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나는 번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스터디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스터디 모임이라고 해도 인터넷 카페에 매일 과제를 올리는 게 전부지만, 세 달 가까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번역 공부 이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 그중 하나가 필사의 즐거움이다. 한 번은 한국 도서를, 다른 한 번은 외국 도서를 베껴 쓰는 과제가 있었다. 처음엔 이걸 왜 하나 싶었는데 하다 보니 참 즐거웠다. 두 번 다 전부터 좋아해온 작가의 책을 골랐지만, 두 분 다 필사를 하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필사가 좋다, 즐겁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직접 해보니 정말 그랬다. 이래서 남들이 좋다는 말을 흘려들으면 안 되나 보다.



<책 먹는 법>에는 필사 외에도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 있다. 저자 김이경은 작가, 번역자, 편집자, 논술 교사, 독서 모임 강사 등 책과 관한 일을 섭렵하며 단련한 자신만의 독서법을 이 책에 간결하고도 다부지게 담아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고 잘 읽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먼저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을 잡아야' 한다. 독재 시대를 살았던 저자는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지금도 그 답을 찾았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저자의 마음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머릿속도 풍성해졌다. 좋은 질문이 좋은 책으로 이끌고 좋은 삶으로 인도한 것이다.



베스트셀러나 고전 같은 타이틀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나한테 도움이 되고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는 책을 골라 읽는다. 남들이 좋다는 책 말고 연애소설이든 만화든 실용서든 구미가 당기는 책 위주로 읽으면 책 읽기가 훨씬 즐거워지고 인생도 풍요로워진다. 어떤 책을 읽는지는 곧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준다. 대학 시절 나는 전공인 사회과학과 경제경영 분야 위주로 책을 읽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소설과 에세이의 매력에 눈을 떴고, 이제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공부와 취업이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비로소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고, 그 결과 글을 쓰고 창작물을 만드는 길을 꿈꾸게 되었음을 나의 독서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은 삶의 바로미터이며 나침반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책은 내가 아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내가 당연시하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일깨웁니다. 그리하여 내가 누리는 안락에 감사하고 내가 겪는 아픔을 고집하지 않게 하며,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 원망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요.

물론 모든 책이 그렇거나 독서가 늘 그런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책이 자신의 허물을 합리화하고 타자를 모욕하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책 읽어 봐야 별거 없다며 독서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로 음식을 했다고 꼭 맛이 있거나 소화가 잘되는 건 아니듯이, 마음의 양식인 책도 먹기에 따라 사람에게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볼품없는 재료가 솜씨 좋은 숙수의 손을 거쳐 근사한 요리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독자의 밝은 눈이 책의 내용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어떤 책을 읽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pp.11-2)



좋은 저자, 좋은 책을 찾는 것 못지않게 좋은 독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책을 어떻게 읽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권하는 독서법은 정독이다. 다독도 좋고 속독도 좋지만 기왕이면 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심지어는 책의 제목에도 메스를 들이댈 각오를 하며 '정성껏 정밀히' 읽는 것이 좋다. 정성껏 정밀히 읽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을 달랑 한 번 읽고 덮는 대신 반복해서 읽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손으로 쓰면서 읽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독서는 혼자서 오롯이 행하는 활동이지만, 때로는 여럿이 함께 읽는 편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관점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독서 생활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모든 책을 이만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읽을 필요는 없지만, 살면서 책 한 권도 정성껏 정밀히 읽어본 경험이 없다는 건 삭막하고 황폐하지 않은가. 앞으로도 꼭꼭 씹어 먹고 싶은 책이 많은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1~5 세트 - 전5권 슬램덩크 오리지널 박스판
이노우에 다케히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90년대는 농구의 시대였다. 농구 대잔치, NBA, 드라마 <마지막 승부> 등 농구와 관련된 이벤트와 콘텐츠가 농구 팬들뿐 아니라 대중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 그 시절 농구 인기의 중심에 만화 <슬램덩크>가 있었다. 농구는커녕 만화도 잘 모르는 아이였던 나조차 슬램덩크를 봤다. 당시 친구네 집 책장에 슬램덩크 전권이 있어서 매일같이 동생이랑 놀러 가서 해가 저물도록 슬램덩크를 봤강백호가 바보짓을 하면 배를 잡고 웃고, 강백호가 새로운 기술을 배우면 대견해하고, 시합에서 지거나 안좋은 일이 생기면 같이 울었다. 농구의 농 자도 모르는, 어린아이 주제에 말이다. 


그렇게 만화 슬램덩크를 1권부터 마지막 권까지 최소 다섯 번은 읽고, TV 만화도 보며(당시 가요 프로그램 1위를 휩쓸었던 가수 박상민이 주제가를 불렀다.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너에게 가고 있어~") 나이를 먹었지만, 슬램덩크에 대한 사랑은 현재도 진행 중이다. 어린 시절 나와 함께 친구 집에서 만화를 보았던 동생은 성인이 되어 돈을 벌자 제일 먼저 슬램덩크 애장판 세트를 구입했고, 슬램덩크의 작가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책도 샀다. 몇 년 전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우리는 슬램덩크의 배경인 에노시마, 가마쿠라 지역을 일부러 일정에 넣어 만화 속 북산고 학생들이 타고 다니던 전차인 에노덴에 타보기도 하고, 만화에 나오는 장소들을 탐방하기도 했다.  


만화 <슬램덩크>의 위대함은 나중에 더 많은 만화를 보고 일본 문화에 대해 알게 되면서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슬램덩크의 일본 누계 판매 부수는 무려 1억 2000만 부. 일본을 대표하는 만화잡지 '소년점프'의 빅히트작 <드래곤볼>, <원피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이후 출간되는 스포츠 만화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슬램덩크는 만화를 넘어 대중문화 전반에도 영향을 주었다. NBA의 인기와 맞물려 농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일본에 농구 붐을 일으켰으며, 처음 나온 지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많은 유명인들의 애독서로 거론된다. 


얼마 전 <슬램덩크>가 오리지널 박스판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름이 돋았다. 그도 그럴 게, 2001년 완전판 발매와 함께 절판된 오리지널판은 어린 시절 나와 동생이 친구네 집에서 보았던 슬램덩크와 똑같은 형태다. 디지털 편집을 통해 명장면과 대사를 고스란히 살렸다. 완전판을 소장하고 있으면서도 어린 시절에 봤던 슬램덩크와 똑같은 형태가 아니라는 사실이 내심 아쉬웠는데, 이번에 오리지널판으로 나온다고 하니 참 반갑다. 다른 점이 있다면 90년대에 출간된 오리지널판에서 시대 분위기상 삭제될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과 완전판에서 빠졌던 코믹한 컷들을 모두 살렸다는 것. 이 또한 슬램덩크를 오리지널판으로 다시 만나야 할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이번에 다시 슬램덩크 오리지널판을 읽으면서 명작은 처음부터 명작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나온 지 20년이 훨씬 지난 작품인데도 부족한 점이 보이지 않는다. 연재 초기와 이후의 그림이 확연히 다른 작품이 부지기수인데, 슬램덩크는 작가의 초기작이고 시리즈의 시작 부분인데도 그림이 아주 좋다. 심지어는 나중에 더 좋아진다. 인물 설정이며 대사, 장면 하나하나도 완벽하다. 어설프거나 쓸데없는 것이 없다.  


1권부터 3권까지 후다닥 읽고 든 아쉬움은 단 하나. 나의 최애캐, 불꽃남자 정대만의 에피소드가 아직 안 나왔다는 것(ㅠㅠ)!! 애장판이 있으니 이어서 읽으면 되긴 하지만 아무래도 오리지널판으로 읽는 맛은 다른 것 같다. 오리지널판에 추가되는 장면도 있다고 하고. 올 추석 선물은 슬램덩크 오리지널판으로 할까. 남에게 주는 선물 말고, 나에게 주는 선물로 ㅎㅎ
 



댓글(2)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피북 2015-09-24 10: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티를 안내려고 했는데 박상민의 슬램덩크 주제가에서 무너지고 말았어요!
저도 모르게 `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있어~˝가 막 흥얼거려 지는거예요 ㅎㅎㅎ
저는 티비 만화로만 봤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 정말 재밌게 봤던 만화라는 기억이 납니다.
특히 강백호란 이름이 왜 이리 친근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ㅋㅋㅋ
저희 신랑이 저보다 1살 많은데 옛날에 봤던 만화책 정말 좋아하거든요
저도 이 책 사다가 신랑이랑 봐야겠는데 ,, 추석이 끼여서 추석 지나고 봐야할거 같아요 ㅋㅋㅋ
택배아자씨들에게 미안해서 요즘은 알라딘 구매를 자제하고 있어 슬프답니다 ㅎㅎ
무튼 키치님 덕분에 추억도 돋아나고 참 행복해지는 글이였습니다 ^^ 잘 읽었어요

앗 그리고 일본 여행! 정말 부럽습니다.
어릴적 좋아했던 책의 장소를 찾아가 즐기시는 모습! 저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키치 2015-09-24 19:49   좋아요 0 | URL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너에게 가고있어~ 그 노래 너무 좋죠 ㅎㅎ 저도 종종 흥얼거려요 ㅎㅎ
저도 TV만화로도 보고 애장판으로도 봤는데 맨처음 봤던 오리지널판으로 보니 정말 좋더라구요.
택배 기사님들 너무 고생하셔서 추석 지나고 주문하신다는 마음 씀씀이도 멋지십니다.
남편 분이랑 함께 만화 보시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ㅎㅎ 좋은 선물 될 것 같습니다.

슬램덩크의 무대인 에노시마, 가마쿠라 지역은 도쿄에서도 가깝고
일본에서도 유명한 관광지라서 기회 되시면 가보시길 권해드려요 ^^
강백호를 비롯한 북산고 선수들이 타고다니던 기차도 탈 수 있고,
선수들이 훈련하던 바닷가도 볼 수 있답니다 ㅎㅎ 저도 참 좋았어요!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 - 사소한 고민부터 밤잠 못 이루는 진지한 고뇌까지
알렉산더 조지 지음, 이현주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9월
평점 :
절판



이십 대에 나는 밤에 쉽게 잠들지 못 했다. 새벽 한 시, 두 시를 지나 세 시가 넘어도 잠이 오지 않는 날엔 책을 읽기도 하고, 심야 라디오를 듣기도 하고, 양을 세기도 하고, 공상을 하며 잠을 청했다. 그러다 보면 대체로 잠이 오게 마련이지만, 가끔 아주 운이 좋지 않은 날엔 그대로 동이 터 하루 종일 비몽사몽 한 정신으로 지내든가 시도 때도 없이 꾸벅꾸벅 졸든가 했다. 불면의 이유는 하나. 고민이 많았다. 이제나저제나 사람 사귐이 썩 능숙하지 않은 나는 이성 친구며 학교 친구, 선후배, 일하는 곳에서의 인간관계 하나하나가 버겁고 힘들었다. 취업, 진학, 직장 등등 앞으로 선택해야 할 큰일들을 생각하면 더욱더 잠이나 잘 때가 아니었다. 밤잠이 부족한 지금은 그 때 그렇게 한가하게 고민이나 하고 있었던 게 그리울 정도다. 산다는 게 참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를 일이다.



<살면서 한번은 묻게 되는 질문들>을 읽으며 그 시절 내게 이런 '공간'이 있었다면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저자인 미국 애머스트대학 철학과 교수 알렉산더 조지는 2005년 '애스크필로소퍼즈(www.askphilosophers.org)'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일반인이 질문하고 철학자들이 직접 답을 하는 토론의 장을 만들었다. 10년간 축적된 질문들은 '선생님의 건망증을 이용하는 것은 비도덕적인가요?', '건강에 안 좋으니 담배를 피우지 말라는 의사의 말을 믿어야 하나요?', '상대방의 배우자에게 들키지 않고 바람을 피운다면 괜찮지 않나요?' 등 개인적인 문제부터, '왜 인간의 생명은 동물의 생명보다 중요한가요?', '정부는 왜 있어야 하나요?', '제가 죽어서 타인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면 제가 죽어야 할 도덕적인 의무가 있나요?' 등 전통적으로 많은 철학자들이 고민해온 진지한 고뇌가 담긴 문제까지 다양하다. 나도 여기에 질문을 올렸다면 전 세계의 철학자들로부터 답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불면의 시간을 조금은 덜 겪었을 텐데.



Q. 저는 프린트 디자이너입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생기는지 알고 있고,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는 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그러면 제가 일을 계속하는 게 비윤리적일까요? 제가 그만둔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저 대신 그 일을 하겠지요. 그리고 제 일이 환경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를 충족시키기는 합니다.

A. 환경에 해가 가지 않게 일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고 동료들에게도 함께 생각해보자고 하면 어떨까요? 예를 들면, 종이에 그리는 대신 컴퓨터에서 디자인 작업을 하면 종이 쓰레기가 덜 나올 수 있습니다. 진부한 예인 건 분명하지만, 제 얘기의 요지를 이해하셨기 바랍니다. 한 업계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생산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방법들을 찾아보세요!



운 좋게도 요즘 하고 있는 고민들 중 한 가지의 답을 이 책에서 찾았다. 고민은 바로 자신이 하는 일 때문에 얼마나 많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이 생기는지 알면서 계속하는 것이 비윤리적인 게 아닌가 하는 것. 일을 하다 보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도 상당한 양의 쓰레기가 생기지만, 일을 한 결과 생산된 제품에 하자가 있어 팔 수 없거나 팔리지 않아 재고가 된 경우, 나 때문에 자원이 낭비되고 환경이 파괴되었다는 생각에 괴롭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한 철학자는 '한 업계에서 전문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생산과정에서 쓰레기를 줄이고 환경을 해치지 않는 방법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니면 '일하는 곳이나 지역 공원에 나무를 심는' 식으로 '보상'을 하는 방법도 괜찮다. 신선하고 기발한 답은 아니지만, 환경 파괴나 비윤리 같은, 일의 한쪽 면만 보고 있던 나에겐 새로운 관점이자 발견이었다. 



철학에 대해 추상적이다, 일상과 동떨어진 학문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렇게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법한 고민에 대해 여러 가지 관점을 제시할 수 있고, 또한 웹사이트에 질문하면 옥스퍼드, 케임브리지, 스탠퍼드 같은 세계적인 대학의 철학 교수들이 직접 답변을 해주기도 한다니 신기하다. 고민이나 걱정 때문에 밤잠 못 이루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무 2015-09-2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수추가 감사합니다^^

나무 2015-09-23 2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추가 감사합니다^^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 - 유독 마음을 잘 다치는 나에게 필요한 심리 처방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명절이 싫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명절에 만나(야 하)는 가족과 친척이 싫다. 공부는 잘 하니? 대학 어디 갔니? 취업 했니? 돈 잘 버니? 결혼 언제 하니? 등등 내 처지나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툭툭 던지는 질문이 싫고, 그 뒤에 이어지는 안쓰러운 눈빛이나 혀를 차는 소리가 싫다. 그들에겐 가벼운 농담, 별것도 아닌 행동이, 그걸 삼십 년 넘게 듣고 보며 견뎌야 하는 나에겐 상처가 되고 스트레스가 된다는 걸 왜 모를까. 심지어는 내가 딸이 아닌 아들로 태어났어야 한다는 말을 아직도 하는 어른이 있다. 이런 사람을 내가 정말 '어른'으로 모시고 공경해야 하는 걸까.

 


우리를 괴롭히는 것은, 사실 일상에서 받는 '작은 상처'입니다. 상대가 별 뜻 없이 던지는 무심한 말 한마디에, 가볍게 보낸 문자메시지 이모티콘 하나에 마음 상하는 일이 다반사죠. 흔히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 목숨 걸지 말라고들 하는데요. 남의 일일 때는 그렇게 말하기가 쉽습니다. 하지만 막상 내가 당하는 입장이 되면, 가벼운 농담 하나, 별것도 아닌 행동 하나가 가슴을 찢어놓습니다. 이때 받은 상처는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내게 후유증을 남기기도 합니다.

상담을 하다 보니, 이런 작은 상처가 사실 더 아프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더구나 이런 작은 상처들은 그때그때 제대로 돌보지 않으면, 쌓이고 쌓여 나중에 치유하기 어려운 깊은 상처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그 정도 상태가 되면 일종의 강력한 정신병적 증상이 생겨날 수도 있습니다. 가벼운 감기를 방치했다가 폐렴이 되는 것처럼 말이죠. (pp.6-7)



마음 경영 전문의 최명기의 신간 <작은 상처가 더 아프다>에 따르면 가까운 사람의 죽음이나 이혼, 질병, 사고 같은 커다란 불행으로 입은 '큰 상처'도 문제지만, 일상에서 상대가 별 뜻 없이 하는 말이며 행동에 마음이 상해 생기는 '작은 상처'도 문제다. 작은 상처는 대체로 짜증, 분노, 모멸감, 굴욕감, 수치심, 억울함 등 다양한 무늬를 띠며, 쉽게 잊히지 않고 오래도록 후유증을 남기는 경향이 있다. 심하면 잠을 못 이루거나 벌컥 화를 내거나 치가 떨리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저자는 이같은 작은 상처를 이겨나가기 위한 방법으로서 왜 나만 상처받는지 파악하고, 상대가 내게 상처를 주는 이유를 파악하고, 구체적인 전략을 세워 실행하는 3단계의 처방을 제시한다. 작은 상처가 결코 작지 않다는 말을 들은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로가 되는데, 작은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까지 알려주니 친절하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누구나 최소한의 눈치는 보고 살게 마련입니다. 내가 늘 상냥하고 착하게 사람들을 대해왔다면, 사람들은 나를 좋은 사람으로 여기긴 하겠으나 내게 무슨 말을 할 때 특별히 내 눈치를 살피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표정이 무뚝뚝해지고 목소리가 가라앉으면, 직감적으로 '아, 저 친구가 지금 기분이 안 좋구나' 혹은 '내가 쟤한테 뭘 잘못했나?' 하는 생각을 하며 내게 하는 말과 행동을 조심하게 됩니다. 때로는 대놓고 화를 내거나 직설적으로 거절의 말을 하지 않더라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만으로 나에 대한 상대의 태도를 교정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p.130)



더 좋은 건 무조건 참고 이해하라는 식의 처방이 아니라 때로는 뻔뻔하게 굴기도 하고 때로는 화를 내기도 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고 행동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자기 잘못이 아닌데도 "나 때문이야. 내가 잘못했어"라고 말하며 자책하는 사람이라면 일부러라도 '나 때문이 아니야. 운이 나빴어' 또는 '저 사람 때문이야'라고 생각하면 마음의 상처를 줄일 수 있다. 나의 약점을 들추거나 지적하는 것을 즐기고 놀리는 사람에게는 공개적으로 당신이 나를 이렇게 놀리는 것이 기분 나쁘다는 것을 밝히고 필요하다면 화를 내는 것이 좋다.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있으면, 그게 가족이고 친한 친구라도 관계를 끊는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다. 나를 괴롭히는 인생의 조연들을 바꾸면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라는 연극이 훨씬 재미있고 행복한 결말을 맞을 것이다. 이건 명절에도 마찬가지. 언제까지 명절날 신데렐라가 계모에게 구박받듯이 지낼 텐가. 내 인생의 주인공은 명절에도 명절 아닌 날에도 오로지 나다. 그러니 이번 명절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보내보련다. 삼십 년을 울면서 명절을 지냈으니, 이제는 이래도 되지 않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5-09-2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휴가 다가오는 날부터 정신적 압박감이 느껴져요. 연휴 때만 느낄 수 있는 대가족의 정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예전 화목했던 분위기를 이어간다는 건 어려운 일에요.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 - 착한사람들을 위한 처방전
후쿠다 가즈야 지음, 박현미 옮김 / MY(흐름출판) / 201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주일 전 화장품 가게에서 겪은 일이다. 한 여성이 매장 앞에 진열된 화장품 샘플을 보고 있자 점원이 매장 안쪽에 제품이 있으니 들어와서 구경하라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여성이 매장 안으로 들어와 샘플 하나를 집어들고 제품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그 점원은 해당 제품이 품절이라서 줄 수 없다고 했다. 여성은 제품이 있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없다고 하니 황당하다며 화를 내고 나갔다. 그 점원은 회사에서 알려준 매뉴얼에 적힌 문장을 말했을 뿐이라며 동료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사실과 다른 데도 매뉴얼대로만 말한 점원과, 매뉴얼대로 말해야 하는 입장을 배려하지 않고 화를 낸 여성. 둘 중 누가 잘못일까?



게이오대 교수 후쿠다 가즈야의 책 <가끔은 까칠하게 말할 것>을 읽고 배운 내용을 적용하면, 둘 다 잘못이다. 말을 부드럽게, 선하게 하지 않은 것이 잘못이 아니다. 저자는 '선의란 자기 긍정을 위한 알리바이'. '남에게 상처 주거나 배신하고도 가장 태연한 사람들이 착한 사람인 경우도 많다'며 선을 무조건적으로 예찬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선을 작용하건 악을 작용하건' 의식적인 자세를 높게 산다.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의식하면서 듣고,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의식하면서 말하는 사람은 말이 잘 통하고 대화의 결과도 좋다. 제품이 없는데도 없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말한 점원이나, 매뉴얼에 따라야 하는 을의 처지에 놓인 점원의 상황을 배려하지 않고 화를 내 결과적으로 매장 분위기를 흐리고 나간 여성은 둘 다 대화에서 실패한 셈이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예의 바르게 행동하라고 배웠습니다. 그러나 이제 어른이 된 우리는 상대가 기계적인 미소와 90도로 숙인 인사를 보여줬다고 해서 그가 나를 존중한다고 생각할 만큼 단순한 세상에 살지 않습니다. 우리는 언제나 말은 진실되어야 한다고 배웠습니다만, 그 말이 곧 모든 진실을 다 말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닙니다. (pp.9-10)



저자는 의도가 선하든 악하든, 내용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간에 통하는 대화를 하라고 한다. 통하기만 한다면 아부와 험담, 비판도 괜찮다. 아부는 싫어하는 사람을 무방비 상태로 만들어 약점을 노출하게 할 수 있는 무기이며, 험담은 '남에게 잘 의지하면서도 경계심이 강하고, 자신이 먼저 불을 지피지도 못하는 주제에 험담을 듣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인간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하는 미끼가 된다. 우스운 별명을 붙이거나 은근한 비판으로 상대의 속을 뒤집는 것은 약자가 강자에게, 을이 갑에게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저항의 수단이기도 하다. 비판은 잘만 하면 자신을 드러내고 능력을 어필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한번은 파티에서 여성 편집자를 소개받은 적이 있는데, 마주 서서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선생님의 평론은 인용이 무척 재미있어요."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사실을 실례가 되면서도 신랄한 말입니다. 본문이 재미없다는 말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하지만 글을 쓴 입장에서는 그 편집자의 말이 옳았습니다. 더욱이 첫 만남에서 거침없는 지적을 하는 사람에게 흥미라고 해야 할지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 자리는 가볍게 마무리 지었지만 결국 그 편집자와 함께 작업하여 책을 내고 좋은 성과도 올려서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습니다. (p.157)



'접객 매뉴얼'에 대한 내용도 있다. 저자는 손님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접객 매뉴얼이 오히려 손님을 기쁘지 않게 한다고 지적한다. 기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하다. 점원이 나에게 웃는 것이 아니라 '단지 웃으라고 돼 있어서 웃을 뿐'이기 때문이다. 화장품 가게 점원이 여성을 매장 안으로 불러들인 것도 여성이 찾는 제품이 매장 안에 있기 때문이 아니라 매뉴얼에 그렇게 하라고 써있기 때문이었다(생각해보니 여성이 찾는 제품이 뭔지 보기나 했는지 의심스럽다). 혹시 그 여성은 제품이 없으면서도 있다는 말을 해 자신을 매장 안쪽으로 가게 만든 것에 화를 낸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매뉴얼에 적힌 말을 되풀이하는 무신경한 모습에 화를 낸 것일까? 그런 것이라면 그 때 그 여성의 까칠한 태도가 조금은 이해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