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개정판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은희경 작가의 등단작 <새의 선물>은 1995년을 살고 있는 화자 '나(진희)'가 열두 살이었던 1969년을 회고하는 방식으로 쓰였다. 전라도의 한 시골 마을에서 할머니, 외삼촌, 이모와 함께 사는 진희는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 어른 못지않게 성숙하고 태도도 점잖다. 하지만 이따금 주변 사람들에 대한 묘사나 사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어린애 티가 나는데, 그때마다 픽 하고 웃음이 나면서도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야 했던 소녀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이 끓어올랐다. 가령 생각이나 행동이 조카보다 철없을 때가 있기는 해도 엄연히 어른인 이모에 대해 적개심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대목이라든가, 그런 이모와 한 남자를 두고 삼각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스스로 착각하는 대목 등등. 


엄하기는 해도 언제나 넓은 마음으로 '나'를 받아주는 할머니와 서울 법대에 다니는 삼촌, 명랑한 이모의 보살핌을 받으며 웃자란 마음의 빈 공간을 천천히 채워가던 '나'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인해 불완전하지만 온화했던 어린 시절과 돌연 결별하고 마음의 문을 굳게 잠글 수밖에 없는 환경으로 끌려간다. 갑작스러운 단절로 인해 영원히 성숙할 수 없는 '어른 아이'로서 살게 된 '나'의 모습이 그래서 더 아프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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