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 만화로 떠나는 벨에포크 시대 세계 근대사 여행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3
신일용 지음 / 밥북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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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의 세계사를 그린 만화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가 마침내 3권으로 완간되었다. 이번 3권에선 총 5개의 토픽을 다룬다. 첫 번째는 의화단사건이다. 의화단 사건은 청나라 말기에 의화단을 중심으로 일어난 외세 배격 운동이다. 마침내 의화단이 황제가 있는 북경에 들어오자 영국, 프랑스 등 8개국 연합군이 맞섰고 결국 의화단이 패배했다. 저자는 이를 외세로부터 자국민을 지키지 못한 국가를 대신해 외세에 맞서 싸운 청나라 최후의 민중 봉기라고 평한다. 이후 청나라는 급속히 쇠락해 영화 <마지막 황제>로 잘 알려진 푸이를 끝으로 멸망한다.


두 번째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이다. 두 사건 모두 한국의 근현대사 교과서에도 자세히 나오는 사건이라서 친숙하면서도 의외로 신선했다. 사건의 경과만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사건 전후의 자세한 이야기나 비화 등도 상세하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청일 전쟁의 결과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된 건 알았지만, 시모노세키 조약 체결 당시 청나라 대표 이홍장이 일본인에게 암살자에게 공격을 당한 건 몰랐다. 저자는 이홍장이 협상의 달인이었다면 이 사건을 핑계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청일전쟁 직후 본격화된 일본의 군국주의화를 늦추는 결과를 가져왔을 수도 있었을 거라고 분석한다.


세 번째는 피카소다. 19세기 후반부터 인상파를 비롯해 새로운 화풍을 시도하는 화가들이 대거 출현했다. 그중에서도 피카소의 등장은 단연 돋보였다. 1900년 초, 피카소는 고향인 스페인을 떠나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트르로 입성했다. 젊고 건강하지만 가난하고 일이 없던 피카소는 이 시기 무척 슬프고 우울한 날들을 보냈다. 이른바 '피카소의 청색시대'로 불리는 시기가 바로 이때다. 이후 숱한 여인들과 사귀고 헤어지는 '장미시대'가 이어졌고, 피카소를 불세출의 화가로 만든 큐비즘을 창조했으며, 젊고 가난했던 피카소도 점점 나이가 들고 부가 쌓이고 유명해졌다.


네 번째와 다섯 번째는 아름다운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1차 세계대전의 발발과 러시아 차르 왕조의 몰락이다. 저자가 <아름다운 시대, 라 벨르 에뽀끄> 시리즈를 프랑스 부르봉 왕조의 몰락으로 시작해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멸망으로 마무리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왕조 시대가 끝나고 민주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도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난 것도, 결국 인간의 머릿속에서 태어난 생각에서 비롯된 일이다. 다행히 우리는 평화로운 시대에 태어나 전쟁의 공포를 크게 느끼며 살고 있지 않지만, 한순간 사람들이 생각을 달리하고 그런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면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아름다운 시대'는 역사 속 어딘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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