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 - 내 안의 우주
김혜성 지음, 김각균.천종식 감수 / 파라사이언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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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인간의 기대수명이 80세를 넘어 100세에 근접하면서 치아 건강, 구강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입은 음식물을 씹고 목으로 넘기는 신체 기관일 뿐만 아니라 우리 몸 상태가 단적으로 표현되는 예민한 곳이고, 치아라는 우리 몸에서 가장 단단한 조직이 기둥처럼 버티고 있는 곳으로 그 중요성이 어마어마하다. 





이렇게 중요한 입속 건강을 어떻게 관리하고 유지하면 좋을까. 일산에서 사과나무치과를 운영하는 현직 치과의사가 쓴 치아와 구강 관리, 구강 내 미생물에 관한 책 <입속에서 시작하는 미생물 이야기>에 그 답이 나와 있다. 이 책에는 입을 구성하는 혀와 입술, 치아, 침, 아밀라아제, 치석 등에 관한 전문가적인 설명은 물론, 입속 미생물에 관한 정의부터 입속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등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입속 미생물이 형성되고 번식하는 과정을 비롯해 입속 미생물이 심혈관, 소화관, 장기 등으로 이동하며 신체에 어떤 영향을 주고 어떤 질병을 일으키는지도 나온다. 마지막 장에는 충치와 잇몸병의 원인, 치과 치료의 의미와 한계, 입속 미생물 관리를 위한 5가지 조언 등 구강 건강을 위한 실질적인 팁이 나온다. 





2012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학술지 <네이처>에는 인간미생물 프로젝트의 중간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연구자들은 남자 15곳, 여자 18곳에서 미생물 샘플을 채취했는데, 흥미롭게도 이중 각각 9개의 샘플이 구강에서 채취된 샘플이다. 그만큼 구강 미생물이 인간의 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역할이 크다는 뜻이다. 





태반 미생물의 출처로 산모의 질, 장, 구강 등이 추측되는데 이 중에 구강이 가장 유력하다는 설명이 인상적이다. 태반 미생물의 출처로 구강이 가장 유력하다면 그만큼 구강 내 위생과 건강이 중요하다는 뜻일 터. 임신을 하면 술과 담배를 피하는 것은 물론, 구강 내에 유해한 미생물이 서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겠다. 





치아는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씹어서 소화시키는 저작 기능을 한다. 치아에 문제가 생기면 맛있는 음식을 앞에 놓고도 먹을 수 없고, 먹어도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치아의 기능은 저작 기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치아는 구강을 둘러싸고 있는 뼈, 신경과도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에 치아에 문제가 생기거나 치아가 소실되면 뼈와 신경 기능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치약이나 칫솔 광고를 통해 자주 들었던 플라그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다. 플라그의 우리말 이름은 잇몸주머니이다. 잇몸주머니는 치아와 잇몸 사이에 나 있는 1mm 정도의 작은 홈 사이에 형성되는 것으로, 잇몸주머니의 산도에 따라 구강 내 미생물의 번식이 크게 좌우된다. 뿐만 아니라 잇몸주머니 안의 세균은 입안 다른 곳의 세균과 다르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와 관리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2,30대도 적지 않게 한다는 임플란트에 관한 설명도 나와 있다. 임플란트 자체는 소실된 치아를 대신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만, 잇몸틈새가 자연치아에 비해 더 깊기 때문에 세균의 침투에 더 취약하다는 약점이 있다. 가능하다면 어릴 때부터 치아 관리를 잘 해서 임플란트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혹여 임플란트를 하게 된다면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임플란트 주변 잇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겠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역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구강 관리 방법이 나와 있는 '입속 미생물 관리를 위한 5가지 조언'이라는 장이다. 저자는 무엇보다도 치과를 가볍게 자주 이용할 것을 추천한다. 미용실에 들르듯이, 피부과에 들르듯이 치과에 들른다면 당신의 치아는 훨씬 건강해질 것이고 당신은 자연 치아를 더욱 오래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루에 세 번 잇솔질을 하고, 치실과 치간 칫솔, 가글액 사용을 병행할 것도 권한다. 계면활성제가 든 치약은 사용하지 말 것을 권하고, 프로폴리스 등 치아에 좋은 영양제를 섭취하는 것은 추천한다. 구체적인 조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어 나처럼 치아 관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될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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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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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만하면 사라지는 것 중에 하나가 맛집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나 해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와 사람들 입맛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들어갔던 음식점이나 학창 시절 친구들과 드나들었던 분식집, 대학 시절 선후배들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던 호프집, 치킨집 중에 어느 곳도 지금까지 남아있지 않은 걸 생각하면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굳건하게 살아남아 당당히 '노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대한민국의 맛집이 있다. 그 목록이 '글 쓰는 셰프'로 유명한 박찬일이 장장 3년간 전국을 발로 뛰며 조사하고 취재해 만든 책 <노포의 장사법>에 나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노포는 명동돈가스, 하동관, 팔판정육점, 부민옥, 남북면옥, 조선옥, 을지오비베어, 어머니대성집, 토박이할머니순두부 등 모두 26곳이다. 가장 오래된 노포의 창업 연도는 1937년이고(조선옥), 다른 노포의 평균 업력도 54년을 넘는다. 


이 중에 가본 곳이 한 곳도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가본 곳이 두 곳 있다. 명동돈가스와 하동관이다. 국내 최초의 일본식 돈가스집인 명동돈가스는 대기업 임원 출신의 윤종근 회장이 마흔일곱 살 때 도쿄 메구로 지역의 동키라는 돈가스집에서 기술을 배워 사업을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당시만 해도 경양식 집에서 파는 얇은 돈가스가 대세라서, 일본식의 두툼한 돈가스를 처음 선보였을 때 손님들의 항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동관은 하루 5백 그릇만 파는 전설의 곰탕집으로 유명하다. 오후 3~4시면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기 때문에 한 번 맛을 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먹어본 사람으로서 장담하건대 부지런을 떤 수고에 값하는 맛이다. 


원래도 인기 있었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주가가 확 오른 냉면 맛집도 소개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인 조선옥, 실향민의 사랑방에서 냉면꾼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을지면옥, 평양 모란봉냉면의 역사를 이어가는 숯골원냉면, 3대째 평안냉면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동신면가 등이다. 냉면은 아니지만 단돈 5천 원에 순 메밀 백 퍼센트 막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남북면옥도 궁금하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맛집 중에 서울에 있는 맛집만 부지런히 찾아다녀도(지방은 다음 기회에) 남은 한 해가 무척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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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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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서 왔는지 잊어라. 여기에선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니까." 2017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 수상작인 마리암 마지디의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어디에도 속한 듯 보이지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의 삶을 절절하게 그린다. 작가의 분신으로 짐작되는 주인공 마리암은 80년 이란 혁명 당시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 압제에 항거한 죄로 학교를 잃고 직장을 잃고 친구를 잃은 마리암의 부모는 결국 마리암이 여섯 살이 되던 해에 프랑스로 망명하는 길을 택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리암은 이방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마리암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게 되는 계기는 언어다. 프랑스에 온 마리암은 처음에 페르시아어를 잊을까 봐 프랑스어로 대화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욕구가 마리암의 입을 터트리고, 마침내 마리암은 학급에서 가장 프랑스어를 잘하는 학생이 되고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아무리 오래 살고 프랑스어를 아무리 잘해도 사람들은 마리암을 이방인으로 본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마리암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페르시아어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는 이방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그저 이방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나 그들이 만든 영화, 드라마 등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암의 처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주류에 속할 수 없는 비주류, 다수자가 될 수 없는 소수자의 삶을 알기 때문이다. 마리암이 모국어인 페르시아를 배우면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것처럼, 나 역시 진정한 나를 알고 나로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해, 여성에 대해, 소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수업'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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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꽃들의 조용한 맹세
미야모토 테루 지음, 송태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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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급사한 고모에게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남자가 있다. 남자는 고모가 살았던 로스앤젤레스의 대저택에 머무르며 장례를 준비하고 고모의 삶을 정리한다. 이 과정에서 남자는 백혈병을 앓다가 여섯 살 때 죽은 것으로 알려진 고모의 딸이 실은 유괴를 당했고 현재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산을 상속받은 사람으로서 고모가 끝내 밝히지 못하고 죽은 진실을 알아낼 책무가 있다고 생각한 남자는 고모가 남긴 단서들을 찾는 한편 사립탐정을 고용해 고모의 딸을 찾는다. 


유괴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소설임에도 전체적인 분위기는 차분하고 단정하다. 유능하고 내향적인 독신 남성이 죽은 고모의 저택에서 지내며 혼자 장보고 요리하고 음악 듣고 운동하는 모습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따금 걸리는 대목이 있었다. 남자가 저택 인근의 풀장을 둘러보다가 노란 비키니를 입은 스무 살 남짓의 여성을 보고 몸매 품평을 하는 대목이라든가, 피규어 가게를 운영하면서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는 제시카가 논문 쓰는 걸 도와달라고 부탁하자 성적 호감을 표현한 거라고 제멋대로 판단하고는 거절하는 대목이라든가, 정원사 대니 씨의 손녀인 리사와 리사 친구 한나가 그에게 솜사탕을 사달라고 졸랐을 뿐인데 이번에도 제멋대로 아이들이 교태를 부린다고 착각하는 대목이라든가. 작가의 생각일까, 아니면 작중 인물의 생각일까 혼란스러워하면서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니 그제야 판단이 바로 섰다. 


부부는 부부이기 이전에 한 남자와 한 여자다. 부모 역시 부모이기 이전에 한 남자와 한 여자다. 위험에 처한 자식을 구하는 것이 부모의 본능이지만, 그보다 남자의 본능, 여자의 본능이 커져버린 때에는 부모가 위험에 처한 자식을 반드시 구할 것이라고 보장할 수 없다. 작가는 작중 인물을 통해 자신의 본능에서 비롯된 욕망을 타인(작중 인물의 경우에는 여성)에게 투사하고 그것이 타인의 유혹 또는 교태인 양 착각하는 어리석음을 보여주고, 고모의 가족을 통해 본능이 이성을 능가했을 때 벌어지는 비극을 그리고자 한 것이 아닐까. 애달프고 기묘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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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바바라 스톡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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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의 생애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숙연해지고 때로는 울컥한다. 알다시피 반 고흐는 지금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가격에 작품이 거래되는 화가이지만, 생전에는 단 한 점의 작품밖에 팔지 못했고 사는 동안 내내 가난과 병마와 멸시와 차별에 시달렸다. 지금의 부와 명성을 생전에 단 1퍼센트만이라도 누렸다면 후대 사람들의 마음의 가책이 덜할 텐데. 죽은 자는 말이 없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반 고흐>는 네덜란드의 만화가 바바라 스톡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그래픽 노블이다. 만화는 반 고흐가 동생 테오의 곁을 떠나 프랑스 남부에서 머물던 아를 시기와 말련을 보낸 오베르 시기를 중점적으로 그린다. 고흐는 춥고 우울한 파리에서 벗어나 따뜻하고 평화로운 프로방스에서 지내기를 내내 소망했다. 마침내 그 소망이 이루어졌고, 고흐는 예술가 친구들을 전부 불러 모아 '예술가의 집'을 꾸리고 싶어 했지만, 고흐의 곁으로 온 사람은 고갱이 유일했고, 고갱과도 사이가 멀어지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일본의 만화가 호즈미는 <안녕, 소르시에>라는 만화에서 고흐가 지닌 불세출의 천재 화가 이미지는 테오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상상을 피력한 바 있다. 나는 고흐가 지닌 천재 이미지가 테오가 만든 허구여도 좋으니 고흐가 일찍 죽지 않고 오래오래 살았다고 믿고 싶다. 부디 고흐가 좋아하는 그림 마음껏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살다 갔기를. 무의미한 자기 위로, 자기 기만에 불과할지라도 그렇게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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