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 서툴면 서툰 대로 아프면 아픈 대로 지금 내 마음대로
서늘한여름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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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는 팟캐스트 '서늘한마음썰'을 즐겨 듣는다. 내 또래로 짐작되는 여자 셋이 마음에 관해 이야기하는 팟캐스트인데, 때로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푸근하고, 때로는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후련하다. 

(들어보기 ▶ http://www.podbbang.com/ch/14056)


'서늘한마음썰'의 진행자 '서늘한여름밤'이 그리고 쓴 책을 읽었다. 제목은 <어차피 내 마음입니다>. 저자는 대학교와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으며, 임상심리전문가가 되기 위해 대형 병원에 들어갔다가 원하는 삶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100일 만에 퇴사했다. 이후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 좋아하는 게 뭔지 알기 위해 블로그에 그림일기를 올리기 시작했고 팟캐스트도 시작했다. 현재는 심리상담센터 에브리마인드에서 일하고 있다. 







나는 성실하고 노력하는 인간이었고, 노력하는 인간에게 보상이 올 거라 의심 없이 믿으며 살았다. 욕구보다는 목표를 추구하며 살았다. 불안에 떠밀려 정한 그 목표에 도달하면 마침내 불안이 없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그 노력 끝에 내가 마주한 것은 도저히 적응할 수 없는 조직문화와 내가 정말 이 길을 원했던 게 맞는가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345쪽) 


책을 구입하기 전에는 저자가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책으로까지 봐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는데, 책을 구입하자마자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 인색한 부모가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모범생으로 살다가 바른 말 한 번 했다는 이유로 문제아로 낙인찍혔을 때의 기분이 어땠는지, 오랫동안 학교나 조직의 울타리 안에 있다가 홀로서기를 시작했을 때의 심정이 어땠는지 비교적 자세히 나와 있다. 똑같진 않아도 비슷한 경험을 해본 사람으로서 한 장 한 장 읽을 때마다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우리 사회는 '마음의 병'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만연하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우울하다고 말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말 못하고 치료를 못 받으면 본인이 제일 괴롭다. 그때의 나를 만난다면 이렇게 얘기해주고 싶다. "그래도 넌 나약한 사람이 아니야. 넌 이상하지 않아. 넌 지금 그대로 괜찮은 사람이야." (165~167쪽 중에서) 


저자가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라고 강요하지 않는 점도 좋다. 저자도 독자와 마찬가지로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을 천천히 더듬거리며 나아가는 중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꼈는지 진솔하게 털어놓는 선에서 그쳐서 좋다. 말이 자기 계발이지 실상은 '자기 자랑'인 자기 계발서에 지쳤거나, 한 가지 삶의 모습만을 맹목적으로 정답이라고 외치는 책에 질렸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듯. 저자와 남편의 알콩달콩한 사랑 이야기도 서늘한 마음을 훈훈하게 덥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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