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 아마존 ‘킨들’ 개발자가 말하는 콘텐츠의 미래
제이슨 머코스키 지음, 김유미 옮김 / 흐름출판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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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지털책은 커뮤니티가 생성된 채팅방과 비슷한 형태로서, 전국의 독자들이 온라인에서 격렬한 토론을 하거나 헤드셋을 끼고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면서 줄거리를 만들어가는 온라인 비디오 게임과 비슷해질 것이다. 작가는 오케스트라 지휘자나 작곡자의 역할을 하고 독자는 연주자 역할을 할 것이다. 독자들은 실제로 책 속에서 많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p.150)

 

리딩 2.0은 당신에게 그 책과의 대화뿐 아니라 다른 독자들과의 대화도 제공할 것이다. 당신이 <해리 포터>팬이라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해리 포터> 시리즈를 모두 읽었지만 더 읽고 싶다. 해리와 볼트모어를 계속 읽을 수 있다면 어떨까? 이럴 때 리딩 2.0은 다른 사람이 쓴 <해리 포터> 시리즈와 그 책의 문화적인 의미에 관한 팬 픽션이나 에세이를 계속 읽을 수 있게 한다. 그 책들이 한 권의 책으로 연결되면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p.222)

 

전자책 혁명은 엄청나게 많은 책으로 독자들을 압도할 뿐 아니라 작가들에게도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다. 특히 대형출판사를 선택한 작가들에게는 더 많은 요구사항이 주어질 것이다. 출판사는 결국 작가들에게 책에 대한 통계를 보여주는 웹사이트에 로그인할 것을 요구할 것이다. 그 사이트는 작가가 쓴 특정한 장을 읽은 사람이 몇 퍼센트인지, 어떤 페이지에 가장 큰 관심을 보였는지, 소셜 네트워크에서 어떤 페이지가 가장 많이 공유되었는지에 대한 통계와 독자들이 지적한 철자법 오류나 잘못 표시한 연대 등을 보여줄 것이다. (pp.301-2)



이북 리더기를 세 개나 가지고 있으면서도 아직은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지만, 곧 죽어도 종이책을 읽겠다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전자책으로 갈아타는 걸 볼 때나, 인터넷 서점의 전자책 할인 쿠폰 공세를 볼 때마다 전자책으로 갈아타고픈 마음이 든다. 특히 서평을 쓰기 위해 책에 메모를 하거나 귀퉁이를 접는 게 책에 미안하거나, 오늘처럼 서평에 인용할 구절이 많아 일일이 타자를 치는 게 귀찮은 날에는 전자책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 어떤 전자책은 읽은 구절을 따로 저장하거나 SNS서비스로 보내는 기능도 있다지? 종이책 or 전자책,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 정말 고민이다.



이런 고민을 안고 아마존의 전자책 단말기 '킨들'의 개발책임자 제이슨 머코스키가 쓴 <무엇으로 읽을 것인가>를 읽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의 전자책이 전체 출판 산업에서 차지하는 점유율은 20퍼센트 중반대. 한국의 전자책 시장 점유율은 20퍼센트에 훨씬 못 미치는 3퍼센트대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종이책 시장을 압도할 것이 분명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전자책의 개발, 킨들의 탄생과 발전, 전자책의 출현이 출판 산업 및 독서 문화에 미치는 영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다. 한마디로 전자책의 모든 것이랄까. 저자가 전자책 개발자라고 해서 디지털 문화를 숭배하는 전형적인 엔지니어일 줄 알았는데, 아마존에 입사하기 전 책을 내기도 한 작가이며 지금도 자택의 한 층 전체를 서재로 쓸 정도의 책벌레라는 사실에 놀랐다. 저자를 보니 전자책을 만드는 것이 종이책을 사랑하는 또다른 방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전자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보다는 읽지 못하는 이유, 읽을 수 없는 이유를 더 많이 찾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이른바 동네 서점으로 불리는 소규모 서점이 사라지고 신간과 베스트셀러 위주의 독서 문화가 고착되게 만드는 데 일조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도 일부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에 밀려 소규모 서점이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앞으로 전자책 시장이 활성화된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또한 대형 서점과 인터넷 서점이 선정한 일부 신간과 베스트셀러 중심의 독서 문화도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예전에 나왔거나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좋은 책, 소수의 독자들만 읽는 책은 점점 빛을 보기 어려워질 것이다. 전자책 시장의 확대가 작가의 창작을 제한할 수도 있다는 점도 큰 문제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블로거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어떤 글이 가장 많이 읽히는지, 독자를 가장 많이 유입시키는 단어가 무엇인지 등을 알 수 있는 통계 시스템이 있다. 마찬가지로 전자책은 작가로 하여금 자신이 쓴 글의 어떤 대목에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는지 데이터화된 수치로 알려줄 것이고, 이는 궁극적으로 작가의 창작과 상상력을 제한할 것이다. 잘 팔리는 책, 잘 읽히는 책을 쓰는 것만이 답이 되는 문학이라니. 너무 끔찍하지 않은가? 이밖에도 언어의 문제, 아동에게 미치는 영향 등 걱정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긍정적인 점도 물론 있다. 종이책을 제작하고 구입하는 데 따르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고, 잃어버리거나 변질될 걱정 없이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며, 작가와 독자가 디지털 방식으로 참여함으로써 협동하거나 상호교류하는 현상이 늘어나며, 팬 픽션이나 에세이 등 2차 창작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점 등은 기대된다. 예전에 혼자서 책을 읽던 때에 비하면 인터넷 서점과 블로그에 서평을 올리며 전국의 수많은 독자들과 상호작용하는 지금이 훨씬 더 즐거운 것이 사실이다. 또한 어떤 책을 읽고 감명을 받아 관련된 글을 더 읽고 싶은 마음이 들 때면 인터넷 서점이나 블로그에서 쉽게 읽을 거리를 찾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전자책은 이런 활동을 더욱 쉽게 해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에 따르는 기회비용이 너무 큰 건 아닐까? 언젠가 전자책을 읽게 되더라도 지금은 종이책의 매력에 더 푹 빠져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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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 중국.중동.아프리카 편 - 이름만 들어도 숨 가쁜 트레킹 & 트레블 명소 무작정 체험기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 1
김동우 지음 / 지식공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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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빠른 속도로 의미 없이 일상이 내 곁을 흘러갔다. 두 눈은 어지러웠고, 두 어깨에는 극심한 피로감이 쌓였다. 미친 듯이 돌아가는 사회에, 그리고 게슴츠레 침을 흘리는 내 인생에 쉼표를 찍어 보고 싶었다. 한 번쯤 내 감정에 솔직해지기... 나 자신에게 떳떳해지기... 남이 아닌 내가 원하는 일 해보기... 정말, 그래 보기. 하지만 가면을 벗기까지는 적잖은 시간과 용기가 필요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실현 가능성은 낮아진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움켜진 손아귀를 펴는 거다. 그러면 새로운 걸 잡을 수 있다. 새로 손에 쥔 그 무엇은, 그동안 꽉 쥐고 놓지 않았던 것들이 실은 아무것도 아니었음을 느끼게 해주었다. 해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경험이었고, 놓기 전에는 절대 얻을 수 없는 자유였다. (프롤로그 중에서)

 


일 년이 멀다 하고 해외로 떠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 요즘이지만, 내가 이제껏 바다 밖으로 나간 건 단 두 번이었다. 첫번째는 대학교 2학년 때 대학 연합 답사 동아리에 가입해 떠난 중국 여행이었고, 두번째는 졸업 전 휴학을 하고 떠났던 일본 여행. 두 곳 모두 지리적으로 가까운 데다가 다른 나라에 비하면 문화나 언어 등이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두 번의 여행은 모두 내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비록 여행 당시에는 지루한 이동 시간과 찌는 듯한 더위, 부족한 돈, 열악한 숙소 환경 때문에 힘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식으로 거대한 중국 대륙과 일본 열도의 습한 날씨를 온몸으로 느끼고, 젊었을 때 사서도 하라는 고생을 한 것 같아 뿌듯하기까지 하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견문을 넓히라는 어른들의 말뜻을 이제는 알 것 같다.


<트레킹으로 지구 한 바퀴>의 저자 김동우(블로그 http://blog.naver.com/dw1513)는 대학 시절 45일간 초스피드로 유럽 여행을 한 것을 시작으로 조금씩 여행을 하다가 마침내 2012년 4월, 약 1년에 걸친 세계여행에 도전했다.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돈도 돈이지만, 1978년생, 어엿한 직장인인 그가 맞닥뜨린 장애물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일단 부모님을 설득해야 했고, 회사에 사표를 내야했다. 보험, 적금, 자동차, 집도 처리해야 했고, 오랜 부재에 대비해 애인을 설득하는 일도 남아 있었다. 여행 준비도 만만치 않았다. 1년 일정의 세계여행은 2박 3일, 3박 4일 단기 여행과 준비하는 것부터가 달랐다. 일단 여행 일정을 짜고 자료를 수집하는 것부터가 상당한 일이었으며, 항공권과 비자 등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도 금방 끝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보도를 이용하지 않고 산을 타는 '트레킹'으로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트레킹 장비를 마련해 짐을 싸는 일도 쉽지 않았다. 세계일주.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저자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꼈다.

저자의 세계 일주는 1막과 2막으로 구성되어 있다. 1막을 다룬 이 책에는 중국, 파키스탄, 아랍에미리트, 요르단, 이집트, 에티오피아, 케냐, 탄자니아에 이르는 일정이 담겨 있다(참고로 다음 권에 소개될 예정인 2막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을 다룬다고). 아시아부터 아프리카를 아우르는 긴 여정임에도 여행 개요와 트레킹 지역, 이용 숙소 만족도, 깨알 정보 등 여행에 관한 정보를 꼼꼼하게 정리해 놓은 점은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다. 그렇게 꼼꼼하게 준비해 야심차게 떠난 여행이건만, 여행 내내 저자의 고생은 끊이지 않았다. 설사병에 고산증,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불편함, 사람들의 불친절, 입에 맞지 않는 음식, 입국 수속, 비자 문제 등등 문제 하나가 해결 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는 식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속의 문장들을 보면 저자는 여행 내내 참으로 행복했던 것 같다. 멋진 풍경, 훈훈한 인심, 여행지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무엇보다도 모두가 무모하다고 말렸던 꿈을 이뤘다는 성취감 내지는 만족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많은 사람들이 평생의 소원으로, 버킷리스트로 거론하는 세계일주의 꿈. 그 꿈을 현실로 이루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다. 어쩌면 세계일주의 꿈은 명문대에 들어가거나 일류 기업에 취업하는 것보다 힘든 일인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그것은 모두가 응원하는 일이 아니라 반대하고 말리는 일이라 오로지 자신의 뜻으로만 해내야 하는 일이니 말이다. 과감한 선택을 한 저자의 용기가 멋지다,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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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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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내 누나>이지만 남매 간의 애틋한 우애나 정을 그린 책은 결코 아니다. 그보다는 누나와 남동생이라는 역할을 빌려 남녀 간의 차이와 2,30대 싱글 여성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코믹하게 그린 책이라고 보는 편이 맞다. 국내에 출간된 마스다 미리의 책 대부분을 읽은 독자로서 이 책은 다른 책들에 비해 상당히 터프하다고 느꼈다. 이를테면 여성들의 브래지어에 얽힌 비밀이라든가, 동창회에 갈 때의 마음가짐, 연애나 결혼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 등등 기존의 마스다 미리 책의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에 비하면 거의 폭로나 독설에 가까운 수준의 에피소드들만 보더라도 그렇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그건 아마도 등장 인물이 누나와 남동생이라서 그런 것 같다. 여성 화자의 이야기를 주로 그리는 마스다 미리는 남성을 등장시켜도 대부분 남편이나 애인 등 여주인공과 사랑하는 관계에 있는 인물로 그렸다. 그런데 이 책의 남성 화자는 남동생이기 때문에 여성의 숨기고 싶은 본성이 다소 직접적이고 화끈하게(!) 표현되었다. 남편이나 남자친구한테라면 보이고 싶지 않고 들키고 싶지 않은 면이라도 남동생에게는 보여줄 수 있는 것과 같은 심리랄까? 나는 남동생이 없어서 짐작만 할 뿐이지만. ​


덕분에 예전엔 마스다 미리 책을 읽으면서 피식 웃는 정도였다면, 이번에 <내 누나>를 읽으면서는 배를 잡고 구른 적이 여러 번이었다. 여성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지 못했던 속내에 공감할 수 있'는 반면, 남성 독자라면 '막연하게 갖고 있던 여성관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책 소개 문구에 백 퍼센트 공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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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11-16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자인 나도 여자의 속내가 궁금해서... 이 책 한번 읽어볼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와 두 딸과 그리고 말없는 울남편과 아들을 위해서 사볼까...^^
 
회전목마의 데드히트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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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 재습격>에 이어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다. <빵가게 재습격>​이 이른바 '하루키 월드'라고 불리는 환상적인 세상을 그린 작품들만 묶은 단편집이라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는 비교적 '하루키 월드'의 느낌이 덜한, 일상적인 분위기의 소설들을 주로 담고 있다. 작중에 작가 자신이 등장하는 것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마치 수필집을 읽는 듯 편안했다. 


이 책에는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서 나는 <택시를 탄 남자>와 <풀사이드>, <지금은 죽은 왕녀를 위한>​이 좋았다. 하루키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 수 없는 채로 그리는 묘한 재주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이 세 소설 모두에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택시를 탄 남자>를 예로 들면, 이 소설의 화자는 우연히 무명 화가가 그린 그림 한 점을 보게 되고, 결코 잘 그린 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느껴 소장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림을 잃어버리고, 한참 후에 그림 속 인물을 실제로 만나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줄거리만 보면 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떤 것에 마음이 끌리고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체험을 하는 일이 살다보면 종종 있는데, 하루키는 그런 불가사의한 느낌이나 분위기를 퍽 잘 그리는 것 같다. 다른 분들이 쓴 서평을 보니 <도쿄 기담집>에서도 그런 특징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마침 이 <도쿄 기담집>이 국내에 재출간 될 예정이라고 한다. 타이밍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어서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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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드브레스트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3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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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는 먼 나라다. 지리적으로만 먼 것이 아니라 언어, 문화, 종교 등 여러모로 봐도 비슷한 부분이 별로 없다. 하지만 20세기 이후의 역사는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노르웨이의 국민 작가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 3편 <레드브레스트>​를 읽은 사람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이 소설에 묘사된 노르웨이의 현대사는 ​혼란 그 자체다. 20세기 초까지 이웃나라 스웨덴에 점령된 상태였고, 세계대전 직후 국왕 일가는 영국으로 피신했으며, 잇속에 밝은 사람들은 독일이나 러시아 편에 붙어 떵떵거리며 살았지만, 대부분의 국민들은 속절없이 전쟁에 끌려가 목숨을 잃었다. 어떤가.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비슷하지 않은가.



이 소설에서 저자는 이전 작품과 달리 독자를 외국이 아닌 과거로 초대한다. 그것도 눈 깜짝하는 새에 머리 위로 포탄이 쏟아지는 제2차 세계대전의 전장으로. 물론 주인공 해리 홀레도 함께다. 불미스러운 일로 경찰청에서 국가정보국으로 자리를 옮긴 해리는 하루가 다르게 세력이 불어나는 신나치주의 세력을 감시하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매르클린 라이플이라는 무시무시한 총을 사용한 연쇄 살인 사건에만 관심을 쏟는다. 소설은 해리 홀레가 있는 세기말의 노르웨이와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0년대의 유럽을 오가며 살인 사건과 그 원인이 된 역사적 진실을 동시에 좇는다.



이 소설은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언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노르웨이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인종주의, 신나치주의 문제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진다. 인종주의자, 신나치주의자들은 단순히 나치즘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라 여성과 이민자, 외국인 등 소수자의 인권을 유린하며 북유럽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 저자는 이런 자들이 나타난 원인을 노르웨이의 암울한 역사에서 찾는다. 전후 나라를 버리고 도망갔던 국왕 일가가 왕권을 되찾고, 독일이나 러시아에 나라를 팔았던 사람들이 정부나 기업의 요직을 차지한 어두운 역사 말이다. 저자는 이들의 비참한 말로를 보여주며 사람이 심판하지 못한 것을 시간이 단죄하리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대학 시절, 북유럽의 현대사를 공부한 적이 있다. 그 때는 노르웨이가 EU가입을 거부하는 이유라든가 북유럽에서 신나치주의자가 기승하는 원인 등에 대해 교과서로만 간략하게 배웠는데, 이번에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 정확히, 속시원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역사가나 학자보다도 소설가가 역사와 정치,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설명한다는 것이 놀랍고, 웬만한 역사책이나 학술서보다도 독자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마음을 울린다는 것이 대단하다. 스토리텔링의 위력을, 요 네스뵈의 필력을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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