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책 먹는 법 - 든든한 내면을 만드는 독서 레시피 ㅣ 땅콩문고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5년 8월
평점 :
요즘 나는 번역에 관심 있는 사람들을 위한 스터디 모임에 참가하고 있다. 스터디 모임이라고 해도 인터넷 카페에 매일 과제를 올리는 게 전부지만, 세 달 가까이 과제를 수행하면서 번역 공부 이외에도 많은 것을 얻었다. 그중 하나가 필사의 즐거움이다. 한 번은 한국 도서를, 다른 한 번은 외국 도서를 베껴 쓰는 과제가 있었다. 처음엔 이걸 왜 하나 싶었는데 하다 보니 참 즐거웠다. 두 번 다 전부터 좋아해온 작가의 책을 골랐지만, 두 분 다 필사를 하고 나서 더 좋아하게 되었다. 필사가 좋다, 즐겁다는 말을 참 많이 들었는데 직접 해보니 정말 그랬다. 이래서 남들이 좋다는 말을 흘려들으면 안 되나 보다.
<책 먹는 법>에는 필사 외에도 책을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이 나와 있다. 저자 김이경은 작가, 번역자, 편집자, 논술 교사, 독서 모임 강사 등 책과 관한 일을 섭렵하며 단련한 자신만의 독서법을 이 책에 간결하고도 다부지게 담아냈다. 책을 더 많이 읽고 싶고 잘 읽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먼저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으라고 충고한다. 자신만의 독서법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질문을 잡아야' 한다. 독재 시대를 살았던 저자는 '어떻게 하면 자유로워질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책을 읽었다. 지금도 그 답을 찾았다고 확언할 수 없지만, 답을 찾는 과정에서 저자의 마음은 전보다 훨씬 단단해졌고 머릿속도 풍성해졌다. 좋은 질문이 좋은 책으로 이끌고 좋은 삶으로 인도한 것이다.
베스트셀러나 고전 같은 타이틀에 얽매이지 말고 지금 나한테 도움이 되고 매력이 있고 재미가 있는 책을 골라 읽는다. 남들이 좋다는 책 말고 연애소설이든 만화든 실용서든 구미가 당기는 책 위주로 읽으면 책 읽기가 훨씬 즐거워지고 인생도 풍요로워진다. 어떤 책을 읽는지는 곧 자신이 어떻게 사는지를 보여준다. 대학 시절 나는 전공인 사회과학과 경제경영 분야 위주로 책을 읽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소설과 에세이의 매력에 눈을 떴고, 이제는 책을 읽기만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고 책으로 만드는 과정에도 흥미를 가지고 있다. 공부와 취업이 전부인 줄 알고 살다가 비로소 내가 진짜로 좋아하는 게 뭔지 알게 되었고, 그 결과 글을 쓰고 창작물을 만드는 길을 꿈꾸게 되었음을 나의 독서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다. 책은 삶의 바로미터이며 나침반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책은 내가 아는 세상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며 내가 당연시하는 일상이 당연한 것이 아님을 끊임없이 일깨웁니다. 그리하여 내가 누리는 안락에 감사하고 내가 겪는 아픔을 고집하지 않게 하며,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돌지 않는다는 것을 아무 원망 없이 받아들이게 하지요.
물론 모든 책이 그렇거나 독서가 늘 그런 생각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책이 자신의 허물을 합리화하고 타자를 모욕하는 근거로 쓰이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책 읽어 봐야 별거 없다며 독서를 부정하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기도 합니다. 하지만 좋은 재료로 음식을 했다고 꼭 맛이 있거나 소화가 잘되는 건 아니듯이, 마음의 양식인 책도 먹기에 따라 사람에게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습니다. 볼품없는 재료가 솜씨 좋은 숙수의 손을 거쳐 근사한 요리로 재탄생하는 것처럼, 독자의 밝은 눈이 책의 내용을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는 것이지요. 바로 이것이 어떤 책을 읽느냐 못지않게 '어떻게 읽느냐'가 중요한 까닭입니다. (pp.11-2)
좋은 저자, 좋은 책을 찾는 것 못지않게 좋은 독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독자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책을 어떻게 읽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저자가 권하는 독서법은 정독이다. 다독도 좋고 속독도 좋지만 기왕이면 책에 나오는 단어나 문장 하나도 허투루 보지 않고, 심지어는 책의 제목에도 메스를 들이댈 각오를 하며 '정성껏 정밀히' 읽는 것이 좋다. 정성껏 정밀히 읽기 위해서는 책 한 권을 달랑 한 번 읽고 덮는 대신 반복해서 읽고, 메모를 하든 필사를 하든 손으로 쓰면서 읽는 것이 좋다. 기본적으로 독서는 혼자서 오롯이 행하는 활동이지만, 때로는 여럿이 함께 읽는 편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관점을 알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신의 독서 생활도 풍요롭게 할 수 있다. 모든 책을 이만한 노력과 시간을 들여 읽을 필요는 없지만, 살면서 책 한 권도 정성껏 정밀히 읽어본 경험이 없다는 건 삭막하고 황폐하지 않은가. 앞으로도 꼭꼭 씹어 먹고 싶은 책이 많은 나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