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의 장사법 - 그들은 어떻게 세월을 이기고 살아 있는 전설이 되었나
박찬일 지음, 노중훈 사진 / 인플루엔셜(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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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들만하면 사라지는 것 중에 하나가 맛집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임대료나 해가 다르게 바뀌는 트렌드와 사람들 입맛을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 손에 이끌려 들어갔던 음식점이나 학창 시절 친구들과 드나들었던 분식집, 대학 시절 선후배들과 밤새도록 술잔을 기울였던 호프집, 치킨집 중에 어느 곳도 지금까지 남아있지 않은 걸 생각하면 안타깝다 못해 참담하다. 


이런 세태 속에서도 굳건하게 살아남아 당당히 '노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대한민국의 맛집이 있다. 그 목록이 '글 쓰는 셰프'로 유명한 박찬일이 장장 3년간 전국을 발로 뛰며 조사하고 취재해 만든 책 <노포의 장사법>에 나와 있다. 이 책에 소개된 노포는 명동돈가스, 하동관, 팔판정육점, 부민옥, 남북면옥, 조선옥, 을지오비베어, 어머니대성집, 토박이할머니순두부 등 모두 26곳이다. 가장 오래된 노포의 창업 연도는 1937년이고(조선옥), 다른 노포의 평균 업력도 54년을 넘는다. 


이 중에 가본 곳이 한 곳도 없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도 가본 곳이 두 곳 있다. 명동돈가스와 하동관이다. 국내 최초의 일본식 돈가스집인 명동돈가스는 대기업 임원 출신의 윤종근 회장이 마흔일곱 살 때 도쿄 메구로 지역의 동키라는 돈가스집에서 기술을 배워 사업을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당시만 해도 경양식 집에서 파는 얇은 돈가스가 대세라서, 일본식의 두툼한 돈가스를 처음 선보였을 때 손님들의 항의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한다. 하동관은 하루 5백 그릇만 파는 전설의 곰탕집으로 유명하다. 오후 3~4시면 재료가 떨어져 문을 닫기 때문에 한 번 맛을 보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먹어본 사람으로서 장담하건대 부지런을 떤 수고에 값하는 맛이다. 


원래도 인기 있었지만 남북정상회담 이후 주가가 확 오른 냉면 맛집도 소개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음식점인 조선옥, 실향민의 사랑방에서 냉면꾼의 성지로 자리매김한 을지면옥, 평양 모란봉냉면의 역사를 이어가는 숯골원냉면, 3대째 평안냉면의 맛을 이어가고 있는 동신면가 등이다. 냉면은 아니지만 단돈 5천 원에 순 메밀 백 퍼센트 막국수의 맛을 즐길 수 있는 남북면옥도 궁금하다. 이 책에 나와 있는 맛집 중에 서울에 있는 맛집만 부지런히 찾아다녀도(지방은 다음 기회에) 남은 한 해가 무척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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