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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지난해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양준일의 에세이집이다. TV를 안 봐서 양준일이 누구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 양준일 편'을 듣고 매력에 푹 빠졌다. 책도 읽고 유튜브도 구독했다는 ㅎㅎㅎ
책에는 양준일의 사진이 절반, 글이 절반쯤 실려 있다. 글밥이 많지 않은데 강하다. 글쓴이이자 글의 주인공인 양준일이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워낙 기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준일은 1969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9년에 미국 LA로 이주했다.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존 트라볼타, 마이클 잭슨 같은 이들을 동경해 춤을 배웠고, 학교 댄스팀 대표로 뽑혀서 두 번이나 대회에서 1위를 했다. 그러다 한국 배우 오순택과 인연이 닿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 1990년에 1집을 발매하고 2년 후 2집을 냈다. 3집을 준비할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음반을 낼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생계를 위해 옷 장사, 영어 학원 강사, 음식점 서빙, 청소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자신만만하고 재능까지 있었던 청년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 때,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약 부모님의 뜻대로 대학에 진학했다면, 남들처럼 평범한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지금보다 덜 고생시켰을 거라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을지도 알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양준일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꿈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분투한 그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다행인 것은, 그가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조차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봐 준 팬들을 소중히 여겨 꾸준히 연락을 했기에 <슈가맨 3> 출연이라는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고, 철학과 영적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공부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인생을 이해하려 노력한 덕분에 그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가닿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maybe'는 그가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아하게 된 단어다. 힘든 나날을 보내며 현실에 무릎 꿇기도 했지만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고. 가수 양준일, 인간 양준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들 고난을 피할 수 있기를, 자유로울 수 있기를, 진실한 사랑을 하기를,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그 의미를 모른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29쪽)
"가서 배워라. 너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게. 그러고 나서 더 배워라. 네가 남을 무시하지 않게." (113쪽)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헤엄치고, 방향을 잡고, 속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도 속도도 조절이 안 되는 방주에 몸을 싣고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매일 연습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불안해하고 남을 탓하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171쪽)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가 아닌 행복을 잡으려는 사람에겐 오히려 불행이 더 많이 잡힌다.
행복을 잡기 전에 불행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불행을 놓으면 평화가 먼저 온다." (24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