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래너리 오코너 - 오르는 것은 모두 한데 모인다 외 30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2
플래너리 오코너 지음, 고정아 옮김 / 현대문학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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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구입한 건 '이동진의 빨간책방' (이하 빨책) 덕분이지만, 플래너리 오코너를 알게 된 건 빨책에서 이 책이 소개되기 한참 전이다. 빨책과 마찬가지로 즐겨듣는 팟캐스트 '교보문고 낭만서점'에서 초창기에 문학수첩에서 나온 플래너리 오코너의 소설집 <좋은 사람은 찾기 힘들다>를 소개한 적이 있다. 당시 진행자였던 소설가 정이현이 하도 추천해서 읽어보려고 했는데 '표지가 구려서' 구입하지 않다가, 빨책 듣고 현대문학에서 플래너리 오코너의 새 소설집이 나온 걸 뒤늦게 알고 이제야 구입해 읽었다(이 표지는 괜찮다). 


플래너리 오코너는 1925년 미국 남부 조지아 주에서 태어났다. 스물다섯 살에 루푸스 병이 발해 자신이 오래 살지 못할 것임을 알았지만, 이후 12년 동안 장편 소설 두 편과 단편 소설 서른두 편을 발표하며 문학사에 깊은 자취를 남겼다. 오코너는 아일랜드 계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으며 평생 독실한 신앙생활을 했다. 작품에도 미국 남부의 정서와 함께 종교적 색채가 비교적 짙긴 하지만 오코너의 소설이 '종교 소설'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코너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의 위선이나 가식, 모순 등을 그리는 데에 집중했으며, 일부 종교가 약속하는 영생이나 구원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 책에는 <제라늄>을 비롯한 총 3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배경이나 소재는 다양한데 결말은 하나같이 씁쓸하다. 딸네 집에 왔다가 백인과 흑인이 동등하게 어울리는 것을 보고 말세라고 여기는 할아버지, 선과 악은 분명하게 구분되고 자신은 무조건 선의 편이라고 믿는 할머니, 시골 사람은 모두 다 착하다고 믿는 어머니, 평소에는 이성에게 관심 없는 척하더니 처음 본 연하남에게 나이까지 속이고 다가가는 독신녀 등 겉보기엔 멀쩡한데 속은 뒤틀려 있는 인물들이 주로 등장한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좋은 사람은 드물다>이다. 이 소설에는 숙녀처럼 우아하게 행동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는 할머니가 나온다. 이 할머니가 어느 날 아들네 가족과 함께 자동차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 하필이면 길 위에서 할머니가 조간신문에서 본 탈옥수를 마주친다. 마주쳤어도 모른 척하고 지나쳤으면 될 것을, 할머니가 굳이 아는 척을 하는 바람에 할머니와 아들네 가족 전원이 위험에 처한다. 과연 이들은 어떻게 될까. 궁금하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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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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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책을 구입하는 일이 잦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팟캐스트 <일상 기술연구소>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최근 방영된 '힘 빼기의 기술' 편 기술자로 이 책의 저자가 나왔다. 설거지하면서 청소하면서 설렁설렁 들은 저자의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자동차를 사려고 했던 돈으로 반 년 동안 남미 여행을 다녀왔다는 대목에서 저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감지했다. 그 날로 책을 샀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출신이고 현재는 '실내 수필가'로 사는 길을 모색하는 저자가 그동안 <월간 에세이>, <대학내일>, <더블유 코리아> 등에 기고한 칼럼과 미발표 수필을 엮은 것이다. 제목만 보면 힘 빼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일러주는 자기계발서일 것 같은데, 실제 내용은 저자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재미나게 풀어낸 산문집에 가깝다. 


전직 국어교사로서 맞춤법에 유달리 엄격한 아버지, 딸을 위해 5년이나 육아일기를 쓴 어머니, 절교를 밥 먹듯이 하지만 저자의 실연담을 1년 넘게 잠자코 들어준 친구, 툭하면 집을 나가서 가둬놓고 키웠더니 스트레스로 살이 찐 고양이 등 저자의 주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히 어깨에 힘이 빠지고 얼굴에 웃음이 배시시 번진다. 남들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충고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 아저씨 이야기도 웃겼다. 


꿈을 크게 가지고 항상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도 한다. 꿈은 꼭 그렇게 거창해야만 하는 걸까? '가만히 파도와 푸른 잎사귀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을 꿈꾸면 안 되는 걸까?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힘을 내기보단 힘을 빼야 한다. 되도록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고 되도록 아무 생명도 다치게 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삶. 꿈은 클수록이 아니라 다양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7쪽) 

골프 7세대가 나왔다, 이 톰포드 선글라스를 써봐라, 지금이 아파트 장만엔 최적기다...... 등등. 누가 그런 짓을 하는가? 바로 내가 한다! 게다가 나는 그 일을 아주 잘한다. 뭐에 씐 듯 확신을 가지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타본 적도 없는 차를, 원치 않아도 될 물건들과 브랜드를 광고한다. 내가 내 인생의 막강한 적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조심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129쪽) 


책의 후반부는 여행기다. 원래는 차를 사려고 했던 돈으로 남미행 티켓을 끊은 저자는 '아르헨티나 최고 대학'에서 스페인어도 배우고 '국립 탱고 아카데미'에서 탱고도 익혔다. 파타고니아에도 가보고 마추픽추도 보고 이구아수 폭포도 봤다. 낙타를 타고 사하라사막에 가서 유성우를 보다가 잠들기도 했다. 차를 샀다면, 그 차로 집과 직장과 마트만 오갔다면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가 경험한 것처럼, 때로는 세상의 흐름에 맞추려고 억지로 힘주지 말고 내 흐름대로 가려고 힘을 빼보면 의외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지도 모른다. '완주와 기록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삶을 선물로 여기게 만드는 순간들을 더 천천히 들여다' 보는 사람이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의 총량은 더 클지도 모른다. 나도 저자처럼 가볍게 천천히 둥둥 떠다니며 살고 싶다. 물살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고 싶다. 어떤 섬 또는 대륙에 도착할까.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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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여 들어다오 3
사무라 히로아키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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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라 히로아키의 <파도여 들어다오> 3권이 출간되었다. 2권 읽고 4개월 만에 3권이 나왔으면 빨리 나온 셈인데 오래 기다린 듯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건 내가 이 만화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지 ㅎㅎ 


이 만화는 장르가 불분명하다. 호러도 있고, 오컬트도 있고, 러브 스토리도 있고, 코믹도 있는데 전체적인 줄거리는 주인공 미나레가 카레집 점원에서 라디오 퍼스낼리티로 성장하는 이야기란 말이지. 작가 후기를 보니 작가 자신은 이 만화를 '무궤도 오컬트 카레 라디오 만화'로 규정한 듯한데, 뭔가 딱 뜰어맞는 것 같지는 않지만 작가 자신이 이렇게 말한다면야... 


술집에서 처음 보는 아저씨를 붙잡고 실연 토크를 늘어놓았는데 하필 그 아저씨가 지역 라디오 방송국 디렉터라서 순식간에 라디오 퍼스낼리티로 데뷔하게 된 '코다 미나레'. 대망의 첫 번째 방송은 자신을 버린 전 남친을 죽이는 설정이었는데, 안 그래도 아직 실연의 상처가 다 낫지 않은 미나레는 혼신의 연기를 펼쳤고, 이 방송이 의외의 호평을 받으면서 점점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한다. 


이어지는 두 번째 방송은 오디오 드라마 <심야의 매장극>. 미나레가 매장해야 할 대상은 역시나 전 남친. 허구인지 실제인지 알기 힘든 설정 속에서 미나레는 또 한 번 신인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대단한 연기를 펼친다. 방송이 끝난 후 미나레는 대본의 절반 이상이 공란이었다고, 디렉터가 나를 미워하는 게 분명하다고 따지지만, 디렉터의 말에 따르면 미나레의 잠재력을 보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었다고. 그 후 미나레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떻게 되긴. 또 좋아서 다음 방송 준비 시작했지 ㅋㅋ 


세 번째 방송은 청취자가 보낸 메일로부터 시작된다. 메일의 내용은 죽은 전 애인이 자기를 놔주지 않고 저 세상으로 끌고 가려고 한다는 것. 미나레는 처음에 노망이 든 노인의 소행으로 치부하지만, 메일을 쓴 사람의 이름을 확인하고 메일의 내용이 진짜인지도 모른다고 생각을 바꾼다. 메일을 쓴 사람의 이름은 '오키 신지'. 미나레가 사는 아파트의 아래층에 사는 사람의 이름이었던 것이다. 그리하여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여러 가지 의미로' 공포스러우니 책에서 직접 확인하시길(여러 가지 의미란,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복선도 있고 반전도 있다는 뜻). 


이 만화의 재미는 뭐니 뭐니 해도 진지한 상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유머다. 특히 일본의 유명인 이름이 나오는 유머가 재미있는데, 목이 꺾인 남자친구의 시체가 미나레를 데려가려고 하면서 '미토짱'(일본의 유명 아나운서)과 '마츠코'(연예인)의 이름을 들이대거나, 미나레가 자신을 '키리타니 미레이'(일본의 유명 모델이자 탤런트)의 염가판이라고 착각하거나,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콤비인 '다운타운', '타카토시'의 이름이 등장하는 대목은 일본 대중문화에 친숙한 사람이라면 어김없이 웃음을 터트릴 듯하다. 


작가의 깨알 같은 지식이 빛나는 대목도 적지 않다. 일본의 유명 코미디언 콤비 중 하나인 '샌드위치맨'이 신인 시절의 은혜를 갚기 위해 출연료를 받지 않고 지역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이야기도 처음 알았다. 이만한 이야기가 나오는 걸 보면 작가가 대단한 대중문화 팬이거나 적어도 대단한 라디오 팬인 것 같다. 다음 4권에선 또 어떤 기상천외한 이야기와 유머를 선보일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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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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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팟캐스트 '서늘한마음썰'을 즐겨 듣는다. 내 또래로 짐작되는 여자 셋이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인데, 때로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푸근하고, 때로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후련하다. 

(들어보기 ▶ http://www.podbbang.com/ch/14056)


'서늘한마음썰'의 진행자 '서늘한여름밤'이 그리고 쓴 책을 읽었다. 제목은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저자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형 병원에 들어갔다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100일 만에 퇴사했다. 이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기 위해 블로그에 그림일기를 올리기 시작했고 팟캐스트도 시작했다. 현재는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성실하고 노력하는 인간이었고, 노력하는 인간에게 보상이 올 거라 의심 없이 믿으며 살았다. 욕구보다는 목표를 추구하며 살았다. 불안에 떠밀려 정한 그 목표에 도달하면 마침내 불안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노력 끝에 내가 마주한 것은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조직문화와 내가 정말 이 길을 원했던 게 맞는가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345쪽)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책으로까지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구입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부모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범생으로 살다가 바른 말 한 번 했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낙인찍혔을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오랫동안 학교나 조직의 울타리 안에 있다가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똑같진 않아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우리 사회는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만연하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말 못하고 치료를 못 받으면 본인이 제일 괴롭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그래도 넌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넌 이상하지 않아. 넌 지금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야." (165~167쪽 중에서) 


저자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강요하지 않는 점도 좋다. 저자도 독자와 마찬가지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천천히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는 선에서 그쳐서 좋다. 말이 자기 계발이지 실상은 '자기 자랑'인 자기 계발서에 지쳤거나, 한 가지 삶의 모습만을 맹목적으로 정답이라고 외치는 책에 질렸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듯. 저자와 남편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도 서늘한 마음을 훈훈하게 덥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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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까지는 바라지 않습니다. 하지만 화제는 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기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리를 파헤치는 내용을 담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9월 10일 건대입구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저수지 게임> GV에서 제작자 김어준이 한 말이다. 



<저수지 게임>. 이 영화를 '아는 사람'은 다 안다. '프로젝트 부(不)'에 참여한 사람, <더 플랜>을 본 사람,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듣는 사람, '시사인'을 구독하는 사람, '파파이스'를 보는 사람, 팟빵 순위 상위권에 있는 정치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 '나는 꼼수다'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봤거나, 볼 예정이거나, 보지는 않아도 알기는 한다. 하지만 이것도 저것도 아닌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모르고 지나칠 가능성이 높다. 왜냐. 언론에 안 나오거든.







<저수지 게임>에는 주진우가 지난 5년간 국내외를 넘나들며 이명박의 비자금의 행적을 추적해온 과정이 담겨 있다. 주진우는 캐나다 노스욕 부동산 사기 사건을 계기로 농협의 대출 관련 의혹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천년회, 영포라인, MB 친인척 같은 단어가 등장해 그 끝에 MB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강한 심증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심증은 심증일 뿐. 범죄를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증거가 나오지 않아 현재로서는 '실패'에 가깝다.


결국 '실패'에 이르는 이야기를 뭐 하러 봐야 할까. 더군다나 <저수지 게임>의 내용은 주진우가 최근에 낸 책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와 상당 부분 겹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첫째,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나와있는 내용보다 훨씬 자세하고 이해하기 쉽다. 

<주진우의 이명박 추격기>에 나오는 MB 추적 관련 내용은 <저수지 게임>에 나오는 내용에 비하면 극히 일부다. 책에는 이름이나 직책으로만 등장하는 인물이 영화에는 실제 인물 또는 이미지로 등장하는 점도 영화를 볼 만한 이유다.







둘째, 귀로만 들었던 주진우 기자의 취재 과정을 눈으로 볼 수 있다. 

주진우 기자가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서 힘들게 취재를 하는지는 라디오나 팟캐스트를 통해 자주 전해 들었다. 영화에는 주진우 기자의 취재 과정이 영상으로 담겨 있다. 취재원을 만나러 갈 때의 모습, 만나서 취재할 때의 모습, 만나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기자가 취재하는 모습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봤지만 <저수지 게임>은 실제 상황이라는 것. 그것도 기자와 취재원 모두 '목숨 걸고' 통화를 하고 만남을 가진다는 점에서 (가상의) 영화나 드라마와 비교하기 힘든 스릴을 느낄 수 있다.







셋째, 이 영화의 내용은 결국 내 문제다. 

이 영화는 어떤 기자가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을 추적하는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그 기자가 목숨 걸고 밝히려고 하는 진실은 내가 알아야 하는 진실이고, 전직 대통령이 숨기고 있는 돈은 원래 국민의 돈이다. 은행 수수료 500원은 아끼려고 노력하면서, 은행이 전직 대통령을 위해 날린 몇백억의 돈에는 왜 관심이 없을까. 세금 낼 때 어떻게 하면 덜 낼까 온갖 팁을 알아보면서, 공기업이 부실 투자하고 빚더미에 앉는 건 가만히 지켜볼까. 은행이 날린 돈, 공기업이 날린 돈, 권력자 호주머니에 들어간 돈 모두 실은 국민들의 몫, 내 몫이라는 생각은 왜 못할까.









친일파 청산 못 했다고, 전직 대통령들 감옥까지 보내놓고 석방, 사면해서 지금 그 자손들까지 떵떵거리며 잘 산다고 윗세대를 욕하는 건 쉽다. 하지만 바로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인 이명박(근혜) 문제를 해결 못하면 우리가 아래 세대에게 욕 들어도 변명할 여지가 없다. 



지금의 내가 5년 전의 나에게 박근혜가 탄핵될 거라고 말하면 믿을까. 5년 후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이명박의 전 재산이 국고에 환수되고 이명박은 급식 먹고 있다고 말하면 믿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안 보면 참 아쉬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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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holic 2017-09-10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키치 2017-09-11 08:17   좋아요 0 | URL
오! 배우신 분 ^^ 반갑습니다. 어쩌면 가까운 자리에서 영화 봤는지도 모르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