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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두, 혼자에게 다정한 봄빛의 도시에서 - 미식, 차향, 느긋함이 만들어준 여행의 순간들
이소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3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1/1119/pimg_7796361643196272.jpg)
청두 여행을 계획하면서 두 권의 책을 구입했는데, 두 권 중에 이 책이 더 좋았다. 저자 이소정은 대학을 졸업한 후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고대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중국사에 해박해서 책의 내용이 단순한 여행 에세이로 보기 힘들 만큼 깊이가 있고, 여행지의 인상을 남기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현지인들과 대화하고 사귄 내용이 담겨 있어 유익하고 흥미로웠다. (언젠가 <나의 중국 문화유산답사기> 같은 책을 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먼저 읽은 청두 여행 책의 저자는 청두에 가기 전에는 <삼국지>를 읽어본 적이 없다고 썼는데, 이 책의 저자는 <삼국지>를 어림잡아 백 번은 읽었다고 말할 만큼 마니아이고 이백, 두보 등 중국 시에도 훤하다. 그래서 삼국지 영웅들의 사당인 우허우츠나 이백이 사랑한 아미산 등을 여행할 때 감정이 남달랐다고. 차(茶)에는 베이징 유학 시절부터 관심이 많아서 청두를 여행할 때는 전문가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차를 즐기는 모습을 보인다. 중국의 전통극이나 전통 공예에도 관심이 많아서, 문외한인 나조차 호기심이 동할 정도였다. 선기도가 전시되어 있는 촉금박물관이나 차 도매시장처럼 현지인들이나 알 법한 장소를 소개해준 점도 좋았다. 대나무의 바다, 죽해로 유명하다는 이빈에도 꼭 가보고 싶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챕터는 '5장, 청두의 촨메이쯔를 만나다'이다. '쓰촨성의 여자아이'라는 의미를 지닌 촨메이쯔(川妹子)는 주로 쓰촨성 출신의 미녀를 가리키는 말로 쓰이지만, 저자가 만난 촨메이쯔는 외모만 예쁘장한 미녀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훌륭한 인간이 대부분이었다. 저자는 여성의 외모만 보고 재능이나 노력은 보지 않는 세태를 개탄하며, 역사에 이름을 남긴 촨메이쯔와 현재 활약 중인 촨메이쯔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다른 책에서는 본 적 없는 내용이라서 좋았고, 여행이 여행에 그치지 않고 일상의 문제, 현실의 과제로 연결되는 내용이라서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