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부터 서툴렀다 2
아베 야로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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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을 읽을 때마다 마스터의 넉넉하고 푸근한 인심에 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이런 사람이 실제로 존재할까 싶었는데, <심야 식당>의 저자 아베 야로의 자전 코믹 만화 <날 때부터 서툴렀다>를 읽으니 마스터의 원형이 저자의 아버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외모는 다르지만(^^), 넉넉한 인품과 푸근한 성격이 비슷해 보인다. 


<날 때부터 서툴렀다>는 저자의 어린 시절과 아버지에 얽힌 추억을 그린 만화다. 저자는 1963년 고치 현에서 토목업자인 아버지와 전업주부인 어머니 슬하의 1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은 결코 넉넉하다고 할 수 없었고, 저자 역시 공부도 운동도 외모도 그저 그런 평범한 소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좋은 기억이 대부분인데, 그중에는 아버지에 관한 것이 많다. 하루는 저자의 어머니가 독감에 걸려 앓아누웠다. 저자와 저자의 여동생이 배고픔을 호소하자 저자의 아버지는 할 수 없다는 듯이 부엌으로 가서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평소 부엌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던 아버지인데 의외로 솜씨 좋게 양파를 썰고, 계란을 풀고, 설탕과 간장 등으로 양념을 해서 눈 깜짝할 사이에 반찬 하나를 만들어냈다. 그 맛은 저자가 무심코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만약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지면 아버지를 따라가야겠다!' (ㅎㅎㅎ)


저자의 아버지는 아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만화만 그려도 꾸중 한 번 하지 않았을 만큼 자상한 분이었다. 저자가 만화에 눈을 뜬 건 초등학교 6학년 때 사촌인 신야네 집에서 집주인 아들이 그린 만화 노트를 보고 나서였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좀처럼 만화가가 될 수 없었고, 대학 졸업 후 19년간 광고 제작회사에서 일하며 원고를 투고하다 마흔 살이 되던 해에 신인 만화상을 수상하며 겨우 데뷔했다. 


<심야 식당>으로 인기 작가의 반열에 오른 지금도 요령이 늘지 않는 자신을 한탄하는 저자는, 힘이 들 때마다 아버지라면 "서툰 놈은 서툰 대로 사는 수밖에 없지."라고 담담하게 말한 후 훌훌 털고 일어났을 거라고 생각한다. <심야 식당>을 비롯해 아베 야로가 그리는 만화가 유난히 따뜻하고 감동적인 건 이런 아버지의 인품을 쏙 빼닮은 아들이 그리는 만화라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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