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 ㅣ 넬리 블라이 시리즈
넬리 블라이 지음, 오수원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8년 1월
평점 :
품절

'넬리 블라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는지. 20세에 지역 일간지에 실린 여성 혐오 칼럼을 읽고 보낸 반박문이 신문사 편집장의 눈에 띄어 기자로 채용되고, 23세에 뉴욕 시로 옮겨 환자 학대로 악명 높은 정신병원에 10일간 잠입 취재를 한 뒤 끔찍한 실태를 폭로하고, 25세에 소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 영감을 얻어 세계 일주에 도전, 4만 5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72일 만에 완주하는 대기록을 세운 전설적인 기자다.
<넬리 블라이의 세상을 바꾼 10일>은 저자 넬리 블라이가 뉴욕의 정신병원에 10일간 잠입 취재를 하고 나서 쓴 르포 형식의 책이다. 넬리 블라이가 제 발로 뉴욕의 정신병원에 들어간 사연은 이렇다. 고향 피츠버그를 떠나 뉴욕에서 새 삶을 시작한 넬리 블라이. 하지만 시골에서 온 23세 여성을 기자로 채용하는 신문사는 한 곳도 없었다. "여자들은 과장해서 쓰기 때문에 정확성을 요하는 취재를 맡길 수 없다.", "여기자에게는 범죄나 스캔들 기사를 맡길 수 없다.", "사무실에 여기자가 있으면 남자 기자들이 불편하다." 같은 말을 듣다가 신물이 난 넬리 블라이는 뉴욕의 정신병원에 잠입해 취재 기사를 써오면 채용해 달라고 신문사 사장과 거래를 했다(이 신문사 사장이 바로 '퓰리처상'의 퓰리처다). 결국 넬리 블라이는 잠입 취재에 성공했고 <뉴욕 월드>에 채용되어 찬란한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말이 잠입 취재이지, 넬리 블라이가 정신병원에서 겪은 일들은 하나같이 끔찍하고 참혹하다. 정신병원의 역할은 수용된 환자들을 보호하고 치료해주는 것인데, 넬리 블라이가 수용된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은 환자들을 끊임없이 괴롭히고 학대했다. 병원에 들어오기 전에는 멀쩡했던 사람도 하루가 다르게 미쳐갈 정도였다. 넬리 블라이는 정신병원에 수용된 사람들은 한 사람씩 조사했는데, 그중에는 영어를 못해서 정신병원에 수용된 외국인도 있었고, 남편의 말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여자도 있었다.
넬리 블라이는 정부가 운영하는 복지 시설이 제대로 운영되고 있지 않은 실태와, 남성이 보기에 불편하고 부적절한 것은 전부 비정상, 정신병으로 취급하고 이를 근거로 여성을 억압하고 학대하는 현실을 고발한다. 이런 업적이야말로 위인전에 들어가야 할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