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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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어디서 왔는지 잊어라. 여기에선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으니까." 2017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 수상작인 마리암 마지디의 소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어디에도 속한 듯 보이지만 어디에도 속할 수 없는 이방인의 삶을 절절하게 그린다. 작가의 분신으로 짐작되는 주인공 마리암은 80년 이란 혁명 당시 어머니의 뱃속에 있었다. 압제에 항거한 죄로 학교를 잃고 직장을 잃고 친구를 잃은 마리암의 부모는 결국 마리암이 여섯 살이 되던 해에 프랑스로 망명하는 길을 택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리암은 이방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모른다. 


마리암이 자신의 처지를 자각하게 되는 계기는 언어다. 프랑스에 온 마리암은 처음에 페르시아어를 잊을까 봐 프랑스어로 대화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말하고 싶은 욕구가 마리암의 입을 터트리고, 마침내 마리암은 학급에서 가장 프랑스어를 잘하는 학생이 되고 대학에서는 문학을 전공한다. 그러나 프랑스에서 아무리 오래 살고 프랑스어를 아무리 잘해도 사람들은 마리암을 이방인으로 본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일까. 마리암은 오랫동안 잊고 있던 페르시아어를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만 살아온 나는 이방인의 삶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른다. 그저 이방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이 쓴 책이나 그들이 만든 영화, 드라마 등을 보고 짐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암의 처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주류에 속할 수 없는 비주류, 다수자가 될 수 없는 소수자의 삶을 알기 때문이다. 마리암이 모국어인 페르시아를 배우면서 비로소 자신의 정체성을 새롭게 확인하는 것처럼, 나 역시 진정한 나를 알고 나로 살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에 대해, 여성에 대해, 소수자로 산다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수업'을 받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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