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스 형제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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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이 소설이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의 다른 소설과 많이 다르다고 생각했다. 물론 배경이 미국 메인 주인 것도 같고, 백인 가정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점도 같지만, 남자 형제가 중심이고 '혐오 범죄'라는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렇게 느낀 것 같다. 이 소설 다음에 발표한 소설이 <내 이름은 루시 바턴>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가난한 백인 중산층 가정의, 부모로부터 충분한 관심을 못 받는 막내이자 딸이라는 점에서) 아마도 버지스 남매의 막내인 수전이 루시 바턴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 싶다. 


이 소설에는 삼남매가 등장한다. 장남 짐은 뉴욕에서 성공한 변호사이고, 차남 밥은 뉴욕에서 일하는 법률 보조원이다. 이들의 고향은 뉴욕에서 자동차로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메인 주이며, 고향에는 막내 수전이 아들 잭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짐과 밥은 수전으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는다. 수전의 아들 잭이 이슬람 사원에 돼지머리를 던져서 경찰에 체포되었다는 것이었다. 수전은 실력 있는 변호사인 짐이 와주길 바라지만, 동생들에게 무심한 짐은 휴가를 핑계로 밥만 보낸다. 어려서부터 다정하고 착했던 밥은 최선을 다해 수전과 잭을 돕지만, 수전과 잭에게 필요한 건 무능한 자신이 아니라 유능한 짐이라며 자책한다. 


잭의 사건은 빨리 해결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종결이 늦어진다. 메인 주의 이슬람교 신도들인 소말리족 사람들이 이 사건을 '혐오 범죄'로 보고 연방 법원에 기소할 뜻을 밝힌 것이다. 결국 짐까지 고향에 와서 해결에 나서지만 좀처럼 풀리지 않고, 설상가상으로 이제껏 버지스 가족 내에서 금기시된 문제들까지 봉인 해제된다. 짐이 저지른 크고 작은 잘못 중에서도 가장 큰 죄를 알게 되었을 때 느낀 충격과 공포는 오랫동안 잊히지 않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예상보다 빨리 짐을 용서하고 받아들이는 밥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밥이라면 평생 짐을 용서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 용서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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