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행사의 길을 가다 - 압록강 넘은 조선 사신, 역사의 풍경을 그리다 이상의 도서관 51
서인범 지음 / 한길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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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통신사가 조선과 일본을 왕래한 사신들이라면, 연행사는 조선과 중국을 왕래한 사실들을 일컫는다. 얼마 전 조선통신사의 자취를 따라 여행한 기록을 담은 책 <통신사의 길을 가다>를 읽었는데, 그전에 저자가 연행사의 자취를 따라 여행한 적도 있고 그 기록을 담은 책 <연행사의 길을 가다>도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침 중국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라 반가워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다.


연행사란 고려와 조선을 통틀어 약 700년 동안 중국의 원나라, 명나라, 청나라의 수도인 북경에 정기적으로 파견되었던 사신을 말한다. (33쪽) 명나라 때는 조선에서 연 3회에 걸쳐 정기적으로 사신을 파견했고, 청나라 때는 연평균 2.6회 북경에 들어갔다. 한번 행차할 때마다 고위 관료부터 말몰이꾼까지 대략 300~600명의 인원이 움직였다. 사행길은 육로와 해로가 있으며, 명나라 때와 명-청 교체기, 청나라 때에 각각 조금씩 변화가 있었다. 이 책에서는 주로 명나라 때의 육로 사행길을 따른다.


연행사와 조선통신사는 외교 사절이라는 점은 같지만 그 목적이나 내용은 크게 달랐다. 중국은 조선이 조공을 바치는 황제국인 반면, 일본은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찾는 조선 사신들은 변변한 대접도 받지 못하면서 행여 늦게 도착하거나 조공으로 바치는 물품에 결락이 생겨 외교 마찰을 빚을까 봐 노심초사했다. 반면 일본을 찾는 조선 사신들은 매번 융성한 대접을 받았고 정치적인 부담도 적었다. 당시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 중국은 갑 중의 갑인 슈퍼 갑, 조선은 을, 일본은 병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여행기를 보면 현재의 중국은 한국이나 일본에 비해 사회적 인프라가 덜 갖춰진 상태이고 시민 의식도 많이 낮아 보인다. 한국이나 일본에선 쉽게 찾을 수 있는 편의점이나 저렴한 가격대의 식당조차 찾기 힘들고, 호텔을 비롯한 여러 숙박 시설에선 내국인과 외국인의 가격 차별이 흔하다. 심지어 어떤 곳에선 길가에 노상방변(!) 한 흔적을 보기도 했다니 참담하다. 출간된 지 몇 년이 지난 책이니 지금은 다르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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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그레타 - 지구의 미래를 위해, 두려움에서 행동으로
발렌티나 잔넬라 지음, 마누엘라 마라찌 그림, 김지우 옮김 / 생각의힘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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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뉴스를 주의 깊게 듣는 사람이라면 지난해와 올해 '그레타 툰베리'라는 이름을 여러 번 들어보았을 것이다. 2003년생. 올해로 열여섯 살인 그레타 툰베리의 이름이 전 세계에 알려진 건, 그레타 툰베리가 2018년 8월부터 학교에 가는 대신 국회의사당 앞 인도에서 시위를 하는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레타 툰베리의 용기 있는 행동은 스웨덴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호응을 얻었고, 그레타 툰베리는 열여섯 살이라는 최연소의 나이에 2019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수상에는 실패했다).


<우리는 모두 그레타>는 밀라노 출신의 저널리스트 발렌티나 잔넬라가 쓴 책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레타 툰베리의 생애를 짧게 소개하고, 그레타 툰베리가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 환경 보호의 중요성과 환경 위기의 심각성에 관해 설명한다. 그레타 툰베리는 2003년 1월 성악가이자 작가인 어머니와 배우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그레타는 엄마 아빠가 왜 전깃줄을 끄는지, 양치질을 할 때 수도꼭지를 잠그는지, 음식물을 남기지 않는지 궁금해했다. 그레타는 책과 자료를 통해 지구라는 행성이 어떤 곳인지, 환경이 얼마나 소중한지, 인간이 어떻게 지구를 망가뜨리고 있는지 등등에 관해 배웠다. 그리고 이런 의문을 품었다.


"어째서 화석 연료가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계속 사용하는 거죠?" (21쪽) 그레타는 환경 위기가 심각하다면서 정작 환경 위기를 막기 위한 노력은 하지 않는 어른들이 불만스러웠다. 어른들이 나서지 않으면 스스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 운동이다. "미래가 사라질지도 모르는데 학교에 가서 공부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인가요?" 그레타의 이 발언에 전 세계가 주목했다. 어떤 사람들은 그레타를 좋게 보지 않기도 했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레타의 생각과 행동이 옳다며 시위에 동참했다. 그레타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해 연설했고, 유엔총회 기후 행동 정상회의에도 참석해 연설했다. 그레타의 발언과 행동에 감명을 받은 청소년들이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책에는 기후 변화, 지속 가능한 발전, 화석 연료, 깨끗한 재생 에너지, 쓰레기 재활용, 플라스틱, 생물 다양성 등 환경과 관련된 다양한 이슈들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따라 읽다 보면 인간과 환경이 어떤 관계인지, 환경 파괴가 어느 정도로 심각한지, 환경 보호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은 무엇인지 등에 관해 자연스럽게 알 수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환경 파괴를 막기 위해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열 가지 실천 사항이 나온다. 개인 물통 사용하기, 고체 비누 사용하기, 플라스틱 사용 줄이기, 자가용 대신 걷거나 자전거 타기 등 대부분 어렵지 않은 것들이라서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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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 -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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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성기와 달리 여성 성기는 외부에서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일까. 여성들조차도 자신의 성기를 본 적이 없거나 자신의 성기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나도 마찬가지다). <질의 응답>을 쓴 니나 브로크만과 엘렌 스퇴켄달은 이러한 문제를 깨닫고 2015년부터 <운데르리베(성기)>라는 블로그를 열어 여성의 성기와 성 건강에 관한 잘못된 정보를 고치고 제대로 된 정보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이 책은 그러한 작업을 집대성한 결과물이다.


이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1부 '생식기'에선 외음, 질, 음핵, 피와 처녀성, 음모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 답한다. 많은 사람들이 여성 생식기에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여성 생식기에 처녀막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과 같은 처녀'막'은 없다. 질을 꽉 막고 있는 봉인 같은 막이 있다면 대체 생리혈은 어디를 통해 나온단 말인가. 사람들이 처녀막이라고 알고 있는 것은 질 입구에 있는 점막 주름이며, 여성이 처음 성관계를 할 때 피를 흘리는 것은 점막 주름이 부드럽게 충분히 늘어나지 않아 찢어져서 피가 나는 것이다. 그러니 성관계를 할 때 피를 흘리지 않았다고 '처녀'가 아닌 것은 아니며, 애초에 여성이 '처녀'인지 아닌지 따지는 건 여성의 자유로운 성생활을 억압하고 남성 중심의 사회 체제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성차별적인 사고방식에 기인한다.


2부 '냉, 생리, 그 밖의 분비물'에선 생리, 생리대, 탐폰, 생리컵, PMS, 호르몬과 생리 주기 등에 관한 질문에 대해 답한다. 많은 여성들이 성기에서 냄새가 나는 걸 우려해 '여성 청결제'라는 것을 쓴다. 저자에 따르면 성기에서 냄새가 나는 건 당연할 뿐만 아니라 신체가 건강하다는 증거다. 여성 생식기는 따뜻한 물이나 순한 질 세정용 비누로 씻어주는 정도가 가장 좋다. 보통의 비누로 질 내부를 씻는 건 절대 금지다. 그렇게 하면 연약한 점막이 마르거나 자극받을 수 있다.


3부에선 섹스. 4부에선 피임, 5부에선 여성 생식기와 관련된 질환 또는 질병에 대해 설명한다. 임신에 관한 내용도 나온다. 여성의 나이가 많을수록 임신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차이가 사람들의 생각처럼 극적이진 않다. 아이를 가지려고 애쓰는 커플 중 생식력이 가장 뛰어난 19~26세 여성 집단의 92퍼센트가 1년 내에 임신했다면, 27-34세 여성 집단은 86퍼센트, 35-39세 여성 집단은 82퍼센트가 1년 내에 임신에 성공했다. 전체 불임 사례의 3분의 1은 남자가 문제이며, 여자의 나이만 문제가 아니라 남자의 나이도 문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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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신의 인문학
이상철 지음 / 돌베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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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다 물신이 더 강력한 힘을 지닌 이 나라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상철의 <죽은 신의 인문학>은 신학과 인문학을 결합해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된 이슈들을 분석하고 한국 기독교의 바람직한 미래를 제안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제1부 '파국의 윤리'에선 인문정신의 의미와 윤리의 역할을 모색한다. 제2부 '신 없는 신학'에선 신이 사라진 시대에서 신에 대해 말하는 것의 의미를 고찰한다. 제3부 '비판과 성찰, 고백과 애도'에서는 인문학 열풍, 서대문 옥바라지 골목 철거, 강남역 살인 사건, 자살, 세월호, 동성애 혐오 등 최근 한국 사회를 들끓게 만든 이슈들에 관해 저자 나름의 관점으로 분석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연 제3부다. 저자에 따르면 2016년 5월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피살 사건의 범인은 목회를 꿈꾸던 신학생이었고 자퇴 후 교회에서 일한 전적이 있다. 저자의 생각에는 그가 교회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의 여느 단체 또는 조직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반성 없이 여성차별 및 혐오를 자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 교회가 그러한 여성 혐오 범죄자를 키워낸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297쪽 참고)


저자는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가난 혐오 등 소수자 혐오로 점철된 한국 교회의 미래가 암울할 것으로 진단한다. 어쩌면 지금처럼 "자본의 법칙만이 유일한 정언명법이 되어버린 21세기 세상"에서 다수의 논리와 자본의 법칙만을 설파하는 한국 교회를 따르는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신자가 아니고, 그러한 논리와 법칙을 의심하고 거부할 용기를 지닌 무신론자들의 믿음이야말로 바람직하지 않은가 성찰한다. 이러한 성찰은 저자만 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는 오직 무신론자들만이 기도를 할 것"이라고 말한 지젝이나,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그 옛날 니체의 사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끝으로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으며, 나의 탐욕을 직시하고 비난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돌릴 수 있을 때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고 적었다. 종교(기독교)에 관한 책이지만 인문학의 비중이 작지 않고 사회 문제에 관한 내용도 많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어렵다고 외면할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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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욱의 고고학 여행 - 미지의 땅에서 들려오는 삶에 대한 울림
강인욱 지음 / 흐름출판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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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 아닌 다른 시대로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당신은 어느 시대로 떠나고 싶은가. 얼마 전 코니 윌리스의 소설 <블랙아웃>을 읽고 든 생각이다. <블랙아웃>은 시간여행 기술이 개발된 2060년 영국이 배경이다. 옥스퍼드 대학교 사학과에 재학 중인 폴리, 메로피, 마이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막 시작된 1940년대 초 영국으로 시간여행을 떠났다가 대공습이 한창인 런던에 갇힌다. 책이나 영화 등으로 간접 경험했던 전쟁의 공포와 극심한 궁핍을 직접 체험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시간여행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편으로는 나도 이들처럼 머리로만 아는 역사적 사건이나 현장의 분위기를 몸으로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고고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경희대 사학과 교수 강인욱의 책 <강인욱의 고고학 여행>에 따르면, 고고학자는 "시간여행을 몸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유적지에서 유물을 찾고 연구함으로써 현재가 아닌 과거를 경험한다. 보이는 거라곤 흙과 모래뿐인 땅에서 과거에 사람들이 생활하고 거주했던 건물을 상상하고, 오래 전 어느 때에 바로 이 자리에 있었던 사람과 대화하고 그의 삶을 유추한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의 무덤이나 유물을 통해 알게 되는 역사는, 교과서로 배우는 역사나 책 또는 영화로 접하는 역사와는 또 다른, 보다 생생한 느낌과 깊은 감동을 준다.


이 책은 초등학교 때부터 고고학자를 꿈꾸며 살아온 저자가 지난 20여 년간 시베리아, 몽골, 중앙아시아, 중국의 여러 유적지 발굴에 참여하고 유물을 채취하면서 겪은 일과 이를 통해 얻은 지혜와 통찰을 소개한다. 세계 고고학 자료의 절반 이상은 무덤과 관련되어 있다. 무덤은 죽은 자를 묻은 곳이기도 하지만, 남은 자들을 위로하는 곳이기도 하다. 인간은 근원적으로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자신에게도 죽음이 멀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극심한 공포를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인간들은 일부러 크고 화려한 무덤을 짓거나, 무덤 안에 각종 물건을 넣는다. 이는 죽은 자에 대한 추모와 숭배를 상징하는 의식이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나아가 자신이 죽었을 때도 같은 의식이 치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다.


유물이나 유적처럼 물리적 형태가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연구 주제에 속한다. 음악이나 향기처럼 물리적 형태가 없는 것이야말로 연구하기가 어려운 주제이고 그만큼 가치 있다. 저자는 3년 동안 구금이라는 고대의 악기를 연구해 2017년에 그 결과를 발표했다. 구금은 고대 유라시아 초원에 살았던 유목민들이 즐겨 연주했던 악기다. 저자는 구금이 유목문화를 대표하는 악기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기원도 흉노와 같은 초원의 제국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발해 유적에서 구금이 발견되었고, 저자는 연구 끝에 발해의 음악이 당시 일본과 중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전역에서 크게 유행했다는 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다. 다만 당시의 악보가 남아있지 않아 구체적으로 어떤 음악이 유행했는지, 어떤 곡조였는지 복원하여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매우 많다. 단군신화의 마늘은 사실 우리가 잘 아는 그 마늘이 아니라 명이나물의 옛이름인 '야생마늘' 또는 '곰마늘'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애초에 단군신화를 비롯한 곰 신화가 한반도를 포함한 유라시아 전역에 존재하며, 단군신화는 그 중 하나가 변형되어 전래된 것일 수 있다. 국사 시간에 발해가 일본과 교류했다는 사실은 배웠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교류가 있었는지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배웠다 발해 초기에는 20~30명 정도의 사신이 오고 갔고, 후기에는 100명 정도의 사신이 오고 갔다. 발해의 사신은 주로 지금의 일본 아키타현에 해당하는 데와와 후쿠이현에 해당하는 에치젠에 머물렀으며, 아키타성에는 발해 사신의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의 유적과 유물을 일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시도했던 일들도 자세히 알게 되었다. 조선총독부는 일본의 학자들에게 식민지 조선의 유적과 유물이 일본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조선고적도보>를 15권이나 발간하게 했다. 일본의 학자 에가미 나부오는 기마민족설과 임나일본부설을 만들어 일본의 야마토 민족이 한반도로 건너와 김해 일부를 정복하고 임나일본부를 건설했다는 거짓 주장을 했다. 이는 자신들이 다른 유럽 민족들과 구별되는 우월한 아리안족의 후손이라고 주장했던 히틀러의 나치이론을 모방한 것이며, 올바른 자세로 학문에 정진해야 할 학자가 국가와 정부시책에 협조하는 어용학자로 전락한 사례다.


저자는 고고학이 막연하게 과거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을 일깨우는 학문으로 존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치가들은 쉽게 역사를 왜곡하고, 역사학자들은 쉽게 그러한 시류에 편승한다. 역사학과 달리 고고학은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한다. 고고학은 과거의 사람들이 남긴 유물과 유적을 통해 과거에 진짜로 있었던 일을 밝히고 사실과 거짓을 구별해낸다. 고고학은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기 위한 여러가지 증거를 제시할 수 있다. 실제로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도굴한 유물 또는 유적을 '재발굴'하는 과정을 통해 바로잡은 역사적 진실이 여럿 있다. 우리가 고고학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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