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와 나오키 코믹 2
후지모토 시게키 지음, 이케이도 준 원작, 츠하 케이이치 구성 / 대원씨아이(만화)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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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일본 드라마로 본 <한자와 나오키>를 만화로 읽고 있다. 원작은 이케이도 준의 소설인데, 총 4권인 데다가 한 권 한 권의 분량이 상당해서 이쪽은 도무지 읽을 엄두가 안 나고 우선 만화에 도전했다. 만화의 좋은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이야기가 주로 대사로 전개되어 읽기 쉽고, 그림으로 표현되어 이해하기 쉽다는 것. 게다가 원작에는 없는 약간의 코믹 신이 추가되어 그걸 찾는 재미도 쏠쏠하다. 


2권에선 5억 엔에 달하는 채권을 회수하지 못하면 회사에서 잘릴 위기에 처한 한자와 나오키의 분투가 그려진다. 한자와가 이런 위기 상황에 몰린 건, 한자와가 재직 중인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 지점의 지점장 아사노가 억지로 서부오사카철강에 융자를 내주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막상 몇 달 후 서부오사카철강이 도산하고 융자를 갚을 길이 없어지자, 명령을 한 지점장은 나 몰라라 하고 자신의 책임을 한자와에게 떠넘긴 상황. 가뜩이나 답답한데, 도쿄 본사에선 한자와를 표적으로 한 내부조사를 실시하고, 여기에 국세국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한자와는 점점 더 벼랑 끝으로 몰린다. 


드라마를 봤기 때문에 등장인물들이 각각 어떤 사람이고,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화를 계속 보고 있는 건, 만화만의 표현 방식이 있기 때문. 특히 인물의 생김새가 드라마에서 해당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실제 모습과 상당히 비슷해서(싱크로율이 높다)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난다(특히 오오와다 상무 ㅋㅋㅋ). 드라마에선 잘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내용도 만화로 보니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역시 금융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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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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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관한 내용인데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눈이 뜨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역시 저자가 빚어낸 소박하고 아름다운 문장 덕일까. 오랜만에 맑은 글을 읽어서 마음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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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산책 말들의 흐름 4
한정원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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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에 문학동네 강윤정 편집자 님이 운영하시는 유튜브 '편집자k'를 알게 되어 열심히 시청하는 중이다. 추천하신 책들도 거의 다 구입해 읽어보고 있는데 아주 높은 확률로 만족스럽다. 아무래도 직접 책을 기획하고 편집하는 일을 하는 분이다 보니, 책을 관찰하고 분석하는 안목이 평범한 독자(=나)들의 눈과는 차원이 다름을 실감한다. 


<시와 산책>은 얼마 전 업로드된 올해의 책 영상에서 보고 구입했다. 영상을 보기 전부터 이 책의 존재는 알았는데, 선뜻 구입할 마음이 들지 않았던 건 아무래도 '시'라는 단어 때문이었던 것 같다. 정확히는 시라는 장르에 대한 무지함에서 비롯된 난처함. 그래도 편집자k 님이 추천하셨으니 어디 한 번 읽어보자, 하고 읽어보니, 일단은 에세이라서 그런지 시처럼 난해하지 않았고, 그래도 시인이 쓴 글이라서 그런지 단어의 선택이나 표현의 방식이 어딘지 모르게 다른 작가들보다 한층 더 섬세하고 깊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 같은 에세이, 에세이 같은 시랄까. 


이 책은 문창과 졸업 후 글을 쓰고 영화를 만들며 조용히 살고 있는 저자의 일상을 담고 있다. 외풍이 그대로 들어오는 추운 방에서 이웃들이 내는 층간 소음을 견디고, 오갈 데 없는 길고양이들을 찾아다니며 물과 밥을 주고, 동네에 종종 오는 과일 트럭 아저씨와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에 관한 내용인데도 왠지 모르게 마음이 열리고 눈이 뜨이는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역시 저자가 빚어낸 소박하고 아름다운 문장 덕일까. 오랜만에 맑은 글을 읽어서 마음이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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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잡지 - 좀 더 제대로 살고 싶습니다 아무튼 시리즈 6
황효진 지음 / 코난북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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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대해 특별한 애정이 있었던 게 아닌데도, 이 책에 나오는 대부분의 잡지들을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저자와 같은 1980년대 중반에 태어난 '90년대 키드'이기 때문일 터. 부모님이 사주신 만화 잡지 <나나>로 시작해 <윙크>, 패션 잡지 <쎄씨>, <에꼴>, <유행통신>, 일본 잡지 <POPEYE>, <BRUTUS>등으로 관심 범위를 넓혔다는 저자처럼, 나 역시 초등학교 때부터 <나나>, <파티> 같은 읽었고, <유행통신>, <신디 더 퍼키> 같은 패션 잡지를 열독했으며, 20대 이후부터는 일본의 패션 잡지, 만화 잡지, 정보지, 생활지, 문예지 등등을 두루두루 읽었기에 저자의 이력이 무척 반가웠다. 


잡지를 좋아해서 각고의 노력 끝에 동경하던 잡지 기자가 되었으나, 매체 환경의 변화로 인해 다니던 잡지사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현재는 프리랜서 기획자, 작가로 지내게 된 과정도 인상적이었다. 얼마 전 모 뮤지션의 SNS에서 모 음악 프로그램에서 노래 부를 날을 꿈꾸며 뮤지션이 되었는데, 정작 뮤지션이 되고 나니 그 음악 프로그램이 폐지되어 아쉬웠다는 글을 읽은 게 생각났다. 어린 시절에 상상했던 미래가 어른이 되어서 펼쳐진다는 보장은 없지만, 잡지나 잡지 기자처럼 어떤 매체나 직업이 아예 사라지거나 그 의미나 역할이 달라지는 경우에는 어떻게 되는 걸까. 저자의 경우에는 잡지라는 매체의 단발성, 휘발성이 좋아서 잡지 기자가 되었는데, 잡지보다 더 단발성, 휘발성을 가진 SNS가 등장하면서 상대적으로 잡지가 느린 매체, 장기적, 영구적으로 정보를 전달, 보관하는 매체로 역할이 바뀌는 것을 보며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기사를 쓰면서 느낀 한계와 환멸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페미니즘을 만나기 전과 후, 여성 연예인, 특히 걸그룹 아이돌에 대한 관점이나 인식이 어떻게 바뀌었는가에 대한 고백이 인상적이었다. 인터뷰 대상에게 페이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에 대한 지적도 좋았고, 회사를 나와 저자가 직접 독립출판물로 잡지를 출간하면서 겪은 고충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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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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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경 작가의 등단작 <새의 선물>은 1995년을 살고 있는 화자 '나(진희)'가 열두 살이었던 1969년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전라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 외삼촌, 이모와 함께 사는 진희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어른 못지않게 성숙하고 태도도 점잖다. 하지만 이따금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묘사나 사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어린애 티가 나는데, 그때마다 픽 하고 웃음이 나면서도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녀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이 끓어올랐다. 가령 생각이나 행동이 조카보다 철없을 때가 있기는 해도 엄연히 어른인 이모에 대해 적개심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대목이라든가, 그런 이모와 한 남자를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대목 등등. 


엄하기는 해도 언제나 넓은 마음으로 '나'를 받아주는 할머니와 서울 법대에 다니는 삼촌, 명랑한 이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웃자란 마음의 빈 공간을 천천히 채워가던 '나'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불완전하지만 온화했던 어린 시절과 돌연 결별하고 마음의 문을 굳게 잠글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끌려간다. 갑작스러운 단절로 인해 영원히 성숙할 수 없는 '어른 아이'로서 살게 된 '나'의 모습이 그래서 더 아프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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