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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MBC 김영희 PD는 중, 고등학교 시절 나의 우상이었다. 그가 연출한 <!느낌표>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 <아시아 아시아> 등의 코너를 무척 좋아했던 나는 김영희 PD님처럼 교양과 오락이 결합된 프로그램을 만드는 PD가 되고 싶었다. 비록 대학교에 진학하면서 PD의 꿈은 접었지만 사회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오락적인 요소와 결합하는 능력 같은 것은 지금도 본받고 싶다.
<소금사막>은 김영희 PD가 <나는 가수다>에서 불미스럽게 하차한 후 재충전의 의미로 찾은 남미에서 직접 쓴 글과 그린 그림, 찍은 사진 등을 모아 만든 책이다. 60일간 총 29번의 비행을 했다는데, 빡빡한 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그가 찾은 곳 또한 멕시코, 쿠바, 파나마, 브라질, 아르헨티나, 페루, 칠레 등 많기도 많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남미에는 저항적이고 열정적인 분위기 말고도 신비로운 자연과 원주민들의 소박함 등 다양한 매력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송 프로그램의 한컷 한컷을 연출하는 PD답게 페이지 한장 한장을 글과 그림, 사진을 조합하여 아름답게 만든 점도 재미있었다. PD로서의 장인 정신(아니면 직업병?)이 느껴졌다.
책 자체는 그림도 멋지고 사진 속 풍경도 아름다워서 여느 여행서와 다를 바가 없는 것 같지만, 글을 찬찬히 읽어보면 이 책이 그저 여행지에서의 흥겹고 즐거운 기분만을 담은 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이라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유쾌한 기분을 맛보기 위한 자극제이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도시에서 일과 사람에 치여 상처받은 마음을 풀기 위한 해독제 같은 것이 될 수도 있을 터. 여행지에서 홀로 그림을 그리고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하면서 점점 초연해져가는 저자의 심경이 절절하게 묻어나 색다른 기분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