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코드 (특별합본판)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이지민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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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같이 노력해도 왜 누구는 성공하고 누구는 실패할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대니얼 코일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탤런트 코드>는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가장 핵심적인 요인이 무엇인지를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글쓰기든 스포츠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평범한 수준 이상으로 잘할 수 있게 되는 데에는 공통적인 '스킬'이 필요하다. 이 스킬을 습득하는 데에는 지능도 재능도 의욕도 상관없다. 이 스킬은 인간의 뇌가 설계된 방식과 관련이 있으며, 인간의 뇌가 설계된 방식을 이해하면 누구나 쉽게 이 스킬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스킬은 미세한 전기 신호가 사슬처럼 연결된 신경섬유 회로를 통해 이동함으로써 습득된다. 이때 미엘린이라는 신경 전열 물질이 신경섬유를 감싸는 역할을 한다. 야구 스윙을 연습하거나 피아노를 연주할 때 회로에 정확한 신호가 발사되면 미엘린이 신경 회로 주위를 겹겹이 감싸면서 절연층을 만든다. 미엘린층이 두꺼워질수록 절연 효과가 커지며, 실력이 향상되고 속도도 빨라진다. 재능을 좌우하는 비밀,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미엘린층을 두껍게 만들기 위해서는 심층 연습이 필요하다. 바보 같아 보일 만큼 수없이 실수할수록, 그리고 그 실수를 교정하기 위해 수없이 연습하고 교정할수록, 미엘린층이 두꺼워지고 실력이 향상되고 스킬이 습득된다. 책에는 이를 증명하는 다양한 사례가 나온다. 피아노를 잘 치고 싶다면, 한 곡을 백 번 듣는 것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연주해보는 것이 낫다. 백 번 실수하면서 연주하는 것이 딱 한 번 완벽하게 연주하는 것보다 낫다. 틀릴 때마다 더 나아질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니 틀려도 괜찮다. 틀려야 괜찮다. 


나이가 들수록 배움이 어려운 것 역시 미엘린층과 관련이 있다. 나이를 먹을수록 미엘린층이 벌어져 절연 효과가 낮아지고 학습 효과가 축적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미엘린의 급증은 30대에 끝나지만 전반적인 양은 50대까지 꾸준히 증가한다. 미엘린층은 알츠하이머 발병률과도 관련이 있다. 교육을 많이 받고 지속적으로 받은 사람일수록 미엘린층이 두꺼워서 알츠하이머 발병률이 낮을 수 있다.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배움을 놓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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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는 세계
미우라 시온 지음, 서혜영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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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의 길이란 엄중하다는걸, 곁에서 보는 나조차도 느낄 수 있었어. 여자에게는 더욱 그래." 미우라 시온의 장편 소설 <사랑 없는 세계>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다. 주인공 후지마루의 직업은 요리사다. 전문학교 졸업 후 양식당 '엔푸쿠테이'에 취업한 후지마루는 어느 날 식당 근처에 있는 도쿄대학교 대학원 식물학과 연구실로 음식을 배달하러 갔다가 연구원 모토무라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런 후지마루에게 식당 주인이자 스승인 쓰부라야가 충고한다. "여기 엔푸쿠테이에서 지금까지 수도 없을 정도로 여성 연구자의 송별회가 열렸어. 결혼이나 출산이나 남편의 전근 등으로 연구를 중단해야 했던 사람들을 많이 봐왔다는 얘기야." 그러면서 덧붙인 말. "어느 세계에나 눈이 맞아 노닥거리는 놈들은 반드시 있어. 하지만 말이지, 넌 그렇게 되면 안 돼." 아무래도 사랑에 빠져 본업인 요리를 등한시하는 제자를 야단치기 위해 한 말인 듯하지만, 그래도 후지마루는 모토무라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멈출 수 없어 보인다. 


결국 후지마루는 용기를 내서 모토무라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모토무라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에게는 식물이 연애나 결혼보다 우선이라며 거절한다. 차이고 또 차여서 '후라후라무라'라고 불리면서도(일본어로 '차이다'라는 뜻을 가진 '후라레루'의 '후라'와 후지마루의 '마루'를 합한 말) 계속해서 모토무라에게 대시하는 후지마루. 그 모습이 불쾌하거나 음흉해 보이지 않는 건, 후지마루가 자신이 사랑한다는 이유로 상대에게 사랑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세계를 이해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후지마루는 모토무라가 (본인이 원하는 대로) 한 사람 몫의 연구자가 될 때까지 전력으로 서포트해 주고 싶어 하고, 매일 맛있는 밥까지 만들어준다. 요리를 좋아하는 남자는 요리를 하고, 연구를 좋아하는 여자는 연구를 하고. 누구도 자신의 직업을 포기하거나 장래를 희생하지 않고 각자의 생활을 지키면서 교제를 이어가는 것. 이것이야말로 바람직한 연애, 바람직한 관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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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스 형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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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작품들과 닮은 듯하면서도 다른 느낌이 있다. 읽는 동안 가족에 대해, 관계에 대해, 혐오에 대해, 용서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던 명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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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스 형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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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소설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소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물론 배경이 미국 메인 주인 것도 같고, 백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도 같지만, 남자 형제가 중심이고 '혐오 범죄'라는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이 소설 다음에 발표한 소설이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난한 백인 중산층 가정의, 부모로부터 충분한 관심을 못 받는 막내이자 딸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버지스 남매의 막내인 수전이 루시 바턴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이 소설에는 삼남매가 등장한다. 장남 짐은 뉴욕에서 성공한 변호사이고, 차남 밥은 뉴욕에서 일하는 법률 보조원이다. 이들의 고향은 뉴욕에서 자동차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메인 주이며, 고향에는 막내 수전이 아들 잭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짐과 밥은 수전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수전의 아들 잭이 이슬람 사원에 돼지머리를 던져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었다. 수전은 실력 있는 변호사인 짐이 와주길 바라지만, 동생들에게 무심한 짐은 휴가를 핑계로 밥만 보낸다. 어려서부터 다정하고 착했던 밥은 최선을 다해 수전과 잭을 돕지만, 수전과 잭에게 필요한 건 무능한 자신이 아니라 유능한 짐이라며 자책한다. 


잭의 사건은 빨리 해결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종결이 늦어진다. 메인 주의 이슬람교 신도들인 소말리족 사람들이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보고 연방 법원에 기소할 뜻을 밝힌 것이다. 결국 짐까지 고향에 와서 해결에 나서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이제껏 버지스 가족 내에서 금기시된 문제들까지 봉인 해제된다. 짐이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 중에서도 가장 큰 죄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충격과 공포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빨리 짐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밥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밥이라면 평생 짐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용서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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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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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을 대표하는 문화비평가이자 문학평론가인 테리 이글턴의 책이다. 이름은 많이 들어봤지만 그가 쓴 책을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란 하나로 정의되기 힘든 다면적이고 복잡한 개념이기 때문에, 저자는 문화의 개념을 정의하는 대신 여러 가지 다른 관점에서 문화라는 주제를 소개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영국의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와 독일의 철학자 요한 고트프리트 헤르더, 영국의 문인 T.S. 엘리엇과 레이먼드 윌리엄스, 오스카 와일드의 작업을 소개한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이 중에 버크와 와일드가 아일랜드계 영국인이라는 사실을 알아챘을 터. 저자는 버크와 와일드 외에도 다수의 아일랜드계 영국인 명사들을 소개함으로써 식민지 출신으로서 본국에서 성공한 인물들의 보편적인 특징과,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문화의 특성을 짚는다. 


18세기 작가이자 정치가인 에드먼드 버크는 대표적인 보수주의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노예제에 반대했고 미국의 독립에 찬성했다. 저자는 그 이유를 버크의 출신에서 찾는다. 엄밀히 말해 영국은 버크의 모국이 아니었고, 아일랜드 출신인 버크에게 영국의 식민지 정책이 달가울 리 없었다. 이처럼 인간은 그 어떤 정치적, 군사적 상황 하에 있어도 자신이 실제로 '귀속'되어 있다고 여기는 문화적 배경으로부터 벗어난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 이를 간파한 버크는 국가가 국민을 효과적으로 통치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폭력이 아닌 관습, 전통, 풍습 등을 이용해야 하며, 이는 식민지 통치에도 마찬가지라고 보았다. 권력은 오직 감성을 통해서만 문화로 확장되어 뿌리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스카 와일드는 에드먼드 버크처럼 아일랜드이고 후에 런던에서 유명 인사가 되었다. 저자는 와일드와 버크가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로 '소수자성'을 든다. 식민지에서 온 이들은 모국어를 버리고 본국의 언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더욱 촘촘한 자의식을 가지게 된다. 모국의 문화를 버리고 본국의 문화를 배우는 과정에서 주변부에 위치해 중심을 관찰하는 훈련을 하게 되고, 이를 통해 중심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욱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게 된다. 와일드가 버크와 다른 점은 '예술을 위한 예술'에 탐닉했다는 것인데, 이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정치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경제적 목적이나 이윤적 동기가 없는 예술 활동이야말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가장 저항적이고 전복적인 행위가 아니겠는가. 반대로 생각하면 현대의 예술 활동에는 반드시 경제적 목적과 이윤적 동기가 결합되어 있으며, 이는 예술이 순수성을 잃고 자본에 잠식되었다는 방증이다. 


마지막 장에서 저자는 자본주의가 어떻게 문화를 망치는지 소개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문화산업'이라는 말은 언뜻 듣기에는 문화를 산업화해 문화 생산을 더욱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문화의 영역을 더욱 넓히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문화 영역에 있어서 문화가 아닌 산업의 비중이 확대되어 오히려 문화 고유의 역할을 축소시키고 문화의 다양성, 다면성을 저해한다. 나아가 자본주의를 당연한 원리로 받아들인 현대인들은 성이나 피부색, 성정체성, 장애 등을 이유로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가난한 사람을 차별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고 일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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