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 아무것도 못 버리는 여자의 365일 1일 1폐 프로젝트
선현경 지음 / 예담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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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시작한 지 여섯 달쯤, 내 일상에 달라진 것이 몇 가지 있다. 일단 소비를 최대한 절제하고 있으며, 뭔가를 사야 할 때는 아주 신중해진다. 곧 다시 버려질 물건을 사들이는 일은 없어야 하니까 몇 번씩 가늠한다. 새로 사지 않고도 집 안에 그것을 대체할 만한 다른 물건이 있지는 않은지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도 꼭 필요하다면 견고하고 질 좋은 물건을 찾는다. 여러 해가 지나도 고쳐 쓸 가치가 있어야 한다." (p.158)



나는 정리하는 걸 좋아한다. 날마다 방을 쓸고 닦을 뿐더러 버리기도 주기적으로 하고, 정리와 수납에 관한 책도 즐겨 읽는다. 하지만 내 방이나 주변이 깨끗하다고 느낀 적은 많지 않다. 아무리 치우고 버려도 끝이 없고, 책의 효과도 읽었을 때뿐인 것 같다. 뭐가 문제일까? 



선현경의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를 읽으면서 저자를 따라서 '1일 1폐'를 실시해보기로 했다. 방법은 간단하다. 구멍난 양말이나 떨어진 속옷처럼 좀처럼 버리지 못했던 물건들을 하루에 하나씩 버리는 것이다. 어제는 안 쓰거나 다 써가는 화장품 샘플을 버렸고, 오늘은 맘잡고 화장품 서랍 전체를 정리했다. 정리를 자주 해서 버릴 게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버릴 게 많았을 줄이야!



버리기만 해서는 안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기록이다. 저자는 버리는 물건을 그림으로 남기고 물건에 얽힌 추억과 그 날의 기분 등을 기록했다. 추억 때문에 물건을 못 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남기면 마음이 한결 가볍고, 1년 동안 매일 기록을 하니 그동안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이 어떻게 변화해가는 지를 눈으로 볼 수 있어 좋을 것이다.​



저자는 1일 1폐를 하면서 물건만 버린 것이 아니라 무분별하게 사들이고 모았던 그동안의 소비 습관을 반성했다. 버리는 물건 중 대다수가 필요하지 않은데 싸서, 모양이나 색상이 예뻐서, 또는 습관적으로 산 물건들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니 나도 많다. 싸서 샀는데 한 번 빨고 물이 빠지거나 천이 다 망가져서 못 입는 티셔츠라든가 예뻐서 샀는데 금방 구멍이 난 양말, 온라인 쇼핑몰에서 충동적으로 산 원피스나 신발 등등... 이런 물건들 때문에 그동안 아무리 열심히 쓸고 닦고 치워도 방이 지저분했었나 보다.


 

그동안의 잘못된 습관을 반성하며, 쓰다 만(!) 수첩에 ​저자를 따라 ​1일 1폐 일기를 쓰기로 했다. 그림은 잘 못 그리니까 사진으로 대신하고, 일기가 어느 정도 쌓이면 블로그에도 올려야지. 나의 '날마다 하나씩 버리기' 프로젝트도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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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기담집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55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비채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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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담, 도시전설 특유의 재미도 있고, 곳곳에 숨어있는 `하루키 월드`의 특색을 발견하는 재미도 쏠쏠해서 좋았다.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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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1. 나는 라말라를 보았다.


"점령이 만들어 낸 세대들, 그들에게는 기억해야 할 빛깔과 냄새와 소리를 지닌 장소가 없다. 다른 누구에게보다 그들에게 속한 장소, 누덕누덕 기운 망명지의 기억을 떠나 되돌아갈 장소가 없다. 기억 속에 간직할 유년 시절의 침대, 폭신한 인형을 놓아두고 일어날 침대, 어른이 되면 더는 쓰지 않을 흰 베개를 무기처럼 들고 새된 소리를 내지르며 우당탕 몸싸움을 벌일 침대가 없다. 바로 이것이다. 점령은 공포와 핵미사일과 장벽과 경비병들로 둘러싸인, 이해하지 못할 머나먼 대상을 사랑해야 하는 세대를 우리에게 남겼다."


전공이었던 정치외교학은 공부 자체는 재미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무력감 때문에 힘들었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 국제 뉴스를 들을 때마다 가슴 한 구석이 뜨끈하게 끓어오르면서 동시에 좌절감을 느낀다.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에서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벌까를 궁리하고 더 나은 세상따위를 논한다는 게 옳은 일일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이런 책 한 권을 읽는 게 고작이라는 게 너무 미안하고 슬프다.





2. 장서의 괴로움


"언제부터인가 아무렇지 않게 책을 밟고 다닌다. 벌을 받는 건지 발이 미끄러지면서 밟은 책 표지가 찢어져서 “윽!”, 본체를 빼낸 책갑이 밟혀 뭉개져서 “으악!”, 펼쳐진 책장이 휙 접히고 구겨져서 “어이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요사이 찾는 책을 발견할 확률이 점점 낮아져 분명 집에 있는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 오거나 서점에서 다시 사오는 일이 심심찮게 있다."


음... 이거 내 이야기인가? 약한 정도지만 정리벽이 있어 심심찮게 책을 중고샵에 팔거나 처분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읽는 책이 많고 사는 책도 많다보니(오늘도 십여 권을 질렀다...;;;;) 나름대로 '장서의 괴로움'이 있다. 읽은 책, 읽을 책, 안 읽은 책, 안 읽을 책, 못 읽는 책 등등을 다 끌어안고 사니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 아무래도 이 책 읽으면서 무한 공감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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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는 자꾸만 딴짓 하고 싶다 - 중년의 물리학자가 고리타분한 일상을 스릴 넘치게 사는 비결
이기진 지음 / 웅진서가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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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고 보면 우리 삶은, 세상과 다른 차이를 발견하고 실천하는 여정인지도 모른다. 타인과 다른 옷을 입고, 타인의 생각을 살짝 비틀어 다른 생각을 하고, 타인이 했던 방법을 발판으로 삼아 다른 필드에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 타인이 접근했던 길을 피해 다른 쪽으로 가면서 새로운 길을 발견하고, 타인과 다른 방법으로 특별한 사랑에 접근하고, 결국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것. 아닌가요? 아니면 말고." (p.52)


딴짓이야말로 한 사람의 취향이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하는지도 모른다. 모 요리 평론가의 유명한 말을 빌자면 "나에게 네가 하는 딴짓을 말해보아라. 네가 어떤 사람인지를 말해주겠다"랄까? '2NE1 CL 아빠'로 유명한 서강대 물리학과 이기진 교수가 쓴 <나는 자꾸만 '딴짓'하고 싶다>를 읽은 사람이라면 저자에 대해 아마 이렇게 말할 것이다. 물리학 교수이면서 여러 권의 책을 쓴 작가이며 화가, 만화가, 공예가인 재주꾼이자, 일본과 프랑스, 아르메니아 등을 넘나들며 생활하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차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며 살아가는' 삶을 중요시하는 저자는 '딴짓'도 남다르다. 장안동 고미술상가에서 이빨 나간 도자기를 모아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들고, 외국에 나가서도 명품 쇼핑 대신 벼룩시장에서 골동품을 사며, 직접 디자인한 깡통 로봇을 철공소의 도움을 받아 제작하고, 전문적인 미술 교육 한 번 받지 않고 동화책에 만화책까지 냈다. 딴짓이라고는 일하는 틈틈이 인터넷 쇼핑몰을 들락거리거나 휴일에 술 마시며 노는 게 전부인 나로서는 말그대로 '깜놀'(과연 내가 하는 딴짓은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말할까?). 이렇게 근사하면서도 생산적으로(!) 할 수 있는 딴짓이 있었을 줄이야. 배우고 싶다.

   
여기에 더해진 물리학적인 식견은 또 어찌나 멋지던지. 전형적인 문과생인 나는 물리학은커녕 이과 전반과 친하지 않은데, 저자의 "깡통&병따개는 작용점에 대한 회전 모멘트의 원리를 이용한 물건"이라느니, "팬티는 물리학에서 열역학 분야에 해당된다"느니 하는 설명을 읽으면서 아주 드물게 과학이 재미있다고 느꼈다. 다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말만 했지, 사실 나는 이런 관점의 차이, 취향의 차이에 대해 (비하하거나 무시하지는 않아도) 무관심하지는 않았던가 하는 반성도 하며...  저자의 남다른 취미를 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다름' 자체를 체화해 실천하는 그의 인생이 멋져 읽는 내내 감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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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앨런 베넷 지음, 조동섭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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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면 뭐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을 줄 알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할 수 없는 일이 더 많았다. 공부, 취업, 연애, 결혼, 하다 못해 아침에 뭘 입고 점심에 뭘 먹을지 결정하는 일마저도. 내 나이 스물아홉. 지금 내가 그나마 온전히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을 세어보니 어떤 책을 읽을지 고르고 서평을 쓰는 일뿐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책 읽고 글 쓰는 일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 비록 돈도 명예도 생기지 않지만, 누가 하라고 시켜서 하는 일이 아닌 자발적인 활동이기에.



영국의 극작가 앨런 베넷이 쓴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의 주인공도 내 말에 공감할 것이다. 그녀의 직업은 영국 여왕(물론 진짜 영국 여왕이 아니라 가공의 인물이다. 픽션!). 결코 '일반적이지 않은' 그녀의 삶은 사실 일반적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화려하고 안락하지만은 않다. 생각해 보라. 사생활은커녕 휴일도 쉬는 시간도 없고, 나이가 들어도 은퇴가 없는 종신직이다. 여왕은 뭐든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취미 하나를 고르더라도 국민의 감정과 이해집단을 생각해야 하는 피곤한 자리인 줄은 몰랐다.



심지어는 책 읽기까지도. 이 책에서 주인공 여왕은 우연히 버킹엄 궁 안으로 들어온 이동도서관에 들렀다가​ 주방 보조로 일하는 청년 노먼이 추천한 책을 읽고 독서의 재미에 푹 빠진다. 하지만 대신들과 신하들은 여왕의 새로운 취미를 썩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일과 틈틈이 책을 읽는 데다가 심하게는 업무를 보면서도 책을 읽고, 그저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책을 읽으라고 강요하고 닦달하기까지 하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모습,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나?)



그러고보면 독서란 한 나라의 왕 또는 여왕이 되는 것과 비슷하다. 책이라는 '영토'에서 문장이라는 '국민'을 읽고 해석하는 '권리'를 온전히 자신만이 소유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책을 읽는 사람들을 흠모하면서도 경계하고 때로는 혐오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맛본 적이 없는 혁명과 정복의 재미를 시시때때로 느끼는 이들이 두려울 테지. 하지만 진정한 독서가라면(왕 또는 여왕이라면) 이런 남들의 시기와 우려에는 아랑곳 않고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언젠가는 남이 물려준 왕국을 통치하는 대신 직접 왕국을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책에서 여왕은 자기만의 왕국이라 할 수 있는 책을 직접 써보기로 결심한다. 심지어는 책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결단을 내리는데(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밝히지는 않겠다), 그 결단이 이제껏 그저 책을 읽고 감상을 끼적일 뿐이었던 나에게는 무척이나 멋지고 대단해 보였다. 그것은 어쩌면 여왕이 최초로 내린, 온전한 의미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을까. 그런 여왕이 쓴 책은 어떤 내용일지, 비록 실제로 읽을 수는 없겠지만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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