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격 -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 일상인문학 3
페터 비에리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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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 팟캐스트 <휴식을 위한 지식 - 전쟁사 문명사 세계사>의 '허석사' 허진모가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PD와 동일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좋은 쪽으로) 크게 놀랐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저자 파스칼 메르시어가 독일의 철학자 피터 비에리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독자들이 받은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까. 


피터 비에리에게 2014년 트락타투스상을 선사한 <삶의 격>은 <자기 결정>과 함게 '삶과 존엄' 시리즈로 묶인다. 즉, 저자가 말하는 '삶의 격'이란 다른 말로 '존엄'인 셈이다. 저자는 존엄이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방법이라고 정의한다. 개인의 존엄은 하나의 요소로 형성되는 것이 아니며, 크게 독립성, 만남, 사적 은밀함, 진정성, 자아 존중, 도덕적 진실성, 사물의 경중에 대한 인식,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태도 등을 통해 형성되고 드러난다. 그러다 보니 내가 생각하는 존엄과 남이 생각하는 존엄이 일치하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저자는 직접 보고 경험한 '난쟁이 멀리 던지기 대회'를 예로 든다. 말 그대로 누가 가장 멀리 난쟁이를 던지는지 겨루는 시합으로, 저자는 이를 보고 '당연히' 난쟁이를 불쌍히 여기고 그를 구하러 나섰다. 그런데 외려 난쟁이는 일 년 동안 이 날만을 기다려 왔다며, 이 날이 자기로서는 큰 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 방해하지 말라고 그를 물리쳤다. 저자는 이 경험을 통해 인간의 존엄은 결코 하나의 가치로 판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함부로 남의 삶을 평가하거나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절실하게 깨달았다. 


사람이 자기 스스로에게 책임을 진다는 것은 자기 자신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포함한다. (310쪽)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해, 급기야는 자신의 존엄을 해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도 잊지 않는다. 인생에 책임을 진다는 것은 이해하는 것과 인정하는 것을 뜻하며, 그 대상에는 물론 자기 자신도 포함된다. 실패한 나, 부족한 나, 부끄러운 나, 숨기고 싶은 나를 이해하고 인정하지 않으면, 아무리 독립적이고 주체적인 삶을 산다 한들 진정한 '자기 자신'으로 살고 있다고 볼 수 없다. 나의 실패, 나의 부족함, 나의 단점, 나의 모든 것을 드러내고 이해받고 비난마저 수용할 용기를 낼 때 인간은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런 '격'이 있는 삶을 살고 있는지 되물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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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 서점직원 혼다씨 1
혼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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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가 배경인 <중쇄를 찍자>를 재미있게 봤다면 서점이 무대인 만화는 어떠신지. <해골 서점직원 혼다 씨>는 <중쇄를 찍자>에서 눈물 콧물 쭉쭉 뽑는 감동은 덜어낸 대신 절로 배꼽 잡게 만드는 유머는 꽉꽉 채운 코믹 오피스 만화다. 주인공 혼다 씨는 대형 서점직원. 서점직원이라고 하면 하루 종일 책에 둘러싸여 한가롭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낼 것 같다는 인상이 있지만, 실제로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무거운 책을 들었다 놨다 하며 강도 높은 육체노동을 해야 하고, 남녀노소 각계각층의 손님들을 친절하게 맞이하고, 밤늦게까지 야근을 불사하며 '극한 직업'을 소화하느라 얼굴이 해골바가지가 되었다(ㅠㅠ).


최근 혼다 씨를 힘들게 하는 것은 개성이 진해도 너~ 무 찐한 손님들! 전 세계에 명성을 떨치고 있는 재패니즈 만화를 찾아 서점에 온 외국인들을 상대하기가 특히 어렵다. 첫인상은 선한 아저씨가 대놓고 18금 동인지를 찾지 않나,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 오타쿠요.'라고 광고하는 듯한 청년이 <건담> 애장판과 <슬램덩크> 애장판 전권을 내놓으라고 하지 않나, 아시아, 중동, 심지어는 머나먼 북유럽에서 온 동인녀들로부터 '가장 파퓰러하고 핫한 BL'이 뭐냐는 질문을 받지 않나, 나 같으면 진작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다 씨가 매일 서점에 출근하는 것은 (실제로는 월급 때문이겠지만)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열정 때문. 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 마음, 왠지 알 것 같다ㅎㅎ


개성 강한 손님들 이야기 외에도 출판사 직원들과의 관계, 사내 교육 등 서점직원이 아니고는 알 수 없는 이야기가 연이어 등장한다. 업계의 실상을 폭로하는 뒷담화성 내용이 많지만 코믹하게 연출해서 무겁지 않다. 무엇보다 서점 매출을 올리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우는 만화에 관한 이야기가 많아서 만화 팬들은 두 배로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다음 권을 어서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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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고 말해 17
하즈키 카나에 글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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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17권부터 보게 된 만화. 알고 보니 누적 발행부수 500만 부를 돌파하고, 2012년에는 TV 애니메이션, 2014년에는 카와구치 하루나, 후쿠시 소타 주연의 실사 영화로 제작된 바 있는 인기 순정 만화였다. 주인공 다치바나 메이는 초등학교 시절 안 좋은 일을 겪고 사람을 믿지 못하게 되어 여태껏 친구도, 남친도 사귀지 않고 혼자서 지내온 여고생. 어느 날 오해로 인해 학교 최고의 인기남 쿠로사와 야마토를 다치게 되고, 이 일을 계기로 야마토와 가까워진다. 야마토는 메이의 올곧은 성격에 반하고 메이는 야마토의 따뜻한 인품에 이끌리면서 닫혔던 마음의 문을 열리고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한다.


최근에 발행된 17권은 메이와 야마토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의 이야기를 그린다. 메이는 보육 교사가 되기 위해 전문학교에 진학하고 야마토는 대학에 다니면서 포토그래퍼의 꿈을 키운다.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지만, 막상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니 만나는 횟수가 줄고 둘 사이의 거리가 멀어지는 느낌이 든다. 설상가상 야마토를 좋아하는 여자가 나타나고 메이가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둘의 사랑은 또다시 시험에 든다. 그동안 온갖 우여곡절을 넘어온 메이와 야마토는 현재의 위기를 잘 넘길 수 있을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메이와 야마토가 서로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는 동안, 메구미는 파리에서 모델 활동을 하며 고군분투하고, 다른 친구들은 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보육교사로 일하기 시작하거나 새로운 가족이 생기며 삶의 새로운 페이지를 연다. 시작은 가벼운 순정 만화인 듯했지만, 시리즈가 진행되고 완결에 가까워질수록 등장인물들이 성숙하고 내용도 무거워지며 그림체도 훨씬 세련되고 깔끔하다. 머지않아 완결이 되고 애장판이 나오면 한 번 제대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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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 12
후지무라 마리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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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에 방영된 일본 드라마 중에 <오늘은 회사 쉬겠습니다>가 있다. 서른이 넘도록 연애 한 번 못해보고 회사에서 일만 한 주인공이 어느 날 열두 살 연하의 훈남과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고 연상의 상사와도 엮여 삼각관계를 이룬다는 줄거리는 최고지만, 주인공이 자타 공인 일본의 정상급 여배우인 아야세 하루카인 관계로 도저히 감정이입이 안 된다는 장애물이 있어 직접 보진 않았다(아니 대체 아야세 하루카의 얼굴과 몸매로 서른 넘도록 모태 솔로가 말이 되나? 아야세 하루카라면 열두 살 연하남한테 대시를 받고도 남지ㅠㅠ).


아무튼 이런 열패감에 젖어 한동안 잊고 있었던 이 작품을 원작 만화로 만났다. 읽어보니 예상한 것보다 내용이 진지하고 특히 30대 여성의 심리를 잘 보여줘서 깊이 공감했다. 33세 생일에 12살 연하인 타노쿠라와 첫날밤을 보낸 하나에는 우여곡절 끝에 타노쿠라와 사귀게 되고 결혼까지 약속한다. 결혼에 대한 마음이 점점 커지는 가운데 하나에는 생리가 늦어지는 것을 깨닫고 임신인가 싶어 산부인과를 찾는다. 오히려 임신이 어려운 체질일 수 있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복잡해진 하나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타노쿠라가 자기보다 훨씬 젊고 예쁜 여자와 가깝게 지내는 것 같아서 불안감이 엄습한다.


처음에는 열두 살 연하 훈남과 사귀다니 웬 복인가 싶었으나 하나에의 상황을 알고 나니 연하의 훈남과 사귀는 것도 참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애조차 무리라고 생각했던 하나에가 이제 결혼을 앞두게 되었고 임신까지 기대하고 있는데 임신하기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 절망하는 것은 당연하다. 게다가 상대는 흠 잡을 것이 하나도 없는 타노쿠라다. 하나에가 아직 젊고 앞길이 창창한 타노쿠라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닐까 걱정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아사오의 말대로 하나에가 실망하고 상처받고 갈등하고 있다고 믿는 것은 하나에지, 타노쿠라가 아니다. 즉 모든 것이 하나에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일뿐 실제가 아니다. 연인 사이를 포함해 인간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상대를 믿고 고민이 있으면 대화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멋진 조언을 해주는 아사오 선배가 훨씬 듬직하고 근사해 보이는 건 오직 나뿐? 하나에는 타노쿠라와 이어지고, 나는 아사오 선배 같은 멋진 남자와 이어졌으면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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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주점 노부 1
버지니아 이등병 지음, Kururi 그림, 세미카와 나츠야 원작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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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좋아하고 만화를 좋아하다 보니 음식 만화도 적지 않게 봤다.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역시 <어제 뭐 먹었어?>. 최근에는 <먹고 자는 마르타>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세미카와 나츠야의 라이트 노벨이 원작인 <이세계 주점 노부>도 만족스러웠다. 배경은 고도(古都) 아이테리아. 중세 유럽을 연상시키는 이 도시의 어느 골목 어귀에 생뚱맞게도 일본식 주점 '노부'가 있다. 게으름뱅이 위병, 제멋대로인 자작 가문의 영애, 엄격한 징세 청부인 등 아무리 쌀쌀맞고 퉁명스러운 사람도 '노부'의 주인장이 만드는 맛있는 음식과 간판 아가씨의 극진한 대접을 받고 나면 마음이 사르르 녹는다.


1권에 등장하는 음식은 오뎅, 닭튀김, 나폴리탄, 탕두부, 회덮밥, 돼지고기 된장국 등 여섯 가지이다. 어쩌면 하나같이 다 맛있어 보이는지. 가게에 발을 들인 사람은 누구나 주문처럼 외치는 '일단 생맥' 한 잔으로 목을 축인 다음, 주인장과 간판 아가씨가 추천하는 음식을 하나씩 맛보며 긴긴밤을 보내면 너무나 행복할 것 같다. 일단 1권에서 내 입맛을 사로잡은 음식은 닭튀김. 한국 치킨도 맛있지만 나는 일명 '가라아게'로 불리는 일본식 닭튀김을 무척 좋아한다. 가라아게 위에 새콤달콤한 난반 소스를 뿌린 치킨 난반에 맥주 한 잔 마시면 천국에 온 기분일 듯. 1권보다 2권은 얼마나 더 '맛있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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