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기의 기술 - 카피라이터 김하나의 유연한 일상
김하나 지음 / 시공사 / 2017년 7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알게 된 책을 구입하는 일이 잦다. 이 책도 그렇다. 이 책은 팟캐스트 <일상 기술연구소>를 듣다가 알게 되었다. 최근 방영된 '힘 빼기의 기술' 편 기술자로 이 책의 저자가 나왔다. 설거지하면서 청소하면서 설렁설렁 들은 저자의 이야기가 어찌나 재미있던지. 자동차를 사려고 했던 돈으로 반 년 동안 남미 여행을 다녀왔다는 대목에서 저자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는 걸 감지했다. 그 날로 책을 샀다. 


이 책은 카피라이터 출신이고 현재는 '실내 수필가'로 사는 길을 모색하는 저자가 그동안 <월간 에세이>, <대학내일>, <더블유 코리아> 등에 기고한 칼럼과 미발표 수필을 엮은 것이다. 제목만 보면 힘 빼는 방법을 일목요연하게 일러주는 자기계발서일 것 같은데, 실제 내용은 저자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생각하고 느낀 것들을 재미나게 풀어낸 산문집에 가깝다. 


전직 국어교사로서 맞춤법에 유달리 엄격한 아버지, 딸을 위해 5년이나 육아일기를 쓴 어머니, 절교를 밥 먹듯이 하지만 저자의 실연담을 1년 넘게 잠자코 들어준 친구, 툭하면 집을 나가서 가둬놓고 키웠더니 스트레스로 살이 찐 고양이 등 저자의 주변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히 어깨에 힘이 빠지고 얼굴에 웃음이 배시시 번진다. 남들과 사이좋게 지내려면 충고하면 안 된다고 충고한 아저씨 이야기도 웃겼다. 


꿈을 크게 가지고 항상 꿈을 향해 도전하라고도 한다. 꿈은 꼭 그렇게 거창해야만 하는 걸까? '가만히 파도와 푸른 잎사귀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맥주를 마시는 것'을 꿈꾸면 안 되는 걸까?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힘을 내기보단 힘을 빼야 한다. 되도록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고 되도록 아무 생명도 다치게 하지 않으며 아름다운 것을 바라보는 삶. 꿈은 클수록이 아니라 다양할수록 좋다고 믿는다. (7쪽) 

골프 7세대가 나왔다, 이 톰포드 선글라스를 써봐라, 지금이 아파트 장만엔 최적기다...... 등등. 누가 그런 짓을 하는가? 바로 내가 한다! 게다가 나는 그 일을 아주 잘한다. 뭐에 씐 듯 확신을 가지고,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타본 적도 없는 차를, 원치 않아도 될 물건들과 브랜드를 광고한다. 내가 내 인생의 막강한 적인 것이다. 그러니 나는 조심해야 한다. 나 같은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129쪽) 


책의 후반부는 여행기다. 원래는 차를 사려고 했던 돈으로 남미행 티켓을 끊은 저자는 '아르헨티나 최고 대학'에서 스페인어도 배우고 '국립 탱고 아카데미'에서 탱고도 익혔다. 파타고니아에도 가보고 마추픽추도 보고 이구아수 폭포도 봤다. 낙타를 타고 사하라사막에 가서 유성우를 보다가 잠들기도 했다. 차를 샀다면, 그 차로 집과 직장과 마트만 오갔다면 경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책도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저자가 경험한 것처럼, 때로는 세상의 흐름에 맞추려고 억지로 힘주지 말고 내 흐름대로 가려고 힘을 빼보면 의외의 기쁨과 행복을 느낄지도 모른다. '완주와 기록에 의의를 두기'보다는 '삶을 선물로 여기게 만드는 순간들을 더 천천히 들여다' 보는 사람이 인생에서 맛볼 수 있는 행복의 총량은 더 클지도 모른다. 나도 저자처럼 가볍게 천천히 둥둥 떠다니며 살고 싶다. 물살이 나를 어디로 데려가는지 보고 싶다. 어떤 섬 또는 대륙에 도착할까. 마음은 벌써 그곳에 가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