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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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큐레이션 하면 많은 사람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일하는 큐레이터를 떠올릴 것이다. 실제로 큐레이터는 16세기와 17세기에 아주 부유한 수집가들을 위해 수집품을 보관하고 관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로 쓰였다. 최근에는 큐레이션의 영역이 예술 분야로 한정되지 않는다. 패션, 인터넷, 금융, 유통, 여행 등 여러 분야에 걸쳐 큐레이션 기술이 활용되고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 연구자 마이클 바스카가 쓴 <큐레이션>에는 큐레이션의 개념과 역사, 사례와 전망이 총정리되어 있다. 큐레이션이라는 말이 널리 쓰이게 된 건 현대 사회가 '과잉 사회'이기 때문이다. 기술과 산업이 전례 없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수많은 제품이 생산되었고, 정보 통신 사용이 확대되면서 사용자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제품과 정보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내는 일을 스트레스로 느끼게 되었다. 큐레이션은 소비자들이 너무 많은 선택에 지치지 않도록 대신 선택지를 선별하고 판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고도의 전문성과 판단력을 활용해 소비자 개개인에게 맞는 양질의 콘텐츠를 선정하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해 가치를 재창출한다. 


책에는 큐레이션을 활용해 성공을 거둔 여러 기업들의 사례가 나온다. 사용자가 자신의 관심사를 직접 큐레이션 할 수 있도록 한 구글과 페이스북, 이용자 맞춤형 컬렉션이나 카테고리 페이지를 제공하는 애플, 소비자 선호도를 파악하는 '시네매치'라는 이름의 알고리즘을 개발한 넷플릭스, 기존 데이터에 기초해 고객에게 자동으로 제품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마련한 아마존 등 유명 기업들의 사례가 잘 정리되어 있다. 소비자 개개인에 맞춰 추천 도서를 제공할 뿐 아니라 아예 책의 내용을 정리해서 요약해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갯애브스트랙트(GetAbstract)나 블링키스트(Blinkist)가 그 예다. 블링키스트는 700쪽에 달하는 베스트셀러 <21세기 자본>을 단 15분 만에 읽을 수 있는 요약본으로 만들어 독자들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큐레이션, 즉 '덜어내는 것'은 오늘날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경제의 주요 트렌드와도 일치하기 때문에 시장의 힘에 의해 계속해서 영향력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백 년 동안 우리는 계속해서 더 많은 생산을 하는 데 집중했다. 그러나 더 '많이' 만들어 내고자 했던 기업은 이제 더 '좋게' 만드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생산이 우리의 목표였다면 이제는 그것이 해결해야 할 문제가 돼버렸다. (p.15) 


큐레이션은 요즘 한창 열풍인 '미니멀리즘'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인 곤도 마리에는 '갖고 있는 소유물의 대부분을 과감하게 버리라', '기쁨을 주지 않는 모든 것은 없애야 한다'고 주장해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서구 국가에서도 정리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과감히 덜어내고 중요한 것만 취하는 기술은 집안을 정리할 때도 필요하고 직장에서 업무를 처리할 때도 필요하다.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나 쓰이는 줄 알았던 큐레이션 개념이 나의 생활과 커리어에도 꼭 필요한 개념이라니. 책의 내용을 더욱 철저히 익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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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13계단 - 제47회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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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진도가 안 나간다 싶을 때는 추리 소설만 한 것이 없다. 추리 소설의 계절인 여름도 아닌데 요즘 들어 추리 소설만 내리읽는 건 그 때문이다. 


여기 기억 상실증에 걸려 자신이 범행을 저질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사형수가 있다. 이름은 사카키바라 료. 도쿄 구치소의 사형수 감방, 통칭 '제로 구역'에 수감된 지 7년째다. 사형 집행을 3개월 앞둔 어느 날,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밝히는 사람에게 거액의 현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익명의 의뢰인이 나타난다. 교도관 생활에 염증을 느끼는 난고는 의뢰를 덥석 물고, 파트너로 상해 치사 전과자이자 보호 관찰 대상인 준이치를 택한다.


두 남자가 사건의 진상을 좇는 일종의 '버디 무비'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난고와 준이치의 사연은 사건 못지않게 무겁다. 준이치는 2년 전 술집에서 싸움에 휘말렸다가 상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로 실형을 살고 가석방되었다. 그동안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고 여자친구는 이별을 고했다. 난고는 고교 졸업 후 바로 교도관으로 임용되어 출세가도를 달렸지만, 두 번의 사형집행 후 정신적인 충격을 받고 가족과 멀어졌다. 교도관이라는 직업에 회의를 느낀 지 오래인 그는 현상금을 타면 사직서를 내고 빵집을 차릴 생각이다. 


처음엔 현상금이 목적이었지만, 사건의 진상을 좇으면서 난고와 준이치는 사카키바라의 무죄를 확신하고 진범을 잡겠다는 마음이 더욱 강해진다. 사형 제도를 회의하는 난고는 또 다른 희생자가 생기는 걸 원치 않고, 지은 죄보다 더 큰 벌을 받았다고 믿는 준이치는 무고한 사람이 죄를 뒤집어쓰는 걸 바라지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두 사람의 마음은 복잡해진다. 사건의 진상이 생각보다 훨씬 끔찍해 사형을 바라는 유족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고, 법의 공정함과 형의 효과를 의심하게 된다. 


이 밖에도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의 목소리를 빌려 기억을 잃어버렸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범죄자로 추정해 사형을 선고해도 되는지, 보호 관찰 제도에 실효성이 있는지, 사적 제재는 유효한지, 사형 제도는 과연 필요악인지 등을 묻는다. 범죄자, 경찰관, 검찰관, 교도관, 가해자 유족, 피해자 유족 등 범죄에 관련된 사람들과 그들의 삶도 충실하게 묘사한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는 주장은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국가(혹은 법)의 이름으로 인간이 인간의 죄를 사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이 죽음이어도 되는지를 묻는다. 


이제까지 마츠모토 세이초를 필두로 미야베 미유키, 히가시노 게이고 등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되는 작가들의 작품을 많이 읽었다. <13계단>도 범죄의 사회적 배경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사회파 추리소설로 분류될 수 있을 터. 게다가 이 소설은 죄를 규정하고 형을 집행하는 국가 제도를 철저하게 분석한다는 점 때문에 '사회파 추리소설을 완성한다'고 단언할 만하다. 이런 대작을 이제야 만나다니. 다카노 가즈아키의 <제노사이드>도 얼른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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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1 2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노사이드>도 추천요^^

키치 2016-11-22 17:41   좋아요 1 | URL
요즘 밤마다 읽고 있습니다. 흥미진진하네요 ^^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SunnyL 2016-11-22 1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노사이드 추천이요~ 시간가는줄 모르고 읽었어요^^

키치 2016-11-22 17:42   좋아요 0 | URL
요즘 밤마다 잠을 잊고 읽고 있습니다. 추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데드 조커 1 한네 빌헬름센 형사 시리즈
안네 홀트 지음, 배인섭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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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주인공이라서 신선했습니다. 다음 시리즈도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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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조커 1 한네 빌헬름센 형사 시리즈
안네 홀트 지음, 배인섭 옮김 / 펄프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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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 홀트의 <데드 조커>는 노르웨이 소설이다. 노르웨이 소설 하면 요 네스뵈의 '해리 홀레' 시리즈를 떠올리기 쉬운데, 안네 홀트도 요 네스뵈만큼, 아니 요 네스뵈보다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요 네스뵈가 저널리스트에서 증권 중개업자, 뮤지션, 인기 작가로 변신했다면, 안네 홀트는 기자, 뉴스 앵커, 경찰, 변호사를 거쳐 법무부 장관에까지 오른 어마어마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후 안네 홀트는 추리 소설가로 변신, 출간하는 소설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대체 이런 대단한 이력을 소유한 사람은 어떤 소설을 쓸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얼른 읽어봤다. 


주인공은 미모의 베테랑 수사반장 한네 빌헬름센이다. 한네는 일 중독자이고 레즈비언이다. 어느 날 고등검사 할보르수르드의 집에서 그의 아내가 사무라이 검에 목이 잘리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있던 남편 할보르수르드가 즉시 체포되었고 모두가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다. 하지만 한네는 할보르수르드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할보르수르드가 아내를 죽인 진범으로 지목한 스톨레 살베센을 찾기 전까지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세워선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할보르수르드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한네는 아주 작은 단서라도 생기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사건의 진상을 밝히기 위해 애쓴다. 그 과정에서 한네는 팀원들과 마찰을 빚고, 파트너 세실리를 잃을 위기에 처하며 위기에 처한다. 


범죄 소설 주인공이 대부분 남성인 데 반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여성이다. 그것도 경찰청에서 오랫동안 활약한 형사 반장. 하드보일드한 범죄 소설의 주인공으로 여성을 기용한 것도 놀라운데 심지어 국가 기관의 (심지어 경찰청의) 고위직이라니. 이 소설을 통해 북유럽이 양성평등에 있어 한국(은 물론 일본, 미국 등)보다 훨씬 앞선 나라란 걸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여성인 형사 반장이 '미모'까지 갖춘 건 아쉬웠지만 이건 작가의 판타지가 반영된 걸로 보고 넘어가는 걸로...). 


성별은 다르지만, 한네의 모습에서 해리 홀레(요 네스뵈 소설의 주인공)가 여러 번 보였다. 한네와 해리 홀레는 오슬로 경찰청에서 오랫동안 일한 형사라는 점만 같은 게 아니라, 인간관계가 서툴고 때로는 파트너에게도 진심을 털어놓지 못한다는 점, 심리적 문제를 잊기 위해 일에 매달리다 일 중독자가 되었다는 점까지도 같다. 혹시 살면서 여러 번 커리어를 바꾸느라 다른 사람들보다 몇 배는 힘들었을 작가들의 개인적인 문제가 소설에 반영된 것은 아닐까? 소설을 읽었는데 어째 소설보다 소설 바깥의 요소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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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6-11-21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 진도가 안나가면 추리소설 읽어야겠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ㅎ
 
도둑비서들 - 상위 1%의 눈먼 돈 좀 털어먹은 멋진 언니들
카밀 페리 지음, 김고명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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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대를 졸업한 티나 폰타나는 세계 굴지의 언론사 회장이자 억만장자인 로버트의 비서다. 호화로운 사무실에서 유력 인사들을 상대하는 일을 하니 남들 눈엔 잘 사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고 원룸 월세를 내기에도 빠듯한 월급을 받으며 연애는 꿈도 못 꾸는 팍팍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티나에게 회사 돈 2만 달러가 굴러들어온다. 며칠을 고민하던 티나는 눈 딱 감고 학자금 대출을 갚아버린다. 이 일을 알아챈 경비 처리부서의 비서 에밀리는 티나를 고발하기는커녕 로버트의 영수증을 위조해 자신의 학자금 대출 7만 달러도 갚아달라고 강요한다. 에밀리의 학자금 대출을 갚기가 무섭게 이번에는 회계팀장이자 회사의 왕언니인 마지가 다른 비서들의 학자금 대출도 갚아달라고 부탁하며 이들의 횡령 액수는 점점 커진다.  

소심한 티나는 당장이라도 이 일을 그만두려 하지만 그만둘 수 없는 강력한 이유가 생긴다. 티나는 회사에서 가장 잘생긴 남자 직원으로 손꼽히는 케빈과 '썸타는' 중인데, 하필이면 케빈이 티나에게 말 못 할 비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그 비밀이 여성들의 권익 향상을 위한 사회적 활동이라고 제멋대로 오해하면서 티나에게 푹 빠진 것이다. 티나는 케빈의 마음을 붙잡기 위해서라도 횡령 사실을 들키지 않고 일을 잘 마무리해야 하는데...... 

'내가 낡아빠진 화장실 배수구가 막혀서 사람 부르는 데 필요한 돈으로 로버트는 컨트리클럽에서 테니스를 한 판 치는구나.' '내가 제멋대로 꺼지지 않는 컴퓨터를 사는 데 필요한 돈으로 로버트는 벤츠에 희한한 성분으로 된 광택제를 바르는구나(새끼 공룡 태반으로라도 만들었나 보지).' '내가 지하철 월 정기권 끊는 돈으로 로버트는 자기 이니셜이 새겨진 고급 손수건을 사서 일회용품처럼 한 번 쓰고 버리는구나.' (p.79) 

소설을 읽는 내내 '흙수저 금수저 논란'이 떠올랐다. '흙수저' 티나는 열심히 공부해서 나름 명문대에 들어갔고 열심히 취업활동해서 취업에 성공해 열심히 일했지만 남은 건 쥐꼬리만한 월급과 학자금 대출뿐이다. '금수저' 로버트는 젊은 시절 거액을 탈세했는데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았고, 이후 승승장구해 언론사 회장직에까지 올라 평범한 직장인의 월급에 맞먹는 돈을 술값, 옷값으로 흥청망청 쓰고 그걸 또 회사 이름으로 결제하여 거대한 부를 축적한다. 흙수저 티나는 금수저 로버트를 규탄하기는커녕 로버트의 아랫사람으로 일하며 일종의 '부역'을 해야만 먹고 살 수 있다. 흙수저가 금수저의 주머니를 턴들 금수저는 까딱도 하지 않는다.  

티나는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자기만 흙수저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티나는 자기 또래 여성들 중 누구도 학자금 대출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지 못 했다. 다들 좋은 직장에 다니고 비싼 차를 몰고 유명 브랜드 옷을 입어서 (자기만 빼고) 다들 잘 사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티나와 똑같은 처지였다. 그들은 저마다 업계에서 이름난 상사들을 모시고 그들의 이름을 빌어 호의호식하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번드르르한 겉모습 뒤로 왠지 저녁마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울 것 같은 굶주림이 느껴졌고, 그중 적어도 한 명은 월세를 내기 위해 난자를 팔 생각도 해본 적이 있을 것 같았다'. 

요즘 학생들은 참 대견스럽습니다. 그들은 그 모든 빚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며 날로 치솟는 대학 교육 비용을 선뜻 받아들입니다. 그런 장애물이 아무리 앞을 가로막아도 절대 꿈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면 대출금 상환 압박에 시달리면서, 괜찮은 보수를 주는 좋은 일자리를 찾으려 고군분투하다가, 그러면서 언젠가 집을 사게 될 날을, 혹은 가정을 꾸리게 될 날을 꿈꾸다가...... 그러다가 무덤에 들어가고 맙니다. 그런데 그들이 누구를 탓하는 줄 아십니까?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왜 나는 안 될까?'라고 자책하는 겁니다. (p.257) 

티나는 자기와 별로 다르지 않은 여성들이 비정규직으로 몇 년째 건강보험도 없이 살거나 방 하나 딸린 집에서 룸메이트 둘이랑 간신히 먹고 사는데, 그들이 모시는 상사들은 점심 먹고 명품숍에서 회사원 연봉에 맞먹는 돈을 한 번에 쓰거나 원룸 월세에 상당하는 돈을 택시비로 쓰는 현실에 개탄한다. '도대체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왜 우리 인생이 하나같이 개판이냔 말이야? 아니, 우리가 대학까지 나온 백인 여성인데, 이런 씨, 지금 이게 말이 돼?' 

소설 속에서 티나는 또래 여성들의 삶이 자신의 삶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걸 알고 놀랐지만, 나는 소설에 나오는 여성들의 삶이 나의 삶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고 놀랐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어쩌면 이렇게 비슷할까. 나라꼴 돌아가는 모습까지 닮은 건 우연일까 필연일까. 미국에서는 이 소설이 지난 5월에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즈>, <퍼블리셔서 위클리>, <피플>, <뉴스데이>, <오프라매거진> 등 주요 언론에서 극찬에 가까운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어 부디 소설에 나오는 문제 의식과 대안이 현실에서도 실현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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