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도 습관이다 - 생각에 휘둘리고 혼자 상처받는 사람들
최명기 지음 / 알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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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용기 있는 사람으로 불리는 이들을 부러워하지 말자.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겁 많은 당신의 성격이 훨씬 낫다." 최명기 정신건강전문의에 따르면, 정신과를 찾는 환자 중에는 '멈추지 않는 걱정, 폭주하는 생각'으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걱정이 많다고 걱정할 필요 없다. 성공한 경영자 중에는 의외로 통이 크고 대담한 사람보다 겁이 많고 피곤할 정도로 생각이 많은 사람이 많다. 그러니 겁이 많고 걱정이 잦다면 성공 DNA를 타고났다고 믿어보면 어떨까.

 

 

그래도 걱정이 가시지 않는다면, 최명기 정신건강전문의가 쓴 <걱정도 습관이다>를 읽어보길 권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당최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사소한 일에도 겁먹고 고민하는 사람', '콤플렉스 때문에 종종 예민해지는 사람', '특별한 이유없이 종종 불안한 사람', '자꾸 남의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 '자신감이 부족하고 쉽게 위축되는 사람', '욕망을 잘 절제하지 못하는 사람' 등으로 케이스를 나누고, 총 4단계에 걸친 심리 처방을 제시한다. 처방도 약을 복용한다든가 정신과 의사의 상담을 받으라든가 하는 거창한 것보다는, 감정일지 쓰기, 환경 바꾸기, 생애 주기별 인생 목표 세우기 등 일상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 실용적이다.

 

 

" 이렇게 걱정이 밀려올 때 우리가 느끼는 가장 강렬한 감정은 바로 불안과 두려움이다. 이는 우리에게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안 좋은 일이 벌어질까 봐' 생겨나는 감정이다. (중략) 결국 열쇠는 '감정'이다. 우리의 머릿속에 꽉 찬 이 수많은 부정적인 감정들을 말끔히 비워낸다고 생각해보자. 상상만으로도 한결 머릿속이 깨끗해지는 것 같지 않은가? 바로 이런 점에 착안하여 인지행동 치료를 할 때는 '감정 일지' 쓰기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 (p.109) 

 

 

저자는 특히 걱정이 많아 심란할 때마다 '감정 일지'를 써보라고 조언한다. 언젠가 세계 3대 심리학자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는 알프레드 아들러의 책에서 감정은 배설물과 같다는 말을 보았는데, 실제로 이런 감정 일지를 쓰면 감정이라는 것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 무용한지를 쉽게 알 수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에 쓴 일기장을 어른이 되어 다시 보면 당시엔 심각했을 친구와의 싸움같은 일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지듯이 말이다. 서평이라도 글을 쓰다보면 막혀 있던 생각이 풀리고 머리가 시원해지는 듯한 느낌을 종종 받는데, 그게 다 글쓰기가 심리적으로 좋은 영향을 주는 일이라서였나 보다. 역시 글쓰기는 힘이 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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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 심리학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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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운이 좋은 편이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5만원을 주운 적도 있고, 이벤트에 당첨된 적도 허다하다. 물론 운 나쁜 적도 많다. 동생 대학교 졸업식에서 가방을 통째로 잃어버린 적도 있고, 면접이며 시험에 떨어진 적도 많다. 허나 그런 때일 수록 좋은 점만 본다. 동생 대학교 졸업식 때는 잃어버린 가방을 찾느라 본의 아닌게 대학 투어(?)를 해서 좋았고, 면접도 시험도 떨어진 만큼 배운 것이 많고 결국엔 원하던 대로 잘 되었으니 운 나쁠 게 뭐 있나. 이런 성격을 가진 것이야말로 최고의 행운인지도 모른다. 



<괴짜심리학>의 저자이기도 한 심리학자 리처드 와이즈먼의 <잭팟 심리학>은 운 좋은 사람의 특징을 전격적으로 해부한 책이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운이 좋은 사람들은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있다. 첫째, 우연한 기회가 계속 찾아온다. 둘째, 이유도 모르는 채 탁월한 판단을 내린다. 셋째, 꿈, 야망, 목표를 이루어는 경우가 허다하다. 넷째, 불운을 행운으로 바꾸는 재주가 있다. (pp.40-1)



이들이 이렇게 운이 좋은 건 비단 팔자소관일까? 그렇지 않다. 역시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들의 성공 인생에는 네 가지 심리 법칙이 숨겨져 있다. 첫째, 기회가 찾아올 확률을 높인다. 둘째, 직감에 귀를 기울인다. 셋째, 미래에 대한 기대치를 높인다. 넷째, 불운도 행운으로 역전시킨다. 생각해보니 내가 유독 이벤트에 잘 당첨되는 것도 하루가 멀다하고 각종 이벤트에 응모하기 때문이고, 학교며 직장이며 결과적으로는 다 원하는 대로 잘 풀린 것도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로 끊임없이 시도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특히 느긋한 성격을 가진 사람일수록, 사교적이고 개방적인 사람일수록 운이 잘 따른다고 설명한다. 사교적인 걸로 치면 우리 어머니를 당해낼 사람이 별로 없는데(오늘도 새벽부터 동네 친구분들과 놀러가셨다), 어머니 또한 나 못지 않게 운이 좋으신 걸 보면 저자의 설명이 맞는 것 같다. 로또 당첨같은 대박은 안 바라더라도 잭팟 터지듯 행운이 콸콸 쏟아지는 인생을 위해 느긋한 성격, 사교성, 개방성 모두 내 것으로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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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팟 심리학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이은선 옮김 / 시공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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럭키 가이가 되는 비결. 생각보다 어렵지 않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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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 천연균과 마르크스에서 찾은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와타나베 이타루 지음, 정문주 옮김 / 더숲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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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일본의 오카야마라는 지방 도시에서도 역에서 전철로 두 시간 넘게 걸리는 산 속에서 '다루마리'라는 이름의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그의 빵집은 인공적으로 배양한 균대신 천연균으로 만들어 발효시킨 빵만 판다. 값도 비싸고 천연균 특유의 시큼한 맛도 나지만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일주일에 사흘은 휴무, 매년 한 달은 장기 휴가로 문을 닫는데도 말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그가 시골빵집을 연 계기는 다름아닌 마르크스의 대표 저작 <자본론>이다. 대학 농학부 졸업 후 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한 그는 온갖 부정과 비리를 목격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런 그에게 아버지는 <자본론>을 읽어보라고 권했다. <자본론>을 읽으면서 그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의 원인을 파악했고, 자본가에게 잠식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생산수단을 소유해 노동자가 되지 않는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 방법으로 그는 빵을 택했고, 몇 년에 걸친 노력끝에 노동자와 자본가, 소비자, 환경이 공생할 수 있는 빵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처음엔 부패니 효모니 하는 이야기도 어렵고, <자본론>이라는 소재도 시대착오적인 것 같아 읽기를 주저하기도 했다. 막상 읽어보니 설명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았고, 전부 저자의 체험에서 비롯된 이야기라서 생동감 있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도 부패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인상적이었다. 현대 사회는 썩거나 부패한 것을 경멸한다. '정치가 썩었다' 라든가 '부패 경찰', '부패 조직' 같은 말의 뉘앙스가 좋지 않은 것만 봐도 그렇다. 반면 저자는 썩거나 부패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현상이며, 오히려 썩지 않고 부패하지 않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말한다. 유통기한이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썩지 않는 식빵, 제조일로부터 1,2년이 지나도 멀쩡한 라면이나 과자따위를 먹는 현대인에게는 충격적인 주장이다.



이제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자본론>의 내용을 이데올로기가 아닌 삶의 원칙 내지는 철학으로 받아들인 점도 인상적이었다. 저자가 마르크스가 말한 노동자, 자본가, 생산수단같은 개념을 자신의 삶에 적용시켜 스스로 노동자에서 자본가로 변신하고 생산수단을 소유하기 위해 노력한 과정은 오늘날의 노동자 및 프리랜서, 1인 기업가들에게도 의미있는 사례다. 저자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2011년 대지진 이후 기존의 사회 시스템을 거부하고 자신만의 삶의 철학을 추구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어떤 모멘텀이 있어야 이런 변화가 가능할까?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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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옷장을 정리하며 - 힘들고 아픈 나를 위한 치유의 심리학
게오르크 피퍼 지음, 유영미 옮김 / 부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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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많은 사람들이 사건을 정확히 떠올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그 과정에서 밀려오는 격한 감정을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두렵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억에 자물쇠를 채우고 싶어 한다. 종종 방어 메커니즘까지 작동해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을 부분적으로, 때로는 전체를 가린다. 나쁜 일을 겪었지만, 그것을 극복하려 하지 않고 회피 전략으로 일관해 온 사람의 상황을 나는 곧잘 '쏟아진 옷장'에 비유한다. 

 

"옷장이 넘어져 속에 있는 것이 모두 다 쏟아졌다고 생각해 보세요. 놀란 나머지 옷장을 얼른 일으켜 세우고, 모든 물건을 그 안으로 쑤셔 넣고는 얼른 문을 닫았다고 해 봐요. 그러면 이제 옷장 속은 엉망진창일 거예요. 제자리에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겠지요. 정돈하지 않고 무리하게 쳐넣은 옷가지들 때문에 옷장 문이 다시 열리곤 해요. 이렇게 옷장 문이 열리는 것이 바로 계속해서 갑자기 기습해 오는 플래시백이라 할 수 있어요. 당신은 연신 문을 닫으려고 애쓰죠. 다르게 해 볼 시간도 에너지도 없어요. 하지만 그런 식으로는 더 이상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해요." (p.183) 

 

 

나는 처음에 이 책이 옷장 정리에 관한 책인 줄 알았다. 막상 책을 받아보니 부제가 '힘들고 아픈 나를 위한 치유의 심리학'. 저자 게오르크 피퍼는 독일의 심리학자이자 국제적인 트라우마 전문가. 옷장 정리법을 다룬 실용서가 아니라 정통 심리학자가 쓴 심리학 책이었던 것이다. 저자는 지난 25년 동안 독일 보르켄 광산 붕괴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지구촌 각지에서 일어난 사건, 사고 생존자들을 연구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전문가이다. 2004년 동남아시아 해안가를 휩쓴 쓰나미 재해로 조카를 잃은 저자는 그 후로 학문적인 접근 방식을 버리고 직접 피해자들을 만나고 치유하며 현실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최악의 해결법은 쏟아진 옷장에 옷을 억지로 쑤셔넣듯이 고통을 부인하며 입을 꾹 다무는 것이었다. 반대로 힘든 상태임을 시인하고 사람들에게 감정을 털어 놓을수록 해결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대부분의 문제들이 그렇듯이 혼자서 끙끙 앓기보다는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를 나누는 편이 과정은 험해도 결과는 더 좋을 수 있다.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세월호 사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사고는 사상자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과 이웃, 나아가 온 국민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로 몰고 갔다. 어린 학생들이 순식간에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모습을 보며 어른들의 안일한 태도에 분노하고, 지지부진한 사고 처리 과정을 보며 안전에 대한 신뢰를 잃고, 진흙탕 개싸움꼴인 사고 후 상황을 보며 좌절한 사람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더욱 황당한 것은 사고가 있은 지 벌써 수 개월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야의 정쟁에 막혀 정작 사고의 당사자인 유가족들이 적절한 보호와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사고를 정면으로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어떻게 자기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몰고갈지만 염두하는 이들을 보며, 쏟아진 옷장을 억지로 쑤셔넣는 꼴을 떠올린 건 과장일까?

 

 

이 사고가 유난히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운 이유 중에는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성수대교 붕괴 사고, 씨랜드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 지금까지 있었던 참사가 플래시백(flash-back)된 탓도 있다. 한때 나는 백화점에 가거나 한강 대교를 건너거나 지하철에 탈 때마다 비상구부터 찾는 습관이 있었다. 이런 습관이 한동안 없었다가 요즘 다시 생겼는데, 아마 세월호 사고탓인 것 같다. 만약 참사 때마다 적절한 피드백이 있었다면 지금 내가 덜 불안하고 힘들지 않았을까? 저자 또한 '위기 후에 가능하면 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가서, 가능하면 전과 똑같이 생활하고자' 하지 말고,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고백하고 그런 충격을 극복하는 데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야 한다'고 조언한다.(pp.130-2) 세월호 사고라는 국가적 재난과 이로 인한 마음의 고통을 추스르기 위해 꼭 한 번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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