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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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이랑의 책을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인데, 문장이 단정하고 깨끗해서 앞으로 그의 책을 계속 찾아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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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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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디어클라우드'의 멤버 임이랑은 식물을 좋아하고 잘 키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나 역시 임이랑을 뮤지션이 아니라 <아무튼, 식물>을 쓴 작가로, EBS 라디오 <임이랑의 식물 수다>의 진행자로 먼저 알았다. 임이랑의 책을 읽은 건 이 책이 처음인데, 문장이 단정하고 깨끗해서 앞으로 그의 책을 계속 찾아 읽을 것 같다.


책에는 저자가 식물을 키우면서 경험한 일들, 생각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지금은 이름난 식물 애호가인 저자도 한때는 키우는 식물마다 죽이는 '식물 킬러'였다. 그랬던 저자가 식물 키우기의 고수가 된 건, 식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하고부터다. 예전에 저자는 어느 식물이나 일주일에 두 번씩 물 주고 햇볕을 쬐어주면 사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해서 식물이 죽으면 내가 식물 킬러라서 그렇다고 자책하고, 나와 식물은 안 맞는 것 같다고 좌절했다.


식물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거의 없다. 공부라고 해봤자 인터넷 검색창에서 식물 이름을 검색하는 정도다. 검색만 해봐도 내가 키우는 식물이 어느 계절에 잘 자라는 식물인지, 햇볕을 좋아하는지 그늘을 좋아하는지, 물을 많이 줘야 하는지 조금 줘도 되는지 알 수 있다. 무언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그것에 대해 배우고 이해하는 노력을 수반한다. 배우고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 좋아하는 것은 대상화와 다르지 않다.


책에는 저자가 국내외의 여러 식물원에 다녀온 이야기도 실려 있다. 영국과 일본, 이탈리아의 식물원에 다녀온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서울 마곡동에 새로 생긴 서울 식물원이 가장 궁금하다. 2019년 5월 정식 오픈한 서울 식물원에는 국내외 식물 관련 서적을 7천 권 이상 보유한 식물 전문 도서관을 비롯해 씨앗 도서관 등 다양한 시설이 있다고. 코로나19로 인해 현재는 임시 폐장한 상태이니 나중에 재개장하면 꼭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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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작품이 되다 - 밥장의 실크로드 예술 기행
밥장 지음 / 시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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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책을 좋아한다. 밥장 특유의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체를 좋아하고, 솔직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글도 좋아한다. <여행, 작품이 되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2019년 9월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매혹의 실크로드> 촬영을 위해 2018년 10월부터 중국, 이란, 인도를 2주씩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밥장이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 에세이가 어우러져 있는 구성이라서 마치 작가의 여행 수첩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 경험도 풍부하지만 중국의 서쪽 지역이나 이란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인도는 여행지의 깔끔함, 쾌적함을 따지는 취향 때문에 평생 가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중국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소수민족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취재를 할 때는 물론이고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취재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중국 공무원들 때문에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란은 저자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거리는 깨끗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무역제재 때문에 물가는 저렴하고 품질도 훌륭했다(여행 내내 '호갱'이 안 되려고 정신 바짝 차렸던 저자가 시라즈에서 진짜 페르시안 카펫을 대면하고 '지름신'을 만나는 대목이 이 책의 백미다). 다만 이란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라서 가벼운 와인조차 마실 수 없다. 여자라면 외국인도 예외 없이 히잡을 쓰고 다녀야 한다. 이런 점들만 해결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다.


인도는 저자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별로였다. 숙소는 더럽고 길거리는 소똥과 쓰레기가 넘쳐났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또 왜 그렇게 안 씻는지, 어딜 가나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하고 땀 냄새가 났다. 인도에서도 분명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지만, 불쾌한 기억이 쾌한 기억을 압도해 다시 인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의문이다. 가식이나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솔직함이 좋았다. 이래서 밥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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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정의 1
ICHTHY HOSPITAL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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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토끼를 닮은, 모 아이돌 그룹의 멤버를 좋아하는 동생을 위해 구입한 책이다. 구입한 김에 나도 한 번 읽어봤는데, 그림이 귀여운 것은 물론이고 내용도 유쾌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늠름한 늑대 두 마리를 부하로 거느린 보스 토끼다. 인간의 상식으로는 육식 동물인 늑대가 초식 동물인 토끼보다 우위여야 마땅할 것 같은데, 이 만화에서는 늑대가 토끼 앞에서 설설 긴다. 그도 그럴 게 이 토끼가 귀여워도 너무 귀엽다. 얼굴도 행동도 씹덕 그 자체다. 무시무시한 늑대들 앞에서 자신의 귀여움만 믿고 거드름을 피우는 토끼가 귀엽고, 마음만 먹으면 '한 입 거리'인 토끼를 보스로 모시는 늑대들의 모습이 우습다.


책 후반부에는 부록인 것 같기도 하고 외전인 것 같기도 한 별도의 만화가 실려 있다. 물론 이 만화의 주인공도 토끼다. 이마에 단 리본이 깜찍하고 앙증맞은 토끼 '키나코모치'의 미팅 이야기, 높은 경쟁률을 뚫고 대기업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엘리트 토끼 '니카이도 모코모코'의 회사 생활 이야기 등등 귀엽고 재미있는 토끼 만화가 한가득이다. 토끼를 좋아하는 분들에게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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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arte(아르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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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작가 정여울의 책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의 리커버판이 출간되었다.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초판을 언제 읽었는지 확인해보니 2013년 5월이다. 그때 내 나이 스물여덟. 서른 이후의 내 삶이 어떻게 펼쳐질지도 모른 채, 밤낮없이 일하면서도 노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자책하고, 어렵게 고른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면 어쩌나 방황하던 시기다. 그때로부터 지금의 나는 얼마나 성장했을까. 새 옷을 입고 다시 돌아온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읽으며 확인해 보았다.


이 책은 저자가 20대에게 보내는 헌사이자 연서 같은 책이다. 저자는 20대가 안고 있는 여러 가지 화두나 문제들을 우정, 여행, 사랑, 재능, 멘토, 행복, 장소, 탐닉, 화폐, 직업 등 스무 가지 테마로 정리하고, 각각에 대해 자신의 경험과 통찰을 녹여서 설명한다.


지금은 유명한 작가이자 방송 진행자이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대학에도 출강하는 저자이지만, 이런 저자도 20대에는 고민하고 방황하고 좌절한 적이 많았다. 부모님은 세 딸 중 장녀인 저자가 고시에 합격해 집안을 빛내줬으면 하는 기대를 내심 품고 계셨지만, 저자는 작가가 되어 쓰고 싶은 글을 마음껏 쓰고 싶은 꿈이 더 컸다. 그렇다고 작가의 길을 걷자니 생계가 불안하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고, 지금은 글을 쓰고 싶은 열정이 이만큼 크지만 나중에는 이 열정이 식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염려도 있었다.


20대를 지나 30대를 건너서 40대가 된 지금은 그때의 자신에게 이런 말을 들려주고 싶다. 20대가 괴롭고 힘든 건 당연하다. 뭔가를 이룬 적도 없고 손에 쥐고 있는 것도 없으니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들 만하다. 그렇게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면서 계속 배우고 익히고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20대라는 시기를 잘 보내고 있는 것이다. 다만 '내가 얼마나 아픈지'보다는 '내가 왜 아픈지'를 물었으면 좋겠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픈 것이 가족으로 인한 상처를 극복하지 못해서인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어서인지, 하고 싶은 일을 못 찾아서인지, 아니면 하고 싶은 일은 있는데 용기가 없어서 도전하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등등 구체적인 이유를 찾고 그것을 적극적으로 해결한다면, 20대를 잘 보내고 있는 것이고 20대 이후의 삶이 한결 더 가볍고 편안할 것이다.


오랜만에 다시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발견한 구절이나 화두가 아주 많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장은 이것이다.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남을 통해 드러날 때 우리는 심한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타인을 통해 나의 그림자를 보기 때문이다." (355쪽) 헤르만 헤세의 오랜 독자인 저자는 오랫동안 자신의 그림자를 끌어안는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나의 좋은 점, 잘난 점만 보지 말고, 나쁜 점, 부족한 점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면서 현대 사회에 넘쳐나는 혐오의 감정들을 떠올렸다. 여성 혐오, 성소수자 혐오, 노인 혐오, 아동 혐오, 외국인 혐오, 난민 혐오 등등. 혐오는 오직 약자에 대해서만 발현된다. 권력자, 부자, 남성, 이성애자를 비난하는 감정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혐오로 성립할 수는 없는 이유다. 약자를 혐오한다는 것은 약자가 가진 속성, 즉 약함을 혐오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왜 약함을 혐오할까. 애초에 약함이란 무엇일까. 누가 여성성을, 동성애를, 늙음을, 어림을, 낯섬을 약함으로 규정해온 것일까. 혐오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인 2013년에 이런 문제를 제기한 저자의 통찰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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