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있지 말아요 - 당신의 가슴속에 영원히 기억될 특별한 연애담
정여울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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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준비하면서 나는 '아무리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도 사랑을 전혀 모르겠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그런데 이런 나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존경하는 심리학자 융인데, 그조차 인정한 것이다. 융은 고백한다. "내 모든 경험상 사랑은 거의 다 올라갔다고 생각했을 때 더 높이 우뚝 솟아 있는 거대한 산과 같습니다." 융은 무한한 사랑의 모순을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찾을 용기가 없다고 털어놓는다. 도저히 그 학문의 깊이를 짐작할 수 없는 위대한 대가의 뜻밖의 겸허함이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나는 사랑을 잘 모르지만, '사랑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되새기고 싶다. 사랑을 꿈꾸지만 사랑 때문에 늘 상처받는 사람들과 함께, 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들의 감동을 나누고 싶다. 사랑이야말로 끝나지 않는 철학의 샘물이고, 어떤 이론으로도 완전히 분석할 수 없는 삶을 예리하게 투시하는, 보이지 않는 현미경이니까. (pp.17-8)

  

 

소설, 영화, 음악 등 여러 예술 장르에서 역사상 가장 많이 다뤄진 테마는 단연 사랑일 것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수많은 예술가들의 노력과 탐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알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은 테마 역시 사랑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흔해 빠졌다고 욕하면서도 연애 소설을 찾아 읽고, 주말마다 로맨스 영화를 보는 것도 모자라 주중에는 드라마에 몰두하고, 쉴새 없이 사랑 노래를 들어대는 것이 아니겠는가.

 

 

문학평론가 정여울의 <잘 있지 말아요>를 보니 사랑과는 담 쌓은 삶을 살 것 같아 보이는(?) 학자들 또한 사랑에 관심이 많은 모양이다. 문학평론가이면서 철학자이기도 한 저자가 사랑을 테마로 한 서평집을 낸 것을 보면 말이다. 이 책은 사랑, 연애, 이별, 인연 - 이렇게 네 개의 키워드 아래 고전부터 현대, 영화 원작에 이르는 서른 일곱 편의 소설에 대한 평론을 담은 문학평론집 또는 서평집이다. 서평집에는 안 읽은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서평집과 읽은 책을 다시 읽고 싶게 만드는 서평집, 이렇게 두 부류가 있는데, 이 책은 주로 후자다. 책으로 읽었든 영화로 보았든 간에 이 책을 읽고난 후 다시 찾고 싶어진 작품이 참 많다. 

 

 

다나베 세이코의 소설이 원작인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 그렇다. 고등학교 때 대학교 훈남 선배 같은 외모의(정작 나는 여대에 갔지만) 츠마부키 사토시를 보겠다는 일념으로 보았던 이 영화를 대학교를 졸업하고도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책을 통해 돌아보니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전에는 대학생 츠네오가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조제를 만나 풋풋한 사랑을 하는 모습이 아름다운 한편, 결국에는 현실의 장벽 앞에 무너지는 모습이 슬프기만 했는데, 어느덧 영화 속 그들보다 나이를 먹고보니 사랑을 단념한 조제가 츠네오를 만나 처음으로 마음을 연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츠네오가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순수한 사랑을 해본 것이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알겠다. "사람들은 사랑이 싫어서가 아니라 사랑이 끝나고 난 후의 외로움이 두려워서 사랑을 피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나이를 먹고 사랑의 횟수가 늘수록 사랑 자체보다는 사랑한 후의 고독과 아픔이 싫어서 겁을 내는 일이 많아진다. 아마 영화를 다시 본다면 두려움을 이기고 사랑에 뛰어든 조제가 멋져서, 그런 사랑을 한 번이라도 해볼 수 있었던 츠네오가 부러워서 눈물이 나겠지.

 

 

토마스 만의 소설 <베니스에서의 죽음>도 그렇다. 몇 년 전에 이 소설을 읽었을 때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한 천재 예술가 아셴바하가 휴양차 베니스에 갔다가 타치오라는 미소년을 만나 그곳에서 죽음을 맞는 게 아깝고 어이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책을 통해 다시 보게 되었다. 저자의 말대로 "그 사람이 아니라면 결코 선택하지 않았을 위험천만한 모험을 기꺼이 선택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임을" 전에는 몰랐지만 이제는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스탕달의 <적과 흑>, 가스통 르루의 <오페라의 유령>,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등 오래 전에 읽었고 익히 알고 있는 고전문학뿐 아니라 이언 매큐언의 <속죄>, 201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의 <곰이 산을 넘어오다> 등 현대문학, 스티븐 크보스키의 <월플라워>, 매튜 퀵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같은 영화 원작 소설이 두루두루 소개되어 있다"사랑이야말로 끝나지 않는 철학의 샘물이고, 어떤 이론으로도 완전히 분석할 수 없는 삶을 예리하게 투시하는, 보이지 않는 현미경"이라는 저자의 말을 믿고, 이번 가을, 사랑에 빠진 문학 속에 빠져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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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천재들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 학습자들을 찾아서
마이클 에라드 지음, 박중서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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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메조판티의 친구이기도 한 교황 그레고리우스 16세(1765~1846)가 그를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으로 세계 각국에서 온 학생 수십 명을 대령시켰다.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학생들은 메조판티 앞에서 무릎을 꿇고 경의를 표했다가 얼른 일어나면서 그에게 말을 걸었다. "저마다 자기 모국어로, 단어가 워낙 풍부하고 어조가 워낙 유창했으며, 방언 특유의 은어까지 동원되다 보니, 상대방의 말을 이해하는 것은 고사하고 차마 들을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메조판티는 전혀 굴하지 않고 "한 사람씩 상대하면서, 각자의 모국어로 대답해 주었다." 급기야 교황은 이 추기경이 승리를 거두었다고 선언했다. 어느 누구도 메조판티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p.16) 

  

"크램시에 따르면, 한 가지 언어를 안다는 것은 당신이 그 원어민의 문화를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은 그 언어의 문화적 짐 덩어리를 들고 다니는 것이다. 이는 다른 무엇보다도, 여러분이 이 언어로, 또는 저 언어로 말하려고 선택하는 것의 중요성을 안다는 뜻이다." (p.45)

 

"물론 당신의 삶 속에 더 많은 언어를 가질수록, 당신의 경험은 더 풍부해지게 되지만, 그 모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보다도 더 많은 여행과 접촉이 필요하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 기껏해야 너덧 가지의 언어밖에는 할 수 없다고 말하는 거에요." (pp.47-8)

 


나는 여러가지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것이 꿈이다. 버킷리스트 윗줄에 떡하니 프랑스어 배우기, 중국어 마스터하기 같은 소망을 써놓은 것은 물론, 생각날 때마다 외국어 교재를 구입하거나 학원에 등록하기도 한다. 문제는 '작심삼일'이라는 말대로 얼마 안 가 흐지부지되는 일이 다반사라는 것. 작심삼일도 삼일마다 하면 된다지만, 이상하게도 외국어 공부만큼은 다른 공부나 취미처럼 지속하기가 어렵고 실력이 잘 늘지도 않는다. 학업과 취업에 필요해서 배운 영어, 학창시절에 드라마, 영화를 보며 마스터한 일본어처럼 당장의 필요나 강렬한 욕구가 없이는 외국어를 배우기 어려운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말조차 이 사람 앞에서는 핑계 내지는 변명일런지도 모르겠다. <언어의 천재들>에 소개된 역사상 가장 많은 언어를 구사한 초다언어구사자, 언어 천재 주세페 메조판티는 무려 72가지의 언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19세기 성직자인 그는 모국어인 라틴어와 볼로냐어를 포함하여 아랍어, 히브리어, 칼데아어, 콥트어, 페르시아어, 터키어, 알바니아어, 몰타어, 에스파냐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독일어, 네덜란드어, 폴란드어, 심지어는 중국어까지 구사했다고 전해진다.

 

 

텍사스 대학교 출신의 학자인 저자 마이클 에라드는 세계 각지에서 영어 교육자로 일하다가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외국어 습득 열풍에 놀라 언어 천재들의 노하우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전설적인 언어 천재 메조판티를 알게 되었고, 그가 단기간에 수많은 언어를 습득하게 된 비결을 찾아나섰다. 책에는 메조판티의 천재적인 능력을 설명하기 위한 몇 가지 언어 학습 이론과 현대의 초다언어구사자들의 사례, 유전 또는 뇌신경학적 요인 등이 자세하게 나와있다. 흔히 지능지수가 높을수록, 남자보다는 여자가 외국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저자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틀리다. 사람들의 편견과 달리 지능지수나 성별, 유전 같은 요인은 외국어 능력을 결정하는 절대적인 변수가 아니다. 오히려 해당 언어에 대한 문화적 이해나 애착이 더 중요하다. 피아노 건반을 잘 치는 것과 모차르트를 깊이 이해하고 연주하는 것은 별개인 것처럼, 토익 점수가 높은 것과 영어권 사람들이 사용하는 맥락 속에서 적절히 사용하는 능력은 별개인 것처럼, 외국어를 그저 아는 것과 실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어를 습득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해당 외국에 나가서 살아야 하는가? 비단 그런 것은 아니다. 교통 수단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던 18세기에도 메조판티는 72개 외국어를 습득할 수 있지 않았던가. 저자는 연구를 통해 섀도잉(외국어의 소리를 듣는 바로 그 순간에 그 소리와 똑같이 발음하려고 시도하는 연습)이라든가, 껌 씹기, 차, 커피 마시기 등의 방법이 외국어 습득에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뿐만 아니라 인위적으로 옥시토신, 도파민의 작용을 활발히 하거나, 암페타민, 두뇌유래신경영양인자(BDNF) 등 약물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18세기 인물인 메조판티는 이러한 인위적인 방법이나 약물에 의존하지 않고도 72가지 외국어를 마스터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가 그 옛날에 이렇게 많은 외국어를 습득하고 전설적인 언어 천재가 된 진짜 비결은 무엇인가? 그 답은 책 마지막 부분에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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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 - 애니메이션과 인문학, 삶을 상상하는 방법을 제안하다
정지우 지음 / 이경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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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 빠진 인문학>은 애니메이션을 인문학의 관점에서 분석한 책이다. 고려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을 공부한 저자 정지우는 <청춘 인문학>, <삶으로부터의 혁명> (서평 http://blog.naver.com/minorstars/100178948811) 등의 인문학에 관한 책을 주로 써왔다. 만화나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도 아니고, 더군다나 인문학에는 조예가 깊지 않은데, 막상 읽어보니 유명한 작품과 작가들 위주라서 친숙하고, 학문적인 내용도 크게 어렵지 않았다.  



책에는 <그렌라간>, <원피스>, <강철의 연금술사>, <충사>, <진격의 거인> 등의 작품들과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 일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먼저 1부에서 저자는 <그렌라간>과 <원피스>를 통해 중세와 근대, 현대의 사회 구조와 인간상이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한다. 크게 중세는 신을, 근대는 국가를, 현대는 개인을 중시하는 것이 차이라고 볼 때, 인류의 진보를 긍정하고 개인보다 국가와 사회를 중시하는 <그렌라간>은 근대를, 각 개인의 개성을 중시하고 다원적인 가치를 긍정하는 <원피스>는 현대를 상징하는 작품이다. 나아가 <원피스>는 유동적이고 파편화된 세계를 그린다는 점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이 제시한 '액체 시대' 개념과 일맥상통하며, 자기 자신만의 꿈, 신념, 열정 등을 중시한다는 점에서는 이사야 벌린이 제시한 '낭만주의적 인간' 개념과 일치한다. <원피스>가 십여 년 간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며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잡은 현상에는 이같은 인문학적인 배경이 있구나 싶었다.



2부에서는 <강철의 연금술사>, <충사>, <진격의 거인> 같은 작품을 통해 현대의 문제와 그 대안에 대해 제시한다. 현대 사회의 문제로는 소비 중독, 불안, 자존감의 상실 등을 들 수 있는데, 환상의 세계를 그린 만화 속에도 이러한 문제들이 내포된 경우는 많다. 여기에 대해 <강철의 연금술사>는 성공이나 부, 명예 등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해나가는 데서 오는 만족, 그리고 타인과 나누는 우정과 사랑'을 최고의 가치로 제시한다는 점에서 대안적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진격의 거인>은 더 심오하다. 근대성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존의 작품들은 개인적인 욕망이 사회적인 가치에 의해 좌절되고 희생되는 경우를 그리는 일이 많았으나 <진격의 거인>은 다르다. 주인공 에렌이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이유는 다름아닌 개인적인 욕망 때문이다. 개인적 만족이 사회나 타인의 이득과 충돌하지 않는다는 사실, 개인과 집단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다는 점을 긍정한 점이 차별화된 부분이며, 인기 요인으로도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마지막 3부에서는 미야자키 하야오, 신카이 마코토, 호소다 마모루 등 유명 일본 작가들의 작품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얼마 전 은퇴 선언을 하여 많은 팬들을 아쉽게 한 미야자키 하야오는 사회비판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의 작품들도 더러 그렸지만,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벼랑 위의 포뇨> 같은 전원적이고 환상적인 내용의 작품들을 자주 그렸다. 현대적이고 세련된 것을 추구하는 대중의 취향을 고려할 때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리는 전통적이고 향토적, 환상적인 세계는 언뜻 핀트가 안맞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상상과 환상, 가능성을 답으로 제시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상상과 환상, 그로 인해 만들어진 세계는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또 우리에게 다른 꿈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품게 한다." (pp.148-50) 신카이 마코토와 호소다 마모루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현대 문명이 잃어가고 있는 감수성이 역으로 현대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것이다.



만화와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새로운 통찰을 가져다주고, 인문학이나 문화 비평에 관심 있는 사람에게는 애니메이션이라는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제안한다는 점에서 추천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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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황금시대]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새로운 황금시대 - 비즈니스 정글의 미래를 뒤흔들 생체모방 혁명
제이 하먼 지음, 이영래 옮김 / 어크로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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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의 뗏목이나 카누 제작이 강에 떠내려오는 통나무 위에 새나 동물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본 데에서 비롯되었으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도예 기술에 있어서 호리병벌보다 나은 스승은 없다. 그들의 기법과 디자인은 초기 인류의 그것과 거의 동일하다. 죽은 나무의 섬유에 침을 섞는 1100종의 종이 말벌은 인류의 제지 기술에 영감을 주었을 것이다. (중략) 건축 기둥은 확실히 연 줄기의 구조를 모사하고 있다. 파라오의 무덤에서 발견된 갑옷 조각은 옷감 위에 금속으로 된 물고기 비늘을 덧대 꿰멘 모습을 하고 있다. 이집트 무덤의 비율은 나무의 생장률과 일치한다. (pp.41-2)



경제경영서인 데다가 제목이 <새로운 황금시대>라서 금투자나 금본위제에 대한 이야기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서문을 읽고서야 자연을 모방한 기술을 비즈니스에 응용하는, 듣도보도 못한 생체모방 비즈니스에 관한 책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문과 출신의 사회과학도인 나에게는 너무나도 요원한 분야가 아닐 수 없었다. 게다가 이 책 두께도 상당한데, 끝까지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읽기도 전에 한숨부터 나왔다(휴우우).



다행히도, 책의 내용이 그리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과학 용어나 전문 지식을 전부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맥락으로 알 수는 있었다. 게다가 생체모방이라는 기술이 생각외로 일상 생활에 많이 들어와있고 쉽게 볼 수 있는 것이어서 새롭게 알게된 것이 많았다. 가령 아무 생각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비행기나 배의 형태라든가 건축 디자인이 사실은 자연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는 점이 신기했다. 인간의 기술이라든가 아이디어라는 게 의외로 별것 아니다 싶기도 하지만, 자연의 상태가 최적임을 깨닫고 거기서 힌트를 얻어 기술을 개발하기까지 인류가 얼마나 고생했을지를 생각하면 대단하다 싶었다. 지금도 자연에서 힌트를 얻지 못해서, 또는 힌트는 얻었으나 개발에 성공하지 못한 기술, 아이디어가 얼마나 많겠는가? 생체모방 비즈니스 시장이 괜히 '새로운 황금시대'라고 불리는 게 아니리라. 



이 책은 생체모방 비즈니스의 개념과 사례, 현황을 소개할 뿐만 아니라, 생체모방 기술을 개발하여 비즈니스, 즉 사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도 소개한다(그래서 경제경영서로 분류된 것이리라). (과학과 마찬가지로) 사업 역시 문외한인지라 자세히는 잘 모르겠지만, 환경 오염이나 에너지 위기 같은 말을 일상적으로 들을 수 있고, 친환경 마케팅, 친환경 기술이 대세인 현 시점에서 생체모방 비즈니스 또한 환경 관련 기업이든 일반 기업이든 채택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용과 응용할 방법이 많을 것이다. 경제 상황이 어떻든 간에 새롭고 가장 나은 기술을 가진 기업이 산업을 주도한다는 진리에는 변함이 없다. 신성장 산업 개발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생체모방 비즈니스에서 활로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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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0-21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잘 읽었습니다 ^^
 
[원씽]을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원씽 The One Thing - 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단순함의 힘
게리 켈러 & 제이 파파산 지음, 구세희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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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에 관한 잘못된 여섯 가지 믿음

1. 모든 일이 다 중요하다.

2. 멀티태스킹은 곧 능력이다.

3. 성공은 철저한 자기관리에서 온다.

4. 의지만 있다면 못할 일은 없다.

5. 일과 삶에 균형이 필요하다.

6. 크게 벌이는 일은 위험하다.

  

  

"오늘의 흔들림 없는 성공과 과거의 들쭉날쭉한 성공에는 무슨 차이가 있었을까? 내가 큰 성공을 거뒀을 때에는 단 하나의 일에만 모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나 성공이 들쭉날쭉했을 때는 나의 집중력도 여러 군데에 퍼져 있었던 것이다." (pp.17-8) 

 

 

멀티태스킹은 내 오랜 습관이다.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집안일, 운동을 할 때는 반드시 라디오를 듣거나 팟캐스트를 듣고, 밥 먹는 시간에 맞춰 VOD로 보고 싶었던 드라마나 영화를 본다. 책을 읽을 때도 그냥 가만히 앉아서 읽지 않고 요가나 마사지를 하면서 읽는다. 하다못해 양치질을 하러 화장실에 들어갈 때도 이 닦는 동안 메일이라도 확인해야지 하는 생각에 스마트폰을 꼭 챙긴다. 그래서 내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졌냐고? 대답은 노(NO)다.

 

 

<원씽>을 읽은 후로 나는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습관을 끊기로 결심했다. 며칠 안 되기는 했지만 꽤 잘 하고 있다. 오늘만 해도 아침에 일어나서 스마트폰 없이 바로 이닦고 세수했다. 밥을 먹을 때에는 뭘 보거나 읽지 않고 밥만 먹었다.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도, 예전 같으면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켜고 산만한 정신으로 썼을텐데, 아무 것도 듣지 않고 오롯이 글 쓰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다. 뭔가 심심하고 허전한 기분이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오랜만에 한 가지에 집중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자니 이건 이것대로 짜릿하다.

 

 

<원씽>의 저자 게리 켈러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큰 투자개발 회사 중 하나인 켈러 윌리엄스 투자개발 회사의 공동 창립자이자 대표이사이며 저명한 사업 코치이자 트레이너, 베스트셀러 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그는 경영 위기에 부딪혔다가 기적적으로 회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구상했다. 저자는 중요한 한 가지 일(One thing)에만 파고들라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가 하고싶은 일, 해야하는 일의 목록을 알아야 하고 그것들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그 다음에는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을 파악하고 나머지 일은 모두 버린다. 멀티태스킹의 노예였던 나를 예로 들면, 이를 닦을 때는 이를 잘 닦는 게 우선순위다. 서평을 쓸 때는 글을 쓰는 게 우선순위다. 하나의 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것도 원씽이리라. 하루 중 가장 중요한 일,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확대해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직장인이라면 업무에서 가장 중요한 일, 자영업자라면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일로 확대해서 보는 식으로 적용할 수 있다. 

 

 

하나만 하라니. 수십 가지 일을 동시에 해도 성공할까 말까인 세상에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한다는 게 미덥지 않게 느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런 이들을 위해 저자는 그 유명한 파레토 법칙, 80대 20 법칙을 근거로 든다. "성공의 세상에서 평등한 것 없다는 말이다. 몇몇 소수의 원인이 대부분의 결과를 만든다. 제대로 된 인풋(input) 하나가 대다수의 아웃풋(output)을 만들어 낸다. 선택적 노력이 거의 모든 성과를 창조한다." (p.51) 즉, 자기에게 중요한 한 가지 일을 정확히 알고,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방법 또는 습관을 찾아내어 거기에 '선택적 집중'을 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침형 인간? 간헐적 단식?  내가 원하는 목적을 이루는 데 꼭 필요한 습관이라면 몰라도 필요하지 않다면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 저자의 말에 따르면 "성공은 옳은 일을 해야 얻는 것이지, 모든 일을 다 제대로 해야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p.75) 

 


이것저것 다 하라고 조언하던 기존의 자기계발서와 달리 이 책은 가장 중요한 한 가지 일에만 집중하라, 그 밖의 것은 버리라고 조언한 점이 신선하고 특이했다. 지금 내 생활에 무엇이 부족한 게 아니라 넘친다니, 대체 무엇을 남기고 버려야 할까? 앞으로 나의 자기계발 화두는 아무래도 내 삶에서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나의 원씽을 찾는 일이 될 것 같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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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머핀 2013-10-20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서평 감사드립니다 ^^

키치 2013-10-20 12:13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수고가 많으시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