식품업체에서 일했다. 지금은 돈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자는 취지에서 '프리코노미(freeconomy)' 운동을 벌이고 있으며, 프리코노미 센터 운영자이자 칼럼니스트, 강연자, 작가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2008년 그는 지구 환경을 보호하고 대안 경제학을 실천하기 위해 직접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프로젝트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라고 해서 돈만 안 쓰는 것이 아니었다. 그동안 소유하고 있던 의, 식, 주를 모두 포기하고 말 그대로 '0'에서 시작하는 것이었다. 최소한의 옷, 최소한의 먹을 것을 가지고 이동식 집에서 살면서 그는 물물교환 또는 버려진 음식과 물건에 의존하여 1년을 살았다. 이 책은 바로 그 1년에 대한 기록이다.


저자는 먼저 돈의 의미에 대해 재고해보자고 촉구한다. 돈이란 무엇인가? 오래전 인류는 물물교환을 했고 그 후엔 쌀이나 베 등으로 거래를 했으며, 그에 비하면 돈은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발명품'이다. 교환의 수단으로서 탄생한 돈은 그 자체로만 보면 아무런 해악이 없다. 그러나 사람들이 돈을 저장 수단으로 생각하고 더 많이 가지고 모으려고 하면서 돈의 본래 기능이 훼손되고 말았다. 저자는 프로젝트를 수행한 1년 동안 돈 없이도 필요한 물건을 얻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음을 몸소 보여주었다. 물물교환을 하는 사람들은 찾아보니 의외로 많았고, 쓸만한데 버려지는 물건도 수없이 많았다. 전화, 인터넷, 교통 등 서비스도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그의 도전이 성공한 것에 대해 의문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풍족한 음식과 물건이라든가 전화, 인터넷, 교통 서비스 같은 인프라는 결국 그가 영국이라는 자본주의 국가 체제 안에 있었기 때문에 수혜를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게다가 그가 혼자였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물물교환을 하고 버려진 음식이나 물건을 주울 수 있었던 것이지, 돈 없이 사는 사람이 다수였다면 경쟁을 하느라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맹목적인 배금주의와 소비지상주의, 규정을 지킨답시고 자원을 낭비하는 유통업체의 폐단 등 자본주의 체제의 어두운 면을 고발한 점은 높이 살 수 있다. 기업들이 마치 공짜인양 사용하고 낭비하는 환경 자원에 대해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턱대고 돈을 쓰는 것과 아예 쓰지 않는 것, 그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모두의 과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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