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가츠는 여왕님이 되겠습니다 1
콘키치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약한 척, 착한 척하는 순정 만화 속 여주인공의 모습에 질렸다면 <산가츠는 여왕님이 되겠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주인공 산가츠 스미레는 자신감이 극도로 결여된 여고생. 하지만 남몰래 짝사랑 중인 같은 학교 남학생 유키노 텟페이의 이상형이 '자신감 있고, 멋있으면서,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자신을 바꾸기로 결심한다. 


때마침 산가츠의 눈에 학교 최고의 꽃미남이자 무수히 많은 여자들을 '심쿵'하게 만든 걸로 유명한 나나미가 들어온다. 나나미처럼 매사에 적극적이고 자신감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은 산가츠는 나나미에게 다가가 엎드려 절을 한다. "절 나나미의 제자로 받아주세요!" 그리하여 산가츠를 자신감 넘치는 연애 천재로 만들기 위한 특훈이 시작되는데...! 





특훈을 시작하기에 앞서 나나미는 산가츠의 외모부터 바꾼다. 얼굴의 반 이상을 덮고 있는 앞머리를 깔끔하게 자르고, 머리를 하나로 질끈 묶고 다니는 대신 반묶음하고, 치마는 무릎 위로 올리고, 새우처럼 굽은 등도 곱게 펴준다(저도 나나미 선생님의 컨설팅을 받고 싶습니다!). 덕분에 산가츠는 어둡고 음침한 인상에서 단정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으로 거듭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나미는 산가츠에게 유키노를 보면 이렇게 하라고 조언한다. "마운팅으로 네 입장이 더 위라는 걸 깨닫게 해. 거스르면 죽이고." 산가츠는 나나미가 가르쳐준 대로 유키노에게 다가가 자신 있는 태도로 고백한다. "전부터 널 눈여겨보고 있었어. 너, 내 거 해라."(산가츠 넘 잘생겼다 ㅠㅠㅠ) 그리고 여기서 틈을 주지 않고 마운팅을 시도하는데...! 






이게 웬 레슬링인가여 ㅋㅋㅋ 알고 보니 산가츠는 나나미가 말한 마운팅이 '자신이 상대보다 우위임을 어필하라'는 뜻인 줄 모르고 '동물이 우위를 나타내기 위해 교미 시 상대의 등에 올라타는 행위'라는 사전적 의미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고 시도한 것 ㅋㅋㅋ 순진한 유키노가 웃으며 넘어갔기에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유키노의 마음을 얻기 전에 미움부터 살 뻔했다 ㅋㅋㅋ 


남자 주인공이 도S 캐릭터라서 <늑대소녀와 흑왕자>, <쿠로사키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처럼 여자 주인공과 내내 티격태격하다가 결국 잘 되는 전개로 이어질까 했는데 현재로선 그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남녀가 만나면 무조건 눈 맞고 사귀는 전개에서 탈피해 남자와 여자도 친구가 될 수 있다, 서로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 건전한 사제 관계도 가능하다는 예를 보여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미나미보다 유키노가 더 귀여워서 그런 거 아니고요 ㅎㅎㅎ ←맞습니다). 


참고로 콘키치의 다른 작품으로는 <모노노베 고서점 괴기담>이 있다. 호러 만화 작가가 순정 만화를 그리면 이렇게 기발하고 재미있는 작품이 탄생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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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소녀와 흑왕자 1
하타 아유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왕따가 되기는 싫어서 별생각 없이 사귄 친구들이 하필이면 모두 남자 친구가 있는 상황. 허영심 많은 시노하라 에리카는 친구들한테 지기 싫은 마음에 자기한테도 남자 친구가 있다고 거짓말을 해버린다.


16권으로 완결되고 애니메이션화, 실사 영화화까지 된 인기 순정 만화 <늑대소녀와 흑왕자>는 이렇게 어두운 설정으로 시작된다. 에리카는 남자 친구 얼굴 한 번 보여달라는 친구들의 성화에 시달리다 길에서 본 미남을 도촬해 친구들에게 보여준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미남이 같은 학교 최고 인기남 사타 쿄야일 줄이야...! 





가까운 거리에서 본 사타 쿄야는 여전히 잘 생겼고, 교내 최고 인기남답게 여자들을 대하는 태도도 부드럽고 친절하다. '어쩜 이렇게 다정할까? 완벽한 건 외모만이 아니었어! 이 사람이라면, 내 위기를 구해줄지도 몰라!' 에리카는 쿄야에게 다가가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고, 괜찮다면 애인인 척해 주지 않겠냐고 부탁한다.


"그럼 세 번 돌고 손을 내민 다음 '멍'하고 짖어 봐." 에리카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자신의 귀에 들려온 목소리는 눈앞에 있는 쿄야의 것이 분명하다. 쿄야의 표정도 험악하게 바뀌었다. 쿄야는 에리카가 꾸민 이 '시시한 연극'에 동참하는 대가로 에리카에게 자신의 '개'가 될 것을 명한다.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아니 나쁜 놈 위에 더 나쁜 놈 있는 상황이랄까? 





남자 주인공이 도S 캐릭터인 경우 여자 주인공은 도M까지는 아니어도 남의 말에 잘 휘둘리는 순진한 캐릭터이거나 엄청난 근성으로 남자 주인공을 계몽(!)하는 캐릭터인 경우가 대부분인데(<꽃보다 남자>가 대표적이다), <늑대소녀와 흑왕자>는 여자 주인공이 딱히 순진하거나 착하지도 않고 근성도 없다는 점이 참신하다. 


에리카가 친구들한테 남친 있다고 거짓말한 걸로 모자라 쿄야한테 가짜 남친이 되어달라고 할 때는 뭐 이런 애가 다 있나 싶었는데, 본모습을 드러낸 쿄야한테 괴롭힘을 당하는 모습을 보니 불쌍하기도 하고, 어쩌다 이렇게 남의 눈치를 많이 보는 애가 되었나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쿄야하고 잘 될 기미가 보이면 그건 또 배 아프네 ㅋㅋㅋ 


인기 순정 만화답게 전개가 빠르고 감정 이입이 잘 된다. <쿠로사키 군의 말대로는 되지 않아>처럼 남자 주인공이 도S인 작품을 좋아하는 독자에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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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하야 양은 그대로가 좋아 1
쿠즈시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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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날씨가 급격히 따뜻해지는 바람에 다이어트 고민도 작년보다 일찍 시작되었다. 겨우내 두꺼운 패딩 점퍼 아래 감추고 다녔던 살들을 가능한 한 빨리 제거(!) 해야 할 텐데... 해서 오늘 오후 만 보 넘게 걸었으나 집에 오자마자 엄마가 사온 떡이며 과일을 허겁지겁 먹어치웠다(이어서 저녁도 먹었다). 


<치하야 양은 그대로가 좋아>의 주인공 치하야도 나처럼 틈만 나면 다이어트를 하겠다고 주변 사람들한테 선포하고 잡지에 나온 다이어트 비법을 따라 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금방 허기를 느끼고 맛있는 음식만 보면 바로 무너진다. 





자신의 의지 부족(=다이어트 실패)을 합리화하는 발언도 잘한다. "나, 다이어트하기로 결심했어. 내. 일. 부. 터!", "지금은 여름이니까 다소 음식물을 섭취하더라고 몸을 많이 움직이면 열량을 왕창 소비할 수 있어!", "단맛 나는 껌은 열량이 약간 있지만 마지막에는 뱉으니까 실질적인 섭취 열량은 제로겠지?!" 이거 설마 저만 해본 발언은 아니겠지요... ^^;;; 


차이점이 있다면 나와 달리 치하야의 곁에는 치하야가 어떤 모습이든 개의치 않는 소꿉친구 시마가 있다는 것이다. 시마는 치하야가 다이어트를 한다고 할 때마다 이해를 못한다. 시마의 눈에는 치하야가 평균 체중에 가까워 보이고 살 뺄 곳도 전혀 없어 보인다. 물론 치하야는 시마의 충고를 귓등으로도 안 듣는다. "남자가 말하는 여자의 평균은 현실성이 전혀 없어! (43kg이 평균 체중인 줄 알지?)" ㅋㅋㅋ 




(시마의 눈에 비친 치하야 ㅎㅎㅎ)



치하야는 아직 꿈에도 모르지만, 시마는 사실 지금 치하야를 짝사랑하는 중이다. 시마는 치하야가 음식을 먹을 때가 제일 좋다. 치하야가 음식을 먹을 때 얼마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지, 그때마다 끓어오르는 애정을 주체하는 게 얼마나 힘든지, 치하야가 좀 알아줬으면 좋겠는데 정작 치하야는 다이어트한다며 음식을 멀리하니 안타까울 수밖에... 


치하야를 짝사랑하는 상태가 아닌 내 눈에도 치하야는 뚱뚱한 게 아니라 가슴이 클뿐인 것 같은데(먹은 게 다 가슴으로 가는 듯), 언제쯤 치하야가 자신의 몸을 긍정하고 시마의 진심을 알아줄까. 다이어트 유경험자로서 다이어트와 식욕 사이에서 갈등하다 한 번도 예외 없이 식욕 앞에 무너지는 치하야한테 공감이 많이 되고(몸매는 공감 안 된다), 그런 치하야를 말리고 싶지만 말리지 못하는 시마도 귀엽다. 약간의 노출, 백합 컷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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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녀전설 2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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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SF 거장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 <요녀 전설 2>가 출간되었다. 작년에 출간된 <요녀 전설 1>은 숱한 남자들의 구애를 뒤로하고 달로 도망친 가구야 히메를 비롯해 메두사, 마타 하리,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등 역사와 신화, 전설 속의 '문제적 여성'들이 주인공인 환상적인 단편들이 실려 있었다. 올해 출간된 <요녀 전설 2>는 <요녀 전설 1> 못지않은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다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요녀 전설 2>는 호시노 유키노부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걸작 <사막의 여왕>과 북극 탐험에서 벌어진 참사를 소재로 한 환상담 <신기루 - 파타 모르가나> 이렇게 2편으로 구성된다. 대표작은 역시 <사막의 여왕>이다. 기원전 31년. 이오니아 해에서 이집트와 로마의 명운을 건 해전이 펼쳐지고, 승리의 여신은 이집트가 아닌 로마의 손을 들어준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삼두 중 하나인 안토니우스와 손을 잡고 이 전쟁에 임했다. 안토니우스는 전쟁에 졌으니 꼼짝없이 죽게 되리라고 여겨 벌벌 떠는데,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안토니우스를 미모로 유혹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처럼, 자신을 잡으러 오는 옥타비아누스 역시 손쉽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역사는 클레오파트라의 소망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절망한 클레오파트라는 3천 년에 걸친 이집트의 역사를 모두 본 대신관 솔론의 힘을 빌어 갈릴리의 왕 헤로데의 수양딸 살로메로 환생한다. 마가복음에 헤로데 왕의 연회에서 살로메가 춤을 추고 그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는 대목이 나온다는데, 이 만화에서 살로메는 같은 짓을 벌인다. 단, 그 의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자신의 악한 마음을 뒤흔들고 선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예수에 대한 복수다. 






기독교 신자라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내 눈에는 작가가 클레오파트라, 살로메, 제노비아라는 3대 요녀(내지는 악녀)를 중심으로 별개의 이야기를 연결한 것이 기막히게 재미있는 시도로 보인다. 여성은 착하고 온순해야 하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인습과 당당하게 싸우는 모습도 멋있다. 이들은 정말 '요녀'일까. 만약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야망있다,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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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더라도 1
송하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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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에는 가뭄이 들거나 재해가 일어나면 왕에게 책임을 물어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거나 심하면 죽이기까지 했다고 한다. <꽃이 지더라도>의 배경인 가상의 나라 온란도 그런 나라다. 추운 대륙의 끝에 자리 잡은 온란은 신이 다스리는 따뜻한 나라로 일컬어지지만, 조금이라도 온기를 떨어지고 날이 쌀쌀해지면 백성들이 왕, 즉 라안을 보는 눈초리가 매서워지고 반란의 위협이 높아진다. 


주인공 이녹은 이민족 출신인데 어린 시절 우연히 본 라안의 모습을 잊지 못해 스스로 왕궁호위대에 지원해 호위무사가 된다.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어린 시절에 본 라안의 모습을 다시 보길 간절히 원했으나 몇 년이 지나도 그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어느 날. 온란 최대의 명절인 환온절을 앞두고 이녹은 라안이 순례를 하는 동안 수상한 자가 없는지 살피는 역할을 맡게 된다. 





"먼저 무기를 내려놓고 다가가 엎드려 절하고, 똑바로 얼굴을 보지 말고, 등을 보이지도, 그분을 만지지도 말아야 합니다." 이녹은 라안을 보고 싶지만, 호위무사에게는 라안의 얼굴을 보는 것도, 라안을 만지는 것도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멀리서 라안의 목소리가 들리고 라안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자, 이녹은 자기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고 만다. 


고개를 든 이녹은 앞에 있는 라안의 모습이 자신이 기억하는 라안의 모습과 너무나 달라서 놀란다. 몇 년 만에 하얗게 샌 머리카락, 앙상하게 뼈만 남은 팔... 이녹은 이렇게 힘없고 허약한 사람이 온란을 지키는 라안이라는 사실에 당황한다. 하지만 곧이어 라안이 자신의 기억과 마찬가지로 자상하고 인자한 성품을 가졌다는 걸 알고 마음을 놓는다. 





'말도 안 돼! 그 앙상한 몸으로? 게다가 라안과 신관들은 맨발이다. 힘들다는 말로 끝날 정도가 아니야!' 이녹은 겉보기에도 건강하지 않은 라안이 건강한 사람들에게도 벅찬 환온절 순례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관습을 바꿀 수 없다면 호위무사인 자신이 몸과 마음을 다 바쳐서 라온을 지키리라 다짐한다. 


여성인 왕을 남성 호위무사가 지키는 이야기는 질리도록 봤지만, 남성인 왕을 여성 호위무사가 지키는 이야기는 처음 본다(하나 생각났다. <왕좌의 게임>에서 제이미 라니스터의 호위무사였던 브리엔느! 제이미는 왕이 아니었지만...). 이녹이 앞으로도 왕에게 닥치는 위협을 척척 막아내는 듬직한 호위무사의 모습을 계속 보여주었으면.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팍팍 깨는 여성 캐릭터. 사랑합니다♡





라안의 오른팔 산호의 (짝사랑인지 양방 사랑인지 아직 모르는) 라안에 대한 애정도 흥미진진하다 ㅎㅎ 1권에선 진지한 전개에 웃음기를 더하는 캐릭터처럼 나왔는데, 1권 결말을 보면 산호도 이녹만큼 복잡한 사연을 지닌 캐릭터인 듯하다. 이 밖에도 멋진 캐릭터가 너무 많아서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된다. 어서 2권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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