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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
김연희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20/0107/pimg_7796361642409348.jpg)
"그 사람 참 감정적이야."라고 하면 어떤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는가. 사소한 일에 화를 벌컥 내는 사람. 약간의 핀잔에도 금방 눈물을 보이는 사람. 쉽게 흥분하고 쉽게 우울해하는, 감정 기복이 큰 사람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다. 대체로 이런 사람들은 조직이나 사회에서 환영받는 존재가 아닌 경우가 많고, 스스로도 그런 성격을 고치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렇다고 감정을 아예 없애는 건 안 될 일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김연희의 책 <감정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나에게>를 읽고 든 생각이다.
우리는 흔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고만으로 인생의 중요한 판단과 결정들을 내린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쌓인 감정이라는 데이터를 이용해 나에게 이로운 일과 해로운 일, 이로운 사람과 해로운 사람을 구분하고 가려낸다. 그러므로 감정을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배제하거나 차단해선 안 된다. 오히려 자신이 평소에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예민하게 관찰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고 어떤 것을 싫어하는지 세밀하게 느끼고 분별해내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다.
책에는 감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부정적인 감정을 바르게 이해하고, 마음속을 어지럽히는 다양한 감정들을 여유 있게 소화하는 방법이 자세히 나온다. 많은 사람들이 슬픔, 분노, 불안, 시기심과 질투, 열등감, 외로움 같은 감정들에 부정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무조건 피하거나 지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들은 사실 긍정적인 면 또한 내포하고 있다. 슬픔은 누구와 이별하거나 무엇을 상실했을 때 애도, 회한 등을 느끼는 감정을 일컫는다. 슬픔을 통해 인간은 한층 더 성숙해지고 어른이 되어간다. 분노 역시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느껴야 하는 감정이다. 마땅히 화내야 하는 상황인데 화내지 못했을 때 사람은 '화병'에 걸리게 되고 이는 신체상의 통증으로 나타난다.
마음을 어지럽히는 다양한 감정들을 건강하고 여유롭게 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자기주장 훈련'을 제안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어떤 감정이나 생각이 떠올랐을 때 "나는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말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서 서운하다면 "너는 어떻게 된 애가 약속 직전에 펑크를 내?"라고 비난하는 대신 그냥 "나는 네가 약속을 취소해서 서운해."라고 말한다. 애인이 항상 자기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자고 해서 화가 난다면 "너는 맨날 네가 먹고 싶은 음식만 먹자고 하더라?"라고 비난하는 대신 그냥 "이번에는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었으면 좋겠어.", "나는 김치찌개 먹고 싶어." 이런 식으로 내 감정, 내 생각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건강한 몸에 건강에 정신이 깃든다는 말도 있듯이, 마음이 편하려면 우선 몸이 편해야 한다. 저자는 매일 충분한 수면을 취하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고, 마음챙김 명상을 하라고 조언한다. 한국 사회는 개인의 감정이나 생각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감정이나 생각을 편안하게 털어놓지 못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 자신의 감정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 마음의 병이 몸의 병으로 전이되어 두통, 속쓰림, 어지러움, 가슴 답답함 등의 증세로 나타나기도 한다. 혹시 이런 증세가 있다면 마음이 괜찮은 지부터 확인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