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녀전설 2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강동욱 옮김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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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SF 거장 호시노 유키노부의 단편집 <요녀 전설 2>가 출간되었다. 작년에 출간된 <요녀 전설 1>은 숱한 남자들의 구애를 뒤로하고 달로 도망친 가구야 히메를 비롯해 메두사, 마타 하리, 루크레치아 보르지아 등 역사와 신화, 전설 속의 '문제적 여성'들이 주인공인 환상적인 단편들이 실려 있었다. 올해 출간된 <요녀 전설 2>는 <요녀 전설 1> 못지않은 충격과 공포를 선사한다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요녀 전설 2>는 호시노 유키노부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걸작 <사막의 여왕>과 북극 탐험에서 벌어진 참사를 소재로 한 환상담 <신기루 - 파타 모르가나> 이렇게 2편으로 구성된다. 대표작은 역시 <사막의 여왕>이다. 기원전 31년. 이오니아 해에서 이집트와 로마의 명운을 건 해전이 펼쳐지고, 승리의 여신은 이집트가 아닌 로마의 손을 들어준다.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의 삼두 중 하나인 안토니우스와 손을 잡고 이 전쟁에 임했다. 안토니우스는 전쟁에 졌으니 꼼짝없이 죽게 되리라고 여겨 벌벌 떠는데, 여왕인 클레오파트라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오히려 즐거워 보이기까지 한다. 안토니우스를 미모로 유혹해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뜨린 것처럼, 자신을 잡으러 오는 옥타비아누스 역시 손쉽게 자신의 편으로 만들 수 있으리라 굳게 믿는다. 


하지만 역사는 클레오파트라의 소망과 다른 방향으로 가고, 절망한 클레오파트라는 3천 년에 걸친 이집트의 역사를 모두 본 대신관 솔론의 힘을 빌어 갈릴리의 왕 헤로데의 수양딸 살로메로 환생한다. 마가복음에 헤로데 왕의 연회에서 살로메가 춤을 추고 그 대가로 세례 요한의 목을 요구했다는 대목이 나온다는데, 이 만화에서 살로메는 같은 짓을 벌인다. 단, 그 의도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 없이 자신의 악한 마음을 뒤흔들고 선한 눈물을 흘리게 하는 예수에 대한 복수다. 






기독교 신자라면 허무맹랑한 이야기라고 여길지도 모르지만, 기독교 신자가 아닌 내 눈에는 작가가 클레오파트라, 살로메, 제노비아라는 3대 요녀(내지는 악녀)를 중심으로 별개의 이야기를 연결한 것이 기막히게 재미있는 시도로 보인다. 여성은 착하고 온순해야 하고 자신의 욕망을 드러내지 않아야 한다는 인습과 당당하게 싸우는 모습도 멋있다. 이들은 정말 '요녀'일까. 만약 이들이 남성이었다면 야망있다, 도전적이라는 평가를 받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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