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의 데드히트 - 개정판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빵가게 재습격>에 이어 읽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이다. <빵가게 재습격>​이 이른바 '하루키 월드'라고 불리는 환상적인 세상을 그린 작품들만 묶은 단편집이라면, <회전목마의 데드히트>는 비교적 '하루키 월드'의 느낌이 덜한, 일상적인 분위기의 소설들을 주로 담고 있다. 작중에 작가 자신이 등장하는 것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었고, 마치 수필집을 읽는 듯 편안했다. 


이 책에는 총 여덟 편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이 중에서 나는 <택시를 탄 남자>와 <풀사이드>, <지금은 죽은 왕녀를 위한>​이 좋았다. 하루키는 알 수 없는 것들을 알 수 없는 채로 그리는 묘한 재주가 있는 작가라고 생각하는데, 이 세 소설 모두에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나 있다. <택시를 탄 남자>를 예로 들면, 이 소설의 화자는 우연히 무명 화가가 그린 그림 한 점을 보게 되고, 결코 잘 그린 그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을 느껴 소장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나중에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림을 잃어버리고, 한참 후에 그림 속 인물을 실제로 만나는 신기한 체험을 한다. 


줄거리만 보면 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어떤 것에 마음이 끌리고 머리로는 이해하기 힘든 체험을 하는 일이 살다보면 종종 있는데, 하루키는 그런 불가사의한 느낌이나 분위기를 퍽 잘 그리는 것 같다. 다른 분들이 쓴 서평을 보니 <도쿄 기담집>에서도 그런 특징이 이어진다고 하는데, 마침 이 <도쿄 기담집>이 국내에 재출간 될 예정이라고 한다. 타이밍이 이렇게 잘 맞을 수가! 어서 읽어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