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휠 오브 타임 1~3 세트 - 전3권
로버트 조던 지음, 강동혁 옮김 / arte(아르테) / 2025년 8월
평점 :

판타지 소설의 열렬한 팬은 아니지만, 문학적으로 가치 있고 문화적으로도 영향력이 있다고 일컬어지는 작품은 취향 불문하고 읽어보는 편이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 등을 읽어본 것도 그래서였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과 함께 세계 3대 하이 판타지 걸작으로 꼽히는 <휠 오브 타임>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책이 한국에 정식 출간되기 전까지 존재조차 몰랐다.
하지만 <왕좌의 게임>의 작가 조지 R.R. 마틴이 "<휠 오브 타임>이 없었다면 <왕좌의 게임>은 불가능했을 것이다."라고 말하고, 헐리웃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배우 다니엘 헤니가 드라마 <더 휠 오브 타임>의 주연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접하고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기에 <왕좌의 게임> 작가가 극찬하고, 로자먼드 파이크, 다니엘 헤니 같은 배우들이 이 소설을 원작으로 만든 드라마에 출연 결정을 한 건지 궁금했다.

책을 받고, 일단 엄청난 사양에 놀랐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품인 만큼 분량이 엄청날 거라는 건 예상했던 일인데, 일반적인 책보다 훨씬 큰 크기에 전권 사철 양장 제본이라니. 게다가 1-3권 세트 구매시 세트 구매자를 위한 스페셜 굿즈인 '휠 오브 타임 전3권 북박스'와 아이즈 세다이와 함께 하는 '휠 오브 타임 여행 가이드북'도 받을 수 있다. 인터넷 서점별로 특별 굿즈도 준다.
판타지 소설 읽기에 익숙지 않은 독자로서는 '휠 오브 타임 여행 가이드북'의 존재가 특히 반갑다. 괜히 '여행 가이드북'이 아닌 게, 책을 펼치면 일단 휠 오브 타임 세계관의 무대가 되는 공간의 지도가 나온다. 작품의 의미와 영향, 인기 등을 설명한 글을 넘기면 휠 오브 타임 세계관 속 장소들의 위치, 인구, 체류 기간, 위험도, 추천 이유, 명소와 추천 음식, 주의사항 등이 실제 여행 가이드북처럼 소개되어 있다. 팬이든 팬이 아니든 반할 만한 기획이다.

<휠 오브 타임> 1-3권 세트는 1부 '세계의 눈', 2부 '위대한 뿔나팔 사냥대', 3부 '드래건의 환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 '세계의 눈'은 3000년 전 전설의 드래건이 어둠의 존재 샤이탄을 봉인했지만 여전히 불안과 공포가 남아 있는 에먼즈 필드에서 시작한다. 아버지 탬을 도와 농장에서 일하는 청년 랜드는 벨 타인 축제를 앞두고 마을로 가는 길에 수상한 존재를 마주친다.
탬은 랜드가 잘못 본 거라고 말했지만, 랜드는 그동안 봉인되어 있던 어둠의 존재가 풀려 났다는 소문을 떠올리고 불안에 떤다. 마을로 가까워질수록 랜드처럼 어둠의 존재를 봤다는 사람이 늘어나고, 평화로운 마을에 강력한 마법의 힘을 가진 '아이즈 세다이' 모레인이 나타났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혼란은 더욱 커진다. 결국 모레인은 환생한 드래건일 가능성이 있는, 랜드를 비롯한 젊은이 몇 명을 데리고 어둠의 세력에 맞서기 위한 기나긴 여정에 나선다.

소설 초반에는 랜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 때문에 남성 중심 서사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모레인이라는 강력한 여성 캐릭터가 더욱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드라마 <더 휠 오브 타임>에서 로자먼드 파이크가 연기한 캐릭터 모레인은 마녀처럼 강력한 마법을 지닌 여성으로서 어둠의 세력에 맞서는 청년들을 이끄는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왕좌의 게임>에도 멋있는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나오지만 모레인처럼 강력한 리더 캐릭터는 잘 떠오르지 않는다.
에먼즈 필드를 떠난 모레인, 랜드 일행은 샤다 로고스, 케임린, 세상의 눈, 팔 다라 등 세계관 속의 다양한 지역을 여행하며 엄청난 모험을 벌인다. 일행이 도착하는 장소마다 풍경이나 특징이 달라서 중세 도시를 여행하는 듯하기도 하고, 게임 속을 직접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처럼 거대한 세계관을 지닌 중세 판타지 소설이면서 <반지의 제왕>, <왕좌의 게임>에 없는 매력 또한 존재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것이 납득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