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티벳여우 스나오카 씨
큐라이스 지음, 손나영 옮김 / 재미주의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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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작가 큐라이스의 네 컷 만화 <친절한 티벳 여우 스나오카 씨>가 출간되었다. 나는 처음 봤는데, 책 소개에 따르면 각종 게시판과 커뮤니티, 카페에서 열광적인 인기를 모은 만화라고 한다. '무뚝뚝하고 험상궂은 표정의 티벳여우 한 마리가 멋있어 봤자 얼마나 멋있겠어?'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책을 펼쳤는데 첫 장을 보자마자 스나오카 씨의 포로가 되었다. 지하철에서 임신부를 보자마자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주는 스나오카 씨...! 이런 남자가 있나요? 정말??? 





스나오카 씨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상사에게 질책당한 부하에게는 슬그머니 달콤한 빵을 내밀고, 사무실 분위기가 썰렁하면 자진해서 차와 간식을 돌린다. 버스 정류장에서 처음 보는 어르신의 이야기를 잠자코 들어드리고,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휴지를 하나도 거절하지 않고 받는다. 길 가다 사진 찍는 연인을 보면 걸음을 멈추는 것으로 모자라 둘의 사진까지 찍어주는 다정 백배 스윗남. 세상 사람들이 전부 이렇게 친절하고 다정하다면 세상에는 더 이상 싸울 일도 없고 누구를 미워할 일도 없을 거야 ㅠㅠ 





스나오카 씨에게는 아빠를 똑 닮은 아들이 있다. 아들한테도 스윗 뿜뿜 다정한 아빠인 스나오카 씨. 아들이 배고프다고 칭얼대면 아들이 좋아하는 오므라이스를 뚝딱 만들어 먹이고(계란 위에 하트 그리고 깃발 꽂는 센스도 잊지 않는다), 아들이 울면 최후의 무기인 춤까지 춰가며 아들을 웃기기 위해 노력한다. 아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다가 아들보다 먼저 눈물짓는 스나오카 씨. 아들이 아빠 몰래 가방에 넣어둔 그림을 보고 감동해 퇴근길에 케이크 사들고 가는 스나오카 씨. 정말이지 너무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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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김정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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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에 지역 신문에 실린 여성 혐오 칼럼을 읽고 쓴 반박문이 신문사 편집장의 눈에 들어 기자가 된 넬리 블라이는 23세에 뉴욕의 악명 높은 정신 병원에 잠입해 10일간 생활하고 쓴 기사로 스타 기자로 발돋움한다(이상의 내용이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에 나온다). 이후 뉴욕 타임스와 라이벌인 신문사 뉴욕 월드에 입사한 넬리 블라이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한다. 그것은 바로 '세계일주'다. 


넬리 블라이가 환자 학대로 악명 높은 정신 병원에 자진해 들어간 건 "여기자는 안 된다."라는 말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넬리 블라이는 "여기자는 혼자서 세계 일주를 할 수 없다."라는 말에 자극받아 무슨 일이 있어도 세계일주를 해내겠다고 신문사에 으름장을 놓는다. "남자를 보내 보세요. 그러면 같은 날 다른 신문사 대표로 출발해 그 남자를 이기고 말 테니까요." 결국 넬리 블라이는 세계일주라는 아이디어를 낸 지 1년 만에 취재 허락을 받는데, 출발 직전에 허락을 해주지 않나, 경쟁자가 나타났는데 알려주지도 않지 않나, 이래저래 회사가 걸림돌이었다(결국 넬리 블라이는 몇 년 후 회사를 떠났다). 


여행의 목표는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처럼 8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하고 무사히 귀국하는 것. 이때만 해도 비행기가 발명되기 전이라서 오로지 배와 기차로 대륙과 대륙 사이를 이동해야 했다. 이때만 해도 샤넬이 여성의 복장을 간편하게 바꾸기 전이라서 저자는 길고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몇 벌씩 가지고 다녀야 했다. 예나 지금이나 여자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데, 저자는 젊은 데다가 혼자 여행을 하는 처지라서 항상 주위를 경계하며 다녀야 했다. 아프리카에서 매 맞으며 일하는 일꾼들을 보았을 때, 중국에서 사형장 터를 지나다 바닥에 핏물이 흥건한 걸 보았을 때 저자가 받은 문화 충격 또한 상당했다. 


그래도 도전한 보람이 있어, 저자는 72일 만에 세계일주에 성공했고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이자 시대의 아이콘이 되었다. 내가 보기에는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이 쥘 베른의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보다 훨씬 대단하고 읽을 가치 있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실화이고 기간도 8일이나 더 짧다!), <80일간의 세계일주>는 유명하고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72일>은 덜 유명하다는 게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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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오수원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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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리 블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20세에 지역 일간지에 실린 여성 혐오 칼럼을 읽고 보낸 반박문이 신문사 편집장의 눈에 띄어 기자로 채용되고, 23세에 뉴욕 시로 옮겨 환자 학대로 악명 높은 정신병원에 10일간 잠입 취재를 한 뒤 끔찍한 실태를 폭로하고, 25세에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 일주에 도전, 4만 5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72일 만에 완주하는 대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기자다.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은 저자 넬리 블라이가 뉴욕의 정신병원에 10일간 잠입 취재를 하고 나서 쓴 르포 형식의 책이다. 넬리 블라이가 제 발로 뉴욕의 정신병원에 들어간 사연은 이렇다. 고향 피츠버그를 떠나 뉴욕에서 새 삶을 시작한 넬리 블라이. 하지만 시골에서 온 23세 여성을 기자로 채용하는 신문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여자들은 과장해서 쓰기 때문에 정확성을 요하는 취재를 맡길 수 없다.", "여기자에게는 범죄나 스캔들 기사를 맡길 수 없다.", "사무실에 여기자가 있으면 남자 기자들이 불편하다." 같은 말을 듣다가 신물이 난 넬리 블라이는 뉴욕의 정신병원에 잠입해 취재 기사를 써오면 채용해 달라고 신문사 사장과 거래를 했다(이 신문사 사장이 바로 '퓰리처상'의 퓰리처다). 결국 넬리 블라이는 잠입 취재에 성공했고 <뉴욕 월드>에 채용되어 찬란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말이 잠입 취재이지, 넬리 블라이가 정신병원에서 겪은 일들은 하나같이 끔찍하고 참혹하다. 정신병원의 역할은 수용된 환자들을 보호하고 치료해주는 것인데, 넬리 블라이가 수용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학대했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멀쩡했던 사람도 하루가 다르게 미쳐갈 정도였다. 넬리 블라이는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들은 한 사람씩 조사했는데, 그중에는 영어를 못해서 정신병원에 수용된 외국인도 있었고, 남편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여자도 있었다. 


넬리 블라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실태와, 남성이 보기에 불편하고 부적절한 것은 전부 비정상, 정신병으로 취급하고 이를 근거로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런 업적이야말로 위인전에 들어가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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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 라이즈 아르테 미스터리 16
T. M. 로건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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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가 내 친구, 그것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친구와 단둘이 호텔에 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 영국 작가 T. M. 로건의 데뷔작 <리얼 라이즈>는 주인공 조셉 린치가 아들 윌리엄을 차에 태우고 집으로 돌아가던 중 퇴근 후 테니스를 치러 간다던 아내가 자신의 친구 벤과 함께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목격하면서 시작된다. 


설마 하면서 아내의 뒤를 따라간 조셉은 아내와 벤이 말다툼을 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 아들을 더는 혼자 둘 수 없어서 황급히 차로 돌아온 조셉은 아내가 주차장을 떠나는 모습을 보고 곧이어 벤과 마주친다. 조셉은 벤을 불러 무슨 일이냐고 추궁하다 아주 약하게 몸을 미는데, 벤이 힘없이 바닥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히고 의식을 잃는다. 때마침 윌리엄이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소리가 들려서 조셉은 윌리엄을 살피러 가는데 그사이 벤이 사라진다. 조셉이 집에 돌아가서 아내를 추궁하자 아내는 호텔 근처에 간 적도 없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이때만 해도 아내의 거짓말은 귀여운 수준이다. 시간이 갈수록 조셉은 아내를 점점 더 강력하게 추궁하는데, 그때마다 아내의 말은 점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처음에는 일 때문에 잠깐 만났을 뿐이라고 했다가, 벤이 일방적으로 자기를 좋아한다고 했다가, 키스만 했을 뿐이라고 했다가... 또한 조셉은 실종된 벤이 자신의 휴대폰을 습득하고 자신의 SNS 계정을 해킹해 자신의 이름으로 끔찍한 내용이 담긴 글과 사진을 올리는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하지만 조셉의 의도와 달리 사람들은 조셉을 의심하고 경찰마저 조셉을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여긴다. 


소설을 읽는 내내 한 번도 의심하지 않았던 인물이 범인으로 밝혀져 충격을 받은 건 맞는데, 범인이 조셉을 이렇게까지 괴롭힐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 든다. 굳이 따지자면 범인이 원한을 품은 대상은 조셉이 아니라 A이고 조셉 또한 A한테 원한이 있는데, 조셉은 A한테도 당하고 범인한테도 당했으니 이중의 피해자다. 아내가 실제로는 어떤 사람인지, 친구와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모른 게 죄라면 더는 할 말이 없고. 결말이 살짝 아쉽지만, 전체적으로는 추격과 반전의 묘미가 있는 괜찮은 스릴러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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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
하라다 마하 지음, 김성미 옮김 / 북플라자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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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닥을 치고 도망치듯 떠난 여행이 생각지도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여행을 대신해 드립니다>의 주인공 오카에리가 그렇다. 오카에리의 대략적인 프로필은 이렇다. 나이 30. 부양가족 없음. 직업은 한물간 퇴역 아이돌 출신 방송인. 고정 출연하는 방송은 일주일에 한 번 방송되는 여행 프로그램이 유일한데, 이마저도 오카에리가 스폰서 이름을 잘못 말하는 바람에 폐지될 위기에 처한다. 소속 연예인이라고는 오카에리가 유일한 소속사마저 폐업할 상황. 설상가상으로 통장에 50만 원도 없는데, 십여 년 전 소속사 사장에게 선물 받은 유일한 명품 핸드백마저 잃어버려 당장 다음 달 집세도 못 낼 지경이다. 이때 어떤 여성이 오카에리에게 병 때문에 몸이 불편한 딸을 위해 대신 여행을 해달라는 제안을 한다. 그렇게 시작한 '여행대리업'이 오카에리의 인생을 바꾼다. 


바닥을 친 오카에리를 구한 건, 회사도 아니고 남자도 아니고 오카에리가 그동안 해왔던 '일'이다. 오카에리가 일이 없어서 고민하자 팬들은 오카에리가 있어야 할 곳은 카메라 앞이라고 응원한다. 오카에리가 여행대리업을 시작하자 십여 년 동안 동고동락했던 스태프가 말없이 찾아와 오카에리를 돕는다. 여행을 대신해 달라는 사람이 나타날 때마다 막힘없이 여행 일정을 짜고, 여행을 떠나 예기치 못한 위기를 맞닥뜨릴 때마다 순발력을 발휘한 건 오카에리가 그동안 쌓은 지식과 노하우 덕분이다. 회사가 망하고 남자가 떠나도, 그동안 내가 성심성의껏 해온 일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이런 긍정적인 메시지를 유쾌하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전하는, 읽으면 기분 좋아지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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