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에는 하게 해줘 1
에노키 리카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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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뭔가 너무 직설적인 것 같아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읽었는데 '신관님의 옷을 그려보고 싶었다는 것이 이 만화의 (창작 배경의) 90%'라는 작가 코멘트를 읽기로 마음먹었다. 미성년인 여고생이 연상의 남성(그것도 신사에서 일하는 신관)에게 성적인 유혹을 느낀다는 내용은 결코 편하지 않지만, 작가의 로망이라니 뭐 어쩌겠어(딱히 수위 높은 장면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만화는 만화일 뿐, 따라 하지는 맙시다!). 


여고생 야에는 부모님의 전근 때문에 도쿄를 떠나 친척이 사는 시골로 혼자 이사를 가게 된다. 친척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시골에서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하던 야에는 집 뒤에 있는 신사에 갔다가 대길(大吉)이 나오길 기대하며 운세 뽑기를 한다. 그러나 결과는 흉(凶)... 그런데 갑자기 훈남 신관 오다가 나타나 흉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라고, 이 신사의 운세 뽑기에서 흉이 나오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오히려 이건 '빗나간 대길'이라고 위로한다. 낯선 곳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는 데다가 흉까지 나와서 기분이 좋지 않았던 야에는 오다의 따뜻한 말과 배려에 마음이 풀리고 첫눈에 반해버린다. 


그런데 점잖은 훈남 신관인 줄 알았던 오다는 예상과 달리 여자 마음을 잘 가지고 노는(?) 선수였고, 남자 경험이 부족한 데다가 오다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야에는 오다의 심쿵 어택에 매번 속절없이 당한다. 교복 입은(게다가 혼자 사는) 여고생이 너무 쉽게 남자를 집에 들이고 남자 집을 드나드는 모습은 불편하지만, 이렇게 잘생기고 매너 좋은 훈남에게 마음이 혹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아니다(그래도 만화는 만화일 뿐, 따라 하지는 맙시다 222). 오다와의 접점이 늘어날수록 오다가 싫기는커녕 자꾸만 더 좋아지는 야에. 오다의 마음이 어떤지는 다음 권에서 확인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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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아름다운 날 1
아카네다 유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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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이루어지기 힘든 사랑을 하는 네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은 커플이다. 출판 편집자인 케이이치와 보육 교사인 아키라는 도시를 떠나 시골로 이사한다. 이웃들은 같은 성을 쓰고 같은 집에서 생활하는 두 남녀를 신혼부부인 줄 안다. 케이이치와 아키라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이웃이 신혼이냐고 물으면 웃으며 맞다고 대답한다. 


사실 케이이치와 아키라는 부부이기 이전에 남매다. 만화에 직접 언급된 건 아니지만, 부모가 재혼한 것도 아니요, 아버지와 어머니 중에 일방이 다른 것도 아닌 친.남.매. 어릴 때부터 여느 남매들보다 눈에 띄게 친했던 두 사람은 서로의 감정이 우애가 아니라 사랑인 걸 깨닫고 부부가 되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법적으로 부부가 될 수 없을뿐더러 아이도 가질 수 없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지만, 속으로는 할 수 없는 일, 될 수 없는 모습을 헤아리며 괴로워한다. 과연 이들에게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까. 둘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라야 하는 건지, 이루어지지 않기를 바라야 하는 건지, 독자로서도 마음이 복잡하다. 


다른 두 사람은 커플이 아니다. 아키라의 친구 타마키는 옆집에 사는 고우 오빠를 어려서부터 남몰래 좋아했다(고우는 케이이치의 친구다). 고우가 하도 타마키랑 잘 놀아줘서 주위는 물론 타마키의 부모조차도 타마키의 신랑감으로 고우를 점찍었을 정도다. 하지만 고우에게는 타마키를 좋아할 수 없는 '치명적인 이유'가 있다. 타마키는 그 이유를 알고 난 후에도 고우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다. 


자신의 사랑을 비밀로 간직해야 하는 네 사람의 이야기가 아름다우면서도 처연하다. 네 사람 모두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으면 좋겠는데 사회 통념상 가능할지 의문이다. 저자가 제시하는 답이 궁금해서라도 결말까지 꼭 봐야겠다. 일반적인 순정 만화와는 다른, 피상적인 사랑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사랑의 본질을 캐묻는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이 만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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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걸으면 꼬리에 닿는다
우노 타마고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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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람만큼(또는 사람보다)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걸으면 꼬리에 닿는다>의 저자 우노 타마고가 그렇다. 저자는 사물을 분별하던 무렵부터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동물도감만 봤다. 학교에서 친구를 사귀는 건 잘 못했지만 동물 친구(& 동물을 좋아하는 아저씨, 아줌마 친구)는 잘 사귀었다. 이 책은 그런 저자가 그동안 만난 동물과의 이런 이야기, 저런 이야기를 담은 자전 만화다. 


저자의 하굣길은 언제나 혼자였다. 함께 귀가할 친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자의 하굣길에는 저자만 아는 즐거움이 있었다. 유난히 개 키우는 집이 많은 길을 걸으며 집집마다 들러서 개한테 인사하는 것이 저자의 유년 시절 일과 중 하나였다. 그중 한 마리가 유난히 불친절하고 잘 짖었는데, 저자는 왠지 이 개가 마음에 들어서 날마다 그 개한테 그날 일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오늘도 친구를 못 만들었어. 인간관계는 어려워." 등등. 맑은 날도 비 오는 날도 눈 오는 날도 개를 상대로 고민을 털어놓는 초등학생이라니.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나마 개라도 있어서 다행이었지 싶다. 


어린 시절 저자는 검은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있다는 미신을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 어느 날 동네에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한 저자는 "사실은 말할 수 있는 거지?", "말하면 좋겠다~!"라며 고양이를 재촉했다. 그러자 고양이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강아지 풀 좋아.", "좋아하는 음식은 도루묵." 알고 보니 검은 고양이의 주인인 할아버지가 저자를 위해 고양이 연기를 한 것인데, 저자는 그것도 모르고 검은 고양이가 인간처럼 말을 한다며 팔짝팔짝 ㅎㅎㅎ 지금도 저자는 검은 고양이를 보거나 만지면 그 시절의 풍경이나 기분이 떠올라 그리워진다고 한다. 


저자는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답게 개, 고양이, 새, 물고기 할 것 없이 수많은 동물과 생활해본 경험이 있다. 저자가 생애 최초로 함께 생활한 반려동물은 강아지 '푸타'다. 아홉 살 때 처음으로 정원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하면서 부모님을 졸라 수컷 강아지를 입양한 저자는 밤낮 가리지 않고 정성으로 푸타를 돌봤다. 비록 푸타와 함께 한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 시절의 추억은 저자의 마음속에 평생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 


저자가 이 만화를 그린 건 13년 동안 함께 생활한 반려견 포쿠가 무지개다리를 건넌 후다.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쭉 동물을 사랑했고 동물과 함께 했고, 앞으로도 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마음이 아름답다.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맞아, 맞아' 공감하면서 읽을 수 있는, 동물 사랑이 넘치는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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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서툴렀다 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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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을 읽을 때마다 마스터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심에 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었는데, <심야 식당>의 저자 아베 야로의 자전 코믹 만화 <날 때부터 서툴렀다>를 읽으니 마스터의 원형이 저자의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는 다르지만(^^), 넉넉한 인품과 푸근한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얽힌 추억을 그린 만화다. 저자는 1963년 고치 현에서 토목업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슬하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은 결코 넉넉하다고 할 수 없었고, 저자 역시 공부도 운동도 외모도 그저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좋은 기억이 대부분인데, 그중에는 아버지에 관한 것이 많다. 하루는 저자의 어머니가 독감에 걸려 앓아누웠다. 저자와 저자의 여동생이 배고픔을 호소하자 저자의 아버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부엌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인데 의외로 솜씨 좋게 양파를 썰고, 계란을 풀고, 설탕과 간장 등으로 양념을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반찬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 맛은 저자가 무심코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지면 아버지를 따라가야겠다!' (ㅎㅎㅎ)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만 그려도 꾸중 한 번 하지 않았을 만큼 자상한 분이었다. 저자가 만화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인 신야네 집에서 집주인 아들이 그린 만화 노트를 보고 나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만화가가 될 수 없었고, 대학 졸업 후 19년간 광고 제작회사에서 일하며 원고를 투고하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신인 만화상을 수상하며 겨우 데뷔했다. 


<심야 식당>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지금도 요령이 늘지 않는 자신을 한탄하는 저자는, 힘이 들 때마다 아버지라면 "서툰 놈은 서툰 대로 사는 수밖에 없지."라고 담담하게 말한 후 훌훌 털고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야 식당>을 비롯해 아베 야로가 그리는 만화가 유난히 따뜻하고 감동적인 건 이런 아버지의 인품을 쏙 빼닮은 아들이 그리는 만화라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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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식당 20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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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미식가>와 더불어 국내에 일본 음식 만화 열풍을 일으킨 작품 중 하나인 아베 야로의 <심야 식당> 제20권이 출간되었다. <심야 식당> 제1권이 국내에 출간된 해가 2008년이니 꼭 10년 만이다. 


만화의 주 무대인 심야 식당은 낮 또는 저녁 시간대에 주로 영업하는 일반 식당과 달리 밤 12시부터 새벽 6시까지 영업한다. 찾아오는 손님들은 주로 밤늦게 일을 마친 샐러리맨이나 새벽녘에 귀가하는 야쿠자나 AV 배우, 윤락업 종사자 등 음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다.


재료만 있으면 어떤 음식이든 만들 줄 아는 마스터는 손님이 청하면 일식이든 양식이든 중식이든 한식이든 뚝딱뚝딱 만들어 대접한다. 이번에 출간된 제20권에는 꽈리고추, 군오징어, 비프커틀릿, 부추전, 곱창과 양배추 된장볶음, 명란 계란말이, 한펜, 연어 버섯 호일구이, 유부우동 등 십여 가지의 음식이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입맛을 자극한다. 


<심야 식당>의 첫 번째 묘미가 음식이라면 두 번째 묘미는 손님들의 이야기이다. 마스터가 만든 음식을 먹다 보면 손님들은 자기도 모르게 음식과 관련된 이야기보따리를 하나씩 풀게 된다. '꽈리고추를 먹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나요'라든가, '군오징어가 맛있다는 걸 알려준 건 그 남자였어요'라든가. 


'부추전' 편에는 '욘사마' 배용준과 똑같이 생긴 손님인 준노스케가 등장해 자신의 지난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종종 부쳐주곤 했던 부추전을 먹기 위해 심야 식당에 들른 준노스케는 우연히 자신의 옛 애인 요시미와 마주친다. 하지만 요시미의 애인으로 보이는 남자는, 이 여자는 요시미가 아니라 사야카라며, 준노스케가 잘못 본 거라고 하는데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전개가 일본 내 한류 드라마의 이미지를 짐작하게 해준다(^^).


이 밖에도 짧지만 강렬하고, 가볍지만 깊은 울림을 주는 에피소드가 열다섯 편이나 실려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 '안녕'은 해외에서 가장 먼저 <심야 식당>을 알아봐 주고, 드라마로 리메이크 되고 뮤지컬로 만들어질 만큼 뜨거운 사랑과 격려를 보내준 한국 독자들을 위한 서비스(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입가심'ㅋㅋㅋ) 만화다. 이 만화를 보니 지난 10년간 <심야 식당>을 지켜봐 온 팬으로서 가슴이 뭉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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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18-07-01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한국독자를 위한 만화까지.. 뭐처럼 한국판 챙겨봐야겠네요.

키치 2018-07-01 16:44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랜만에 심야 식당 읽은 보람을 느꼈습니다. 작가님의 한국팬들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