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신의 인문학
이상철 지음 / 돌베개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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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다 물신이 더 강력한 힘을 지닌 이 나라에서 종교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상철의 <죽은 신의 인문학>은 신학과 인문학을 결합해 최근 한국 사회에서 문제가 된 이슈들을 분석하고 한국 기독교의 바람직한 미래를 제안하는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파트로 구성된다. 제1부 '파국의 윤리'에선 인문정신의 의미와 윤리의 역할을 모색한다. 제2부 '신 없는 신학'에선 신이 사라진 시대에서 신에 대해 말하는 것의 의미를 고찰한다. 제3부 '비판과 성찰, 고백과 애도'에서는 인문학 열풍, 서대문 옥바라지 골목 철거, 강남역 살인 사건, 자살, 세월호, 동성애 혐오 등 최근 한국 사회를 들끓게 만든 이슈들에 관해 저자 나름의 관점으로 분석한다.


이 책에서 흥미로웠던 부분은 단연 제3부다. 저자에 따르면 2016년 5월 강남역 인근 상가 화장실에서 발생한 여성 피살 사건의 범인은 목회를 꿈꾸던 신학생이었고 자퇴 후 교회에서 일한 전적이 있다. 저자의 생각에는 그가 교회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을 것이며, 한국 교회가 (한국 사회의 여느 단체 또는 조직과 마찬가지로) 오랜 시간 동안 아무런 반성 없이 여성차별 및 혐오를 자행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한국 교회가 그러한 여성 혐오 범죄자를 키워낸 '인큐베이터' 역할을 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297쪽 참고)


저자는 여성 혐오, 동성애 혐오, 가난 혐오 등 소수자 혐오로 점철된 한국 교회의 미래가 암울할 것으로 진단한다. 어쩌면 지금처럼 "자본의 법칙만이 유일한 정언명법이 되어버린 21세기 세상"에서 다수의 논리와 자본의 법칙만을 설파하는 한국 교회를 따르는 이들은 진정한 의미의 신자가 아니고, 그러한 논리와 법칙을 의심하고 거부할 용기를 지닌 무신론자들의 믿음이야말로 바람직하지 않은가 성찰한다. 이러한 성찰은 저자만 한 것이 아니라 "오늘날에는 오직 무신론자들만이 기도를 할 것"이라고 말한 지젝이나, "신은 죽었다"라고 말한 그 옛날 니체의 사상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저자는 끝으로 우리의 적은 외부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 있으며, 나의 탐욕을 직시하고 비난의 화살을 나 자신에게 돌릴 수 있을 때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고 적었다. 종교(기독교)에 관한 책이지만 인문학의 비중이 작지 않고 사회 문제에 관한 내용도 많다. 쉬운 책은 아니지만 어렵다고 외면할 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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