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히 벌고 잘 살기 - 나와 그들의 새로운 일하기 실험
김진선 지음 / 슬로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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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행동으로 옮긴 용기가 멋지고 구체적인 기술과 수단을 모색한 지혜가 대단합니다. 배울 점이 많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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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ys1211 2017-06-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중도가 가장 힘든거 같아요.^*
 
적당히 벌고 잘 살기 - 나와 그들의 새로운 일하기 실험
김진선 지음 / 슬로비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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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면 나의 삶은 항상 '미래'에 있었다. 성공적인 미래를 준비하는 삶 말이다. 대학에 가고 취직하기 위해, 노년의 안정된 삶을 위해, 나의 현재는 미래를 위해 항상 양보해 왔다. 하지만 세상에 현재가 아닌 미래를 사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적당히 벌고 잘 살기>의 저자 김진선은 10년간의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일종의 '갭 이어'를 보내면서 이 책을 썼다. 저자는 갭이어를 보낼 당시 자신처럼 사회가 정해둔 테두리를 벗어나 자신들이 만든 활동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을 찾아서 취재했다. 그렇게 만난 팀이 모두 여덟 팀. 이중 남산강학원+감이당과 롤링다이스는 자발적으로 모여서 공부를 하는 공부 공동체이고, 십년후 연구소와 마르쉐친구들은 협동조합의 형태로 좋아하는 일을 사업화했다. 오르그닷과 바이맘은 공익 콘텐츠를 발굴해 사회혁신을 꿈꾸며, 우리동네 사람들과 어쩌면 프로젝트는 점점 사라지는 마을 공동체를 되살리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상식을 통쾌하게 파괴한다. 이들은 학교나 학원이 아닌 장소에 모여 자발적으로 공부하고, 좋아하는 일을 취미로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업화하고 돈을 번다. 이들은 공익과 사익은 같이 갈 수 없는 믿음을 깨고 둘을 조화시키려고 노력을 하며, 개인들의 연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는 믿음과도 배치되는 길을 걷는다. 말로만 '다른 세상은 가능하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세상이 가능하게끔 구체적인 수단과 방법을 모색한다. 자신들이 하는 일을 시스템화하고 수익화한다. 적당히 벌면서 잘 산다.


우리동네 사람들, 약칭 '우동사'에 관한 이야기는 저자 김진선이 출연한 팟캐스트 <일상기술연구소> '함께 살기의 기술' 편에도 나온다(<일상기술연구소> 책에도 나온다). 우동사는 인천 검암에 있는 공동주거 실험 커뮤니티로, 다섯 채의 집에 서른 명가량이 함께 거주하고 있다. 일종의 셰어 하우스인 듯한데, 참여 인원도 많고 규모도 커서 공동육아도 하고 동네 펍도 만들었다고. 이사가 잦아 동네 이웃이나 친구가 적은 나로선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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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특별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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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여수의 사랑> 특별판은 1995년에 처음 출간된 동명의 소설집을 재출간한 것이다. 표제작 <여수의 사랑>과 <질주>, <어둠의 사육제>, <야간열차>, <진달래 능선>, <붉은 닻> 등 여섯 편의 소설이 실렸고, 작가가 직접 문장을 손봤으며 표지를 새로 입혔다. 

여섯 편 모두 흥미로웠지만 <어둠의 사육제>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주인공 영진은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고등학교를 겨우 마치고 서울에 올라와 돈을 벌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한다. 몇 년 후 영진은 고향에서 알고 지냈던 인숙 언니를 만났고, 가진 돈 전부를 인숙 언니의 돈과 합쳐서 전세로 옮긴다. 그러던 어느 날 인숙 언니가 전세금을 빼서 도망친다. 졸지에 빈털터리가 되고 회사에 빚까지 진 영진은 서울에 사는 이모 집에 얹혀살게 된다. 말이 친척이지 싫은 내색 팍팍 내며 남보다 못한 대접을 하던 이모네 가족은 급기야 영진을 베란다에서 지내게 한다. 

도와주는 이 하나 없는 현실을 원망하면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영진에게 한 남자가 제안을 한다. 명환이라는 사내가 영진의 처지를 알고 있다며 자신의 집을 주겠다는 것이다. 영진은 서울의 아파트 한 채를 가지는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을 알지만 명환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이지 못한다. 외려 이모네 집 베란다에서 지내는 자신의 모습을 명환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불쾌감과 모멸감을 느낀다. 그러나 명환에게는 영진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멸시하려는 의도는 없다. 영진은 명환이 선뜻 자신에게 집을 주겠다고 제안하게 된 사연을 알게 되고 명환을 이해하게 된다. 

<어둠의 사육제> 뿐 아니라 이 소설집에 실린 소설들에는 하나같이 연민의 정서가 배어 있다. 표제작 <여수의 사랑>은 좋지 않은 이유로 고향인 여수를 떠나온 정선이 저보다 불행한 사연으로 여수를 떠난 자흔을 이해하게 되는 이야기이고, <야간열차>는 세상살이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영현이 식물인간이 된 쌍둥이 동생을 걱정하는 친구 동걸의 사정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나도 힘들지만 나보다 더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 그런 사람을 외면하지 않고 이해하고 연대할 때 인간은 더 강해지고 인간다워진다는 것을 작가는 말한다.

이는 한강의 소설이 죄다 비참하고 고통스러운 내용인데도 계속 읽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실이 괴롭고 힘들지만 나만 괴롭고 힘든 게 아니라는 것. 나보다 더 괴롭고 힘든 사람이 있다는 것. 나 자신의 고통으로부터 눈을 돌려 타인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비로소 삶이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견딜 만해진다는 것. 나처럼 아픈 사람, 나보다 힘든 사람에 대한 연민과 이해는 이후 한강이 발표한 <채식주의자>, <바람이 분다, 가라>, <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같은 작품에도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정서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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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사랑 (특별판)
한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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될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여수의 사랑> 초판이 나왔을 때부터 한강 작가를 알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첫 소설집인데도 전혀 미숙하지 않고, 22년 전에 나온 책인데도 전혀 낡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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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댄스 당쇠르 1
조지 아사쿠라 지음, 송수영 옮김 / 대원씨아이(만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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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아사쿠라의 신작 <댄스 댄스 당쇠르>는 운동 대신 발레를 택한 소년의 성장담이라는 점에서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케 하지만, 더 비슷한 작품은 만화 <슬램덩크>다. 야생 원숭이 같던 소년이 미소녀의 유혹에 이끌려 진로를 바꾸게 되고, 미소녀에게 실은 짝사랑하는 소년이 있고, 소년이 그 소년에게 제멋대로 라이벌 의식을 느끼고 그 소년을 이기기 위해 밤낮없이 연습에 매진하다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까지 <슬램덩크>와 꼭 닮았다.





<슬램덩크>에는 없고 <댄스 댄스 당쇠르>에는 있는 게 있다면 '남자답다'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고민이다. 긴 머리카락 때문에 종종 여자애로 오해받는 준페이는 어느 날 누나의 발레 발표회를 보러 갔다가 발레리노의 무대를 보고 발레의 매력에 푹 빠진다. 발레는 여자가 배우는 것이라며 놀리는 친구들과 싸움을 불사하며 발레를 배우지만 즐거운 나날은 오래가지 못한다. 무술 감독인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이다. 아버지처럼 '남자답게' 되고 싶다는 열망이 강해진 준페이는 스스로 머리카락을 자르고 발레를 그만둔다. 아버지가 했던 절권도를 배우며 '남자다워' 지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흘러 중학교 2학년이 된 준페이 앞에 미소녀가 찾아온다. 소녀의 이름은 고다이 미야코. 우연히 준페이가 절권도 특기인 날아차기를 하는 모습을 본 미야코는 발레를 배운 적도 없는데 540도 회전을 할 수 있다면 천재가 분명하다며 준페이를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발레 교실에 데려간다. '남자답지 못하다'라는 이유로 발레를 그만뒀지만 첫사랑 미소녀 앞에서 '남자다운' 모습을 보이려면 발레를 해야하는 모순적인 상황. 준페이의 머릿속은 혼란스럽다.





<슬램덩크>에 없고 <댄스 댄스 당쇠르>에는 있는 것 또 하나는 재능에 대한 불신이다. 미야코의 어머니는 준페이를 보고 "이제 와서 발레 해봤자 늦었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 말에 오기가 생긴 준페이는 밤새도록 발레 동작을 연구해 이튿날 다시 미야코의 어머니를 찾아간다. 미야코의 어머니는 준페이의 동작을 보고 엉터리라고 핀잔을 준다. 결국 몇 달 남지 않은 무용연맹 발표회에 준페이를 내보내기 위해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하는데, 어렸을 때 발레를 잠깐 배우기는 했지만 초보나 다름 없는 준페이로선 힘들기만 하다.


강백호가 "나는 천재니까."라며 자신의 재능을 확신했던 것과 달리, 준페이는 너무 늦게 발레를 시작했다는 불안감과 자신에게 재능이 없을지도 모른다는 회의감에 사로잡힌다. 미야코는 준페이는 천재다, 준페이는 발레가 원한다고 하지만 준페이 자신이 그 말을 실감하진 못한다. 준페이가 자신할 수 있는 건 미야코를 좋아하고 미야코의 '왕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뿐. 미야코의 완벽한 왕자가 되고 싶은 준페이의 노력은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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