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1 너무 일찍 나이 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 1
고든 리빙스턴 지음, 노혜숙 옮김 / 리더스북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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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고든 리빙스턴은 웨스트포인트 사관학교와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군의관으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베트남에서 전쟁의 참상과 미국 정부의 무자비함을 목격한 그는 죄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부도덕한 일을 지시하는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해 불명예 제대했다. 귀국 후 안정을 찾을 무렵, 그는 우연히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렵게 생모를 찾았으나 생모는 얼마 후 암으로 사망했다. 곧이어 네 명의 자식 중 둘이 연달아 세상을 떠났다. 전쟁, 입양, 참척 등 끔찍한 일들이 끊이지 않은 그의 삶은 마치 한 편의 영화같다. 그러나 그는 '영화'의 주인공으로서 비극적인 최후를 선택하지도, 해피엔딩으로 바꾸지도 않았다. 고통은 고통대로 끌어안되,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가로서 다른 이의 삶까지 보듬는 것. 그것이 그가 선택한 '영화'의 결말이다.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은 고든 리빙스턴의 에세이 중 국내에 가장 처음으로 소개된 책이다. 나는 최근에 국내에 소개된 <두려움은 서둘러 찾아오고 용기는 더디게 힘을 낸다>와 <서두르다 잃어버린 머뭇거리다 놓쳐버린>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고든 리빙스턴의 인생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이 책과 <너무 일찍 나이들어버린 너무 늦게 깨달아버린2>를 같이 읽으면 좋다. 



이 책처럼 인생의 교훈에 관한 책은 수없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고든 리빙스턴의 책이 좋다. 인생에 대한 그만의 관조적인 태도 때문이다. 비슷한 장르의 다른 책들을 보면 고통스러운 경험을 성공의 씨앗으로 바꾸라, 인생 역전의 기회로 삼으라는 식의 결론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의 책들은 그렇지 않다. 그는 전쟁의 참상, 출생의 비밀, 아들의 죽음 등의 고통스러운 경험들로부터 결코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자신이 환자들을 고통스러운 경험으로부터 벗어나게끔 도와주는 정신과 의사이자 심리상담가인데도 말이다. 그는 고통스러운 경험을 억지로 잊으려고 애쓰는 대신 고통은 고통대로 끌어안고 계속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삶의 끝에 엄청난 행복이 있어서가 아니다. 고통스럽고 괴롭고 힘들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생이기 때문이다.



인생은 어떤 의미에서 포기의 연속입니다. 특히나 마지막 순간에 모든 것을 버리고 가기 위한 연습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사람들은 과거에 미련을 갖는 걸까요? 그 이유는 좋든 나쁘든 간에 기억이 우리의 육체에 기거하면서 시시각각 변화하는 존재에 영속성을 부여하기 때문입니다. 즉 기억은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를 하나로 연결시키고 미래의 나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p.229)



많은 일들이 하면 할수록 익숙해지고 능숙해지는 데 반해, 삶은 살수록 더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 작은 일도 무심하게 넘기고 아무 일에나 무모하게 덤비곤 했던 내가 점점 사소한 일에도 걱정과 불안이 늘고 겁쟁이가 되어가는 것만 봐도 그렇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점점 걱정이 늘고 겁쟁이가 되어가는 이유가 과거의 고통스러운 경험에 발목을 붙잡히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대체 무엇이 두렵고 겁이 나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지 못하는 것일까. 쏟아지는 빗줄기가 내 마음을 푹푹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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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만들기 12가지 법칙 - 시선을 사로잡고, 마음을 움직이는
나카야마 마코토 지음, 김정환 옮김 / 끌리는책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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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소위 '뜨는' 노래들을 보면 제목부터 강렬한 경우가 많다. 요즘 인기있는 노래들만 보아도 포미닛의 '물 좋아?', 걸스데이의 '여자 대통령', 달샤벳의 '내 다리를 봐' 등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제목들이 눈에 띄고, 인피니트의 '내꺼 하자', 틴탑의 '향수 뿌리지마',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 같은 제목들도 기억에 남는다. 제목이 중요한 건 비단 대중가요만이 아니다. 업무상 작성하는 기획서와 제안서, 견적서, 보고서, 이메일과 하다못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블로그도 읽는 사람의 시선을 잡아끌기 위해 신경써야 할 첫번째 요소는 바로 제목이다. 그런 의미에서 <제목 만들기 12가지 법칙>이라는 책은 일상 생활에서든 업무에서든 한 줄이라도 문장을 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봐야 할 필독서다.



<제목 만들기 12가지 법칙>의 저자 나카야마 마코토는 시장조사 회사에서 근무하며 독특한 마케팅 이론을 구축한 뒤 현재는 사업체를 경영하고 있다. 그는 어떤 문서를 작성하든 간에 제목을 잘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첫 문장에서 흥미나 관심을 느끼지 못하면 다음 문장을 읽지 않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문장이 태어나 사람들에게 공개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흔해 빠진, 예전에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진부한 문장을 누가 읽겠는가? 그래서 제목이 중요하다." (pp.11-2) 그는 실제로 잘 만든 제목 덕분에 수많은 계약을 성사시킨 경험을 가지고 있다. 시장조사 회사의 업무 성격상 클라이언트에게 선택받기 위해 다른 업체들과 경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는데, 그 때마다 그가 만든 제목이 클라이언트의 눈에 들고 마음에 꽂혀 성공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이 책에서 '대박 제목 만들기 12가지 법칙'을 공개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자면, 무엇이 이익인지 확실하게 알린다, '왜?'라는 의문이 들게 한다, '그게 가능해?' 할 정도로 놀랄 만한 거짓말을 한다, '제목답지 않은 제목을 단다 등이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대박 제목'은 일단 식상하지 않아야 한다. 마치 광고 카피처럼 새로우면서도 기억에 콕 박히는 문장이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한국어판 제목을 저자가 본다면 기겁할 것이 분명하다. 원제는 '초대박! 제목이 재미있을수록 X 책(bakaure! taitoruga omoshiroihodo kakeru hon)'으로 저자가 강조하는 좋은 제목의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데 반해, 한국어판 제목은 보수적이기 그지없다. 이 좋은 책이 제목 때문에 빛을 보지 못하면 어쩌나, 독자로서 괜한 걱정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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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쉬게 하라 - 나를 괴롭히는 집착으로부터 편안해지는 법
시라토리 하루히코 지음, 정은지 옮김 / 토네이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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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몇 년 동안 <생각 버리기 연습>, <못난 자신 버리기>, <번뇌 리셋> 등 일본 스님 코이케 류노스케의 책들이 국내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나도 그의 책을 몇 권인가 읽어보았는데 책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일관되게 생각을 버리라, 마음을 비우라는 조언을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생각을 쉬게 하라>의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 역시 비슷한 조언을 한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철학과 종교, 문학을 수학했고, 현재는 철학과 종교에 관해 명쾌하게 해설하는 책을 쓰는 작가로 활약하고 있다. 불교의 180개 잠언으로 이루어진 이 책에서 저자는 열정보다 중요한 것은 휴식이라고 말한다. "휴식의 백미는 육체가 아니라 '생각'을 쉬게 하는 것이다. 아름답고 호화로운 휴양지에서 와인을 곁들인 훌륭한 요리를 음미하고 있다고 해도, 머릿속이 이런저런 생각들로 꽉 차 있다면 어떨까? 떠날 때보다 더 무거워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친 나 자신을 재충전하려면, 무엇보다 먼저 생각을 쉬게 해야 한다." (p.9)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생각하고, 열정을 다할 것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휴식이 답이라니. 언뜻 생각하기에는 이해가 안 되지만, 차가 쉼없이 달리다 과열되면 고장이 나는 것처럼, 사람도 휴식 없이 살고, 뇌도 생각을 계속 한다면 지칠 것이 분명하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지를 돌아보기에 앞서 잘 쉬고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 책은 주로 불교의 잠언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중간 중간에 저자의 글도 담겨 있다. 감정의 노예가 되지 마라, 묵묵히 한길을 걸어라, 인생은 곡선이다,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 등 어찌 보면 당연하고 식상하지만 그만큼 살면서 잊기 쉬운 것들이기도 하다. 특히 나는 욕망이나 소유의 노예가 되지 말고 초연해지라는 메시지가 인상적이었다. 이는 <생각을 쉬게 하라>라는 제목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욕망이나 소유욕은 내가 그것을 진짜로 원해서 생기는 때도 있지만 남에게 잘보이고 싶다든가 남들처럼 되고 싶다, 남들에게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생각을 쉬게 하는 연습을 한다면 욕망과 소유욕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터. 내 생활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거나 고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생각이 너무 많은 탓은 아닌지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 인상 깊은 구절


까마귀처럼 요란스럽게 울면서 뻔뻔하게 자신을 내세우는 자일수록 세상살이를 쉽게 생각한다. 수치심을 알고 청아하게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 절제를 알고 본분에 전념하는 사람일수록 이 세상에서 살아가기 어려운 법. 하지만 당신은 후자를 택하라. 세상 살기 어려운 사람이 되어라. (p.49)


어느 기업에서 면접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장 빨리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담당자가 선택한 답은 바로 이것이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가는 것. (p.208)


정신이 번쩍 날 정도로 꾸지람을 해 주는 사람과 가까이 하라. 그는 보물이 있는 곳을 가르쳐주는 사람보다 더 귀한 깨우침을 준 자다. 나를 힐난하기 위해 그런 말을 했다고 여기지 마라. 당신의 단점을 꿰뚫어봤다는 것은 장점 역시 간파하고 있다는 증거다. (p.213)


사랑하는 것에 마음을 쏟지 마라. 사랑한다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 마치 그것이 영원히 내 것인양 착각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시간과 함께 변해가는 법. 집착은 변화를 인정하지 못한다. (p.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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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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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김영희 PD는 중, 고등학교 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그가 연출한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아시아 아시아> 등의 코너를 무척 좋아했던 나는 김영희 PD님처럼 교양과 오락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고 싶었다. 비록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PD의 꿈은 접었지만 사회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오락적인 요소와 결합하는 능력 같은 것은 지금도 본받고 싶다.



<소금사막>은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에서 불미스럽게 하차한 후 재충전의 의미로 찾은 남미에서 직접 쓴 글과 그린 그림, 찍은 사진 등을 모아 만든 책이다. 60일간 총 29번의 비행을 했다는데, 빡빡한 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찾은 곳 또한 멕시코, 쿠바, 파나마,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 많기도 많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남미에는 저항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 말고도 신비로운 자연과 원주민들의 소박함 등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한컷 한컷을 연출하는 PD답게 페이지 한장 한장을 글과 그림, 사진을 조합하여 아름답게 만든 점도 재미있었다. PD로서의 장인 정신(아니면 직업병?)이 느껴졌다.


 

책 자체는 그림도 멋지고 사진 속 풍경도 아름다워서 여느 여행서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지만,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이 책이 그저 여행지에서의 흥겹고 즐거운 기분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유쾌한 기분을 맛보기 위한 자극제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도시에서 일과 사람에 치여 상처받은 마음을 풀기 위한 해독제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을 터. 여행지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서 점점 초연해져가는 저자의 심경이 절절하게 묻어나 색다른 기분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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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
에쿠니 가오리.가쿠타 미츠요.이노우에 아레노.모리 에토 지음, 임희선 옮김 / 시드페이퍼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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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따금씩 멜랑콜리한 기분이 필요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찾게 되는 작가가 바로 에쿠니 가오리다. 거창한 주제나 파격적인 줄거리 같은 건 없지만 잔잔하게 흘러가는 일상과 섬세한 심리 묘사를 보고 있노라면 들떠있던 기분이 가라앉고 편안해지는 느낌이 든다.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은 사실 에쿠니 가오리의 이름만 보고 덥석 산 책이다. 사고나서 보니 에쿠니 가오리 혼자 쓴 것이 아니라 가쿠타 미츠요, 이노우에 아레노, 모리 에토 등 일본을 대표하는 여성 작가들이 함께 참여한 소설이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실망한 것은 아니고 오히려 기뻤다. 이노우에 아레노는 처음 보는 이름이었지만 가쿠타 미츠요와 모리 에토는 이미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좋아하게 된 작가들이라서 오히려 득 본 기분이었다. 에쿠니 가오리 책을 샀더니 가쿠타 미츠요와 모리 에토에 이노우에 아레노까지 따라왔네, 랄까. 



이 책은 구성이 조금 독특한데, 네 명의 작가들이 각각 포르투갈(에쿠니 가오리), 스페인(가쿠타 미츠요), 이탈리아(이노우에 아레노), 프랑스(모리 에토) 등 유럽 국가들을 직접 여행한 뒤 여행지를 무대로 쓴 단편 소설들을 한데 모았다. (에쿠니 가오리의 에세이 중에 이 책을 쓰기까지의 과정이 담긴 내용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일본 작가가 유럽을 배경으로 소설을 쓴다는 기획 자체도 신선하지만, 여행지의 향토미랄까, 고유한 분위기를 드러내기 위한 소재로 '음식'을 택한 것이 재미있다. 책에 실린 소설 모두 주인공이 음식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과 고향의 의미를 되새기고 다시 살아갈 용기와 희망을 얻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다. 한동안 '소울 푸드'라는 말이 국내에서도 유행했는데, 음식만큼 지역의 고유한 풍토와 그 지역 사람들의 기질, 즉 '소울'을 잘 보여주는 것이 없는 것 같다. 이런 것을 보면 나라마다, 문화마다 전통 음식은 달라도 그 음식이 가지고 있는 힘과 의미는 비슷한 것 같다. 한국인만 해도 저마다 좋아하는 음식이 다 달라도 외국에 있거나 몸이 몹시 아플 때처럼 '소울'이 부족해지면 된장국과 김치를 그리워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 것을 보면 음식은 영어보다도 강력한 만국공통어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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