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작품이 되다 - 밥장의 실크로드 예술 기행
밥장 지음 / 시루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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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의 책을 좋아한다. 밥장 특유의 아날로그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림체를 좋아하고, 솔직하면서도 위트 넘치는 글도 좋아한다. <여행, 작품이 되다>는 일러스트레이터 밥장이 2019년 9월에 방영된 KBS 다큐멘터리 <매혹의 실크로드> 촬영을 위해 2018년 10월부터 중국, 이란, 인도를 2주씩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밥장이 직접 그린 그림과 직접 찍은 사진, 에세이가 어우러져 있는 구성이라서 마치 작가의 여행 수첩을 엿보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 경험도 풍부하지만 중국의 서쪽 지역이나 이란에는 가본 적이 없었다. 인도는 여행지의 깔끔함, 쾌적함을 따지는 취향 때문에 평생 가볼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막상 가보니 중국의 가장 서쪽에 위치한 신장 위구르 자치구는 소수민족을 통제하는 중국 정부의 정책 때문에 자유로운 여행이 불가능한 곳이었다. 취재를 할 때는 물론이고 카메라가 꺼졌을 때도 취재진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중국 공무원들 때문에 답답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란은 저자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 거리는 깨끗했고 사람들은 친절했다. 무역제재 때문에 물가는 저렴하고 품질도 훌륭했다(여행 내내 '호갱'이 안 되려고 정신 바짝 차렸던 저자가 시라즈에서 진짜 페르시안 카펫을 대면하고 '지름신'을 만나는 대목이 이 책의 백미다). 다만 이란은 이슬람교를 믿는 나라라서 가벼운 와인조차 마실 수 없다. 여자라면 외국인도 예외 없이 히잡을 쓰고 다녀야 한다. 이런 점들만 해결되면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나라다.


인도는 저자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별로였다. 숙소는 더럽고 길거리는 소똥과 쓰레기가 넘쳐났다.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또 왜 그렇게 안 씻는지, 어딜 가나 사람들의 열기로 후끈하고 땀 냄새가 났다. 인도에서도 분명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지만, 불쾌한 기억이 쾌한 기억을 압도해 다시 인도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의문이다. 가식이나 포장 없이 있는 그대로, 좋은 건 좋다고, 싫은 건 싫다고 말하는 솔직함이 좋았다. 이래서 밥장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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