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걸, 배드 블러드 - 여고생 핍의 사건 파일 2 여고생 핍 시리즈
홀리 잭슨 지음, 고상숙 옮김 / 북레시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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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핍의 살인 사건 안내서> 시리즈에 푹 빠져 있다. 하루 일과 중에도 틈틈이 책을 읽고 넷플릭스 드라마도 다시 보고 있다. 아쉽게도 이 시리즈는 3권으로 끝이 났다. 1권의 인기에 힘입어 2권, 3권이 나왔으니 4권, 5권도 계속 나와주면 좋으련만. 작가님의 다른 책이 번역, 출간되어도 좋고. (아직 안 되었음. 원서로 읽어야 하나.)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 시리즈의 1권도 재미있지만 2권부터가 정말 재미있다. 사실 사건 자체는 평이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핍이 사는 영국의 작은 마을 리틀 킬턴에서 한 청년이 실종된다. 이름은 제이미 레이놀즈. 핍의 친구인 코너의 형이자 핍의 엄마가 일하는 부동산 회사에서 접수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런 제이미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참석한 앤디 벨과 샐 싱의 추도식 이후 사라진다. 경찰은 단순 가출로 보고 수사를 안 해서 제이미의 동생인 코너가 핍에게 조사를 의뢰한다. 앤디 벨 사건 이후 조신하게 지내고 있던 핍은 자신만 바라보는 코너 엄마와 코너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해 조사에 나선다.


여기까지만 보면 2권에서는 1권과는 별개의 새로운 사건이 진행되는 것처럼 보인다. 대부분의 추리 소설이 그렇다. 범인을 잡으면 법이 정당한 판결을 내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에 재판 과정이나 결과에 대해서는 알려 주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 소설은 다르다. 핍이 제이미 실종 사건에 매달려 있는 동안 핍의 남자 친구인 라비는 앤디 벨 살인 사건의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다. 그들은 앤디 벨과 샐 싱을 직접 살해한 범인은 아니지만 사건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맥스 헤이스팅스 또한 강간 등의 죄목으로 처벌 받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지만 재판 결과는 전혀 다르게 나온다.


안 그래도 앤디 벨 살인 사건에 손을 댄 이래 크고 작은 공격과 협박 등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려 온 핍은 이 때 이후 멘탈이 크게 흔들린다.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히고 범인을 알아낸들 재판에서 정당한 판결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인가 하는 회의감에 빠진다. 핍처럼 직접 범죄의 진상을 밝혀본 적은 없지만, 상식이나 여론과는 다른 사법 판결 때문에 분노하거나 절망해본 적이 있는 사람으로서 핍이 어떤 마음일지 공감이 되었다. 이제까지 착한 아이, 똑똑한 모범생으로만 행동했던 핍이 그야말로 꼭지가 돌아서 폭발하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1권에서 핍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스냅챗 같은 SNS를 활용해 범인을 찾았다면, 2권에서 핍은 자신이 진행하는 범죄 팟캐스트를 활용해 범인을 찾는다. 핍이 업로드 시점까지의 수사 과정을 음성 파일로 제작해 올리면 구독자들이 청취한 후에 핍이 미처 생각지 못한 점을 지적하거나 수사에 필요해 보이는 정보를 제보하는 식으로 수사에 도움을 준다. 일종의 집단 지성을 활용한 수사인 셈인데, 이런 식으로 최신 기술을 이용해 탐정 아닌 사람이 탐정으로 활약하는 전개도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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