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밥과 종말세계 1
후미노나기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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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말 후의 세계를 상상한 만화가 제법 많다. 예전에는 그런 만화를 읽으면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요즘은 왠지 모르게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후미노나기의 <여행과 밥과 종말세계>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인간의 시대가 끝나고 인간 아닌 존재들이 지구에서 살아간다. '로봇인간' 하야사메 스오우는 '개인간' 뮤트 씨와 함께 자신을 설계한 '주인님'을 만나기 위해 모험을 하는 중이다. 


스오우는 영양분은 충분하지만 맛이 없는 휴대식량보다는 직접 만든 음식(특히 고기)을 선호한다. 그래서 여행을 하는 내내 주인님을 찾아다니는 한편 끼니가 될 만한 재료를 찾는다. 종말 이후의 황폐화된 세상에서 어떻게든 식재료와 도구를 조달해 음식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종말 이전의 세상에서도 만들어 먹기가 쉽지 않은 음식을 종말 이후의 세상에서 뚝딱뚝딱 만들어 먹는 모습을 보니 배가 아프다. 아니, 배가 고픈 건가? ^^


1권에선 훈제고기와 파프리카를 넣은 햄버거풍 샌드위치, 닭고기 데리야키와 소보로를 얹은 달걀프라이 덮밥, 호박산양 다릿살 데미글라스 스튜와 다릿살 치즈찜, 새콤달콤한 소스를 뿌린 기수어 튀김 등을 만든다. 2권에선 채소와 새고기 포토푀와 그 국물로 지은 밥, 줄무늬토끼 갈빗살과 야채를 듬뿍 넣은 누들수프, 돼지고기 육수에 돼지고기완자와 돼지 간을 넣은 죽, 초콜릿, 말차, 바닐라의 세 가지 맛 수제 아이스크림, 우유를 넣은 토마토 리소토 등의 음식이 나온다. 


1권에서 스오우는 자신과 같은 로봇인간인 시토라와 '디자인 차일드' 스즈를 만나 친구가 된다. 헤어진 후에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근황을 나눈다. 스오우는 뮤트의 지인이라는 설계자를 만나게 되고, 그 설계자로부터 주인님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시토라와 스즈는 오염된 구역에 들어갔다가 스즈의 탄생과 관련된 정보를 얻게 된다. 스오우&뮤트의 이야기가 여행과 밥 중심의 훈훈한 분위기라면, 스즈&시토라의 이야기는 '인간이 만든 인간'의 정체성을 고민하는 진지한 분위기이다. 두 이야기가 교차되면서 만화의 전체적인 주제가 보다 심오해지고, 분위기 또한 다양한 색채를 띠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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