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과 별이 만날 때
글렌디 벤더라 지음, 한원희 옮김 / 걷는나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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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대학원생인 조는 얼마 전 엄마를 여의고 교수님이 빌려준 산장에서 홀로 지내고 있다. 어느 날 조는 산장 근처 숲에서 꾀죄죄한 차림의 소녀 얼사를 만난다. 조는 얼사가 근처에 사는 줄 알고 집으로 돌려보내려고 한다. 하지만 얼사는 자신이 외계인이라는 둥, 바람개비 은하가 자신의 집이라는 둥 황당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 조는 경찰에 신고하지만 경찰의 반응은 무덤덤하다. 설상가상으로 조가 머무는 산장 근처에서 달걀을 파는 개브리엘은 얼사가 진짜 외계인인 것 같다고 말한다. 


글렌디 벤더라의 데뷔작 <숲과 별이 만날 때>는 판타지 문학처럼 보이지만, 의지할 곳 없는 사람들이 한데 모여 서로 공감하고 위로하며 치유하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에 가깝다. 사실 조는 암으로 엄마를 잃고 자기 자신도 암이 발견되어 유방과 난소를 절제하고 투병 중인 상황이다. 이 와중에 7년 동안 사귄 남자친구와도 헤어져 마음이 무척 복잡하다. 개브리엘은 유일한 아들이자 늦둥이인 자신을 질투하는 누나 때문에 오랫동안 고통받고 자존감을 상실한 상태다. 


얼사가 없었다면 조와 개브리엘은 그저 좋은 이웃으로 남았을 것이다. 호기심이 많고 두려운 것이 없는 얼사는 조와 개브리엘이 각자 오랫동안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었던 비밀을 털어놓게 만들고, 마음의 벽을 허물고 서로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엄마의 죽음과 남자친구와의 이별, 암 투병 때문에 힘들었던 조는 순수하고 친절한 개브리엘에게 급속도로 끌린다. 개브리엘 역시 지적이고 용기 있는 조와 함께 시간을 보내며 과거의 상처를 딛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 책을 쓴 글렌디 벤더라는 작가가 되기 전 일리노이주에서 멸종 위기 조류 전문가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조류학을 전공한 작가는 지금도 남편과 함께 플로리다주에서 여러 동물과 식물에 둘러싸여 생활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이 책의 주요 배경이 되는 공간은 숲이고, 이 책의 곳곳에 다양한 새를 비롯한 동식물이 등장한다. 자연 속에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힘을 얻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한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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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쉬는 기술 - 어떻게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한 최고의 휴식법 10가지
클라우디아 해먼드 지음, 오수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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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 연휴를 앞두고 나는 그동안 읽지 않은 책을 몰아서 읽고, 추천받은 넷플릭스 영화와 드라마를 정주행하고, 밀린 청소와 이불 빨래까지 할 계획을 세웠다. 그러다 클라우디아 해먼드의 책 <잘 쉬는 기술>을 읽게 되었는데 서문에서 이런 구절을 발견했다. "우리는 휴식을 두고 두 가지 혼재된 감정을 느낀다. 휴식을 동경하면서도 휴식이 게으름을 피우는 것은 아닐까 불안해한다." 정말 그랬다. 쉬라고 있는 휴일인데, 나는 쉴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쉰다는 게 무엇인지, 제대로 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대체 쉰다는 건 무엇일까.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휴식은 '깨어 있는 동안 우리가 하는 한가하고 편안한 활동 전체'를 일컫는다. 깨어 있는 동안 하는 활동이 휴식이므로 잠은 휴식이 아니다. 휴식에는 신체 활동이 수반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편안한 의자에 가만히 앉아 있거나 더운물을 받아 놓은 욕조에 누워 있는 것은 휴식이 될 수 있다. 몸의 휴식만 휴식인 것은 아니다. 머리를 쓰는 활동이 휴식일 수도 있는가 하면 머리를 쓰지 않는 활동이 휴식이 될 수도 있다. 독서나 스도쿠가 누군가에게는 머리 아픈 일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달콤한 휴식일 수 있는 이유다. 


저자는 영국 BBC 라디오 프로그램과 함께 '휴식 테스트'라는 것을 진행했다. 135개국에 사는 1만 8천 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현재 휴식 시간과 이상적인 휴식 시간, 휴식이라고 생각하는 활동 등에 대해 답하게 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휴식이라고 여기는 상위 10개 활동이 추려졌다. 1위는 책 읽기, 2위는 자연에서 시간 보내기, 3위는 혼자 있기, 4위는 음악 듣기, 5위는 아무것도 안 하기, 6위는 산책하기, 7위는 목욕하기, 8위는 잡생각하기, 9위는 텔레비전 보기, 10위는 명상하기이다. 참고로 친구나 가족과 함께 시간 보내기는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12위였다).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 중에 독서가 1위로 선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응답자들은 독서가 노력을 들여야 하는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휴식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독서 덕에 자신이 사는 세계를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반대로 책 속에서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와 대면하거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아울러 독서는 혼자 있을 때조차 혼자 있다고 느끼지 않게 해준다. 실제로 신문이건 책이건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은 평균적으로 외로움이나 쓸쓸함을 덜 느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랫동안 독서로 휴식해온 사람으로서 매우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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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10-0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제 집안일 끝내고 휴식하러 갑니다. ㅎㅎ
 
오프 OP 1 - ~요아케 이타루의 색이 없는 나날~
요네다 코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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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의 작가 요네다 코우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제목은 <OP-오프->. 부제는 '요아케 이타루의 색이 없는 나날'이다. 요아케 이타루는 38세 이혼남이다. 프리랜서 보험 조사원인 그에게 어느 날 두 건의 의뢰가 들어온다. 하나는 사격장에서 사망한 남성의 자살 가능성을 조사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사연이 있어서 보호관찰 중인 15세 소년 쿠로를 2~3일만 데리고 있어달라는 것이다.


요아케가 지인인 유키마사(요아케가 휴대폰에 저장한 이름은 사디스트)의 부탁으로 맡게 된 쿠로는 첫 만남부터 요아케에게 불손한 태도를 보인다. 자신보다 한참 나이가 많은 요아케에게 시종일관 반말을 쓰지 않나, 요아케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야쿠자냐고 묻지 않나, 하루 종일 바깥을 쏘다니는 요아케에게 백수냐고 묻지 않나, 비록 2~3일만이기는 해도 자신을 보살펴 줄 사람에게 해서는 안 될 것 같은 행동을 골라서 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쿠로의 이런 불손한 행동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고, 요아케는 쿠로의 존재가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직감한다. 그리하여 요아케와 쿠로는 함께 행동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변화하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보험조사원이 나오는 만화라고 하면 우라사와 나오키의 <마스터 키튼>이 떠오르는데, <OP-오프->는 보험조사 자체보다는 보험조사원으로 일하는 주인공 요아케가 우연한 기회로 함께 살게 된 소년 쿠로의 신비한 능력을 활용해 거짓에 의해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보다 중점적으로 그린다. 요네다 코우의 주특기(!)인 '보이즈 러브'는 적어도 1권에선 등장하지 않는다(설마 내 눈에만 안 보였나?). 2권에선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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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의 주인 1 - ~막말의 장~
스에노부 류 지음, 타키가와 렌지 원작, 사무라 히로아키 협력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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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무라 타쿠야 주연, 미이케 타카시 감독의 영화로 제작된 만화 <무한의 주인>의 공식 속편 <무한의 주인 ~막말의 장> 1권을 읽었다. 때는 일도류와의 싸움에서 80여 년이 지난 1864년. 토사에서 은거 생활을 하던 만지의 거처로 한 사내가 찾아온다. 사내의 이름은 사카모토 료마. 일본의 중심은 이제 에도(도쿄)가 아니라 교토라는 말에 혹한 만지는 료마를 따라 교토로 향한다. 


교토에 도착한 만지와 료마는 도착한 첫날부터 신센구미를 만난다. 신센구미는 만지가 검객인 걸 알아보고 칼을 휘두르지만, 불사의 몸을 지닌 만지는 신센구미가 휘두르는 칼에 맞아 죽기는커녕 신센구미를 이기고 도망친다. 이 소식이 신센구미 국장 곤도 이사미의 귀에 들어가고, 곤도는 오키타 소지가 이끄는 신센구미 일번대를 소집하라고 명한다. 한편 곤도는 아야메 부란이라는 의사를 찾아가 만지가 지닌 불사의 비밀을 알아내 달라고 부탁한다. 


<무한의 주인>을 좋아하고 막부 말기의 이야기도 좋아해서, <무한의 주인>의 주인공인 만지가 막부 말기에 활약하는 모습을 그린 만화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반갑고 기쁘다. '가공의 사무라이 캐릭터가 실제 역사 속에서 활약했다면 어땠을까'라는 가정에 기반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바람의 검심>이 떠오르기도 했다. 사무라 히로아키의 작화가 아닌 건 아쉽지만 스에노부 류의 작화도 뛰어나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전개될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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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밥과 종말세계 1
후미노나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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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 후의 세계를 상상한 만화가 제법 많다. 예전에는 그런 만화를 읽으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왠지 모르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후미노나기의 <여행과 밥과 종말세계>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인간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아닌 존재들이 지구에서 살아간다. '로봇인간' 하야사메 스오우는 '개인간' 뮤트 씨와 함께 자신을 설계한 '주인님'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하는 중이다. 


스오우는 영양분은 충분하지만 맛이 없는 휴대식량보다는 직접 만든 음식(특히 고기)을 선호한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내내 주인님을 찾아다니는 한편 끼니가 될 만한 재료를 찾는다. 종말 이후의 황폐화된 세상에서 어떻게든 식재료와 도구를 조달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말 이전의 세상에서도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은 음식을 종말 이후의 세상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니 배가 아프다. 아니, 배가 고픈 건가? ^^


1권에선 훈제고기와 파프리카를 넣은 햄버거풍 샌드위치, 닭고기 데리야키와 소보로를 얹은 달걀프라이 덮밥, 호박산양 다릿살 데미글라스 스튜와 다릿살 치즈찜,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기수어 튀김 등을 만든다. 2권에선 채소와 새고기 포토푀와 그 국물로 지은 밥, 줄무늬토끼 갈빗살과 야채를 듬뿍 넣은 누들수프, 돼지고기 육수에 돼지고기완자와 돼지 간을 넣은 죽, 초콜릿, 말차, 바닐라의 세 가지 맛 수제 아이스크림, 우유를 넣은 토마토 리소토 등의 음식이 나온다. 


1권에서 스오우는 자신과 같은 로봇인간인 시토라와 '디자인 차일드' 스즈를 만나 친구가 된다. 헤어진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스오우는 뮤트의 지인이라는 설계자를 만나게 되고, 그 설계자로부터 주인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토라와 스즈는 오염된 구역에 들어갔다가 스즈의 탄생과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된다. 스오우&뮤트의 이야기가 여행과 밥 중심의 훈훈한 분위기라면, 스즈&시토라의 이야기는 '인간이 만든 인간'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진지한 분위기이다. 두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만화의 전체적인 주제가 보다 심오해지고, 분위기 또한 다양한 색채를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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