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카엘라 4 : 긴급! 친구 실종 미스터리 - 제1회 No.1 마시멜로 픽션 대상 수상작 마시멜로 픽션
박에스더 지음, 이경희 그림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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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카엘라> 시리즈는 1권이 출간되었을 때부터 꾸준히 읽고 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좋은 점이 눈에 띄게 늘어나서 매번 기대하게 되는데, 이번 4권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줄거리도 메시지도 마음에 쏙 든다.


미카엘라의 단짝 친구인 카밀라는 브링턴 아카데미의 도서부 부장이다. 브링턴 아카데미 도서부에는 대대로 부장에게 전해져 내려오는 전설 같은 책이 있다. 그것은 <전설 대백과>라는 이름의 책으로, 매년 부장으로 뽑힌 학생은 목차에 적힌 제목을 보고 거기에 맞는 전설을 채집해 대백과에 하나씩 기록할 의무를 진다. 카밀라 역시 <전설 대백과>를 물려받았고, 이제 마지막 페이지의 완성을 앞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미카엘라는 해괴망측한 소문을 듣는다. 밤마다 브링턴 아카데미에 마녀가 나타나 자신과 마주친 사람의 영혼을 빼앗아 가 버린다는 것이다. 때마침 카밀라가 실종되고, 카밀라가 <전설 대백과>를 집필하기 위해 밤늦게까지 브링턴 아카데미에 남았다는 것을 아는 미카엘라는 직접 카밀라를 찾으러 나선다. 브링턴 아카데미의 회장 신시아와 유진 선배, 원예 전문가 리도 함께다.


우여곡절 끝에 미카엘라는 카밀라를 데려간 마녀의 정체를 알게 된다. 거기에는 옳은 일을 하고많은 사람들을 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이름을 남기기는커녕 저주로 기억된 불쌍한 영웅의 이야기가 있다.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자라는 청소년들이 부럽다. 더 많은 청소년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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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를 넘어
커스티 애플바움 지음, 김아림 옮김 / 리듬문고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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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에서나 학교에서나 직장에서나 말 잘 듣고 고분고분한 사람을 좋아하지, 말 안 듣고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은 싫어한다. 하지만 내심 알고 있지 않은가. 세상을 바꾼 사람들, 사회를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든 사람들은 대체로 남의 말 안 듣고 튀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었다는 사실을. 넘어가지 말라는 경계를 굳이 넘어간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영국 작가 커스티 애플바움의 소설 <경계를 넘어>가 다루는 주제도 바로 이것이다. 수십 년째 '조용한 전쟁'이 벌어지는 나라가 있다. 이 나라에는 각 집안의 모든 첫째들이 열네 살이 되면 전쟁에 참가하기 위해 마을을 떠나야 하는 규칙이 있다. 이 때문에 각 집안의 첫째 아닌 존재들은 크고 작은 차별을 겪는다. 첫째들은 하지 않아도 되는 집안일을 거들어야 하고, 아무리 열심히 방학 숙제를 해도 상을 타는 건 전부 첫째들이다.


주인공 '매기' 역시 둘째라는 이유로 적지 않은 차별을 받는다. 매기는 부모님이 첫째인 오빠만 챙기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똑같이 숙제를 해도 오빠만 칭찬받고, 똑같이 잘못을 해도 자기만 혼나는 상황이 견디기 힘들다. 그러던 어느 날, 매기는 어른들이 절대 가지 말라고 했던 경계 주변에서 방랑자 아이 '우나'를 만난다. 매기는 우나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른들이 그동안 알려주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어른들은 매기가 둘째라는 이유로 매기의 말을 듣는 척도 안 한다. 매기는 결국 어른들이 넘지 말라는 경계를 넘는다.


매기가 경계를 넘은 건 아주 사소한 이유 때문이었다. 둘째들은 멍청하고 거짓말만 한다는 어른들의 말이 틀리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고, 매기의 말을 진지하게 들어주는 유일한 친구인 우나와 더 가까워지고 싶었다. 그 대가로 마을 어른들에게 혼이 나고 우나가 위험에 처하는 불상사를 겪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매기는 자신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구해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남들의 말이나 생각을 무턱대고 믿는 게 얼마나 위험한지 다시 한번 깨달았다. 오랫동안 진리라고 믿어온 것들도 진짜 맞는지 틀린지 확인해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위험을 감수하고 경계를 넘으려 하는 사람들을 더욱 지지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내가 경계를 넘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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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겨울
아들린 디외도네 지음, 박경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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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지고 싶은 사람은 많지만 어려지고 싶은 사람도 많을지는 의문이다. 더욱이 여자라면, 어린 데다가 여성이라는 이중고를 짊어져야 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물론 예외도 있을 것이다).


벨기에의 작가 아들린 드외도네의 소설 <여름의 겨울>은 지극히 현실적인 한 여성의 성장담을 그린다. 주인공 '나'는 폭력적인 성향의 아버지와 순종적인 성향의 어머니 슬하에 태어났다. 하나뿐인 남동생 '질'을 끔찍이 아꼈고 질 또한 누나인 '나'의 말을 잘 들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질은 나를 피하고 아버지하고만 어울린다. 사냥을 즐기는 아버지가 질을 데리고 다니면서 여자는 남자보다 열등하고 아무리 누나라도 여자한테는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잘못된 생각을 주입한 까닭이다.


아버지의 폭력과 어머니의 방관, 남동생의 무시 속에서 버티듯이 살아가던 '나'는 우연히 생각지도 못한 좋은 기회를 얻는다. 학교 선생님의 소개로 같은 마을에 사는 물리학 교수에게 일주일에 한 번씩 특별 과외를 받게 된 것이다. 똑똑한 여자를 혐오하는 아버지가 알면 경을 칠 게 뻔하므로 '나'는 스스로 돈을 벌어서 과외비를 내기로 한다. 그래서 동네 아이들을 돌보는 베이비 시터 일을 시작하고, 일을 하면서 첫사랑을 만나고 아이에서 여자가 된다.


'나'의 아버지는, 얼마 전에 읽은 타라 웨스트오버의 자전적 에세이 <배움의 발견>에 나오는 아버지만큼이나 끔찍한 인물이다. 아내가 만든 음식이 입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식들 앞에서 아내를 구타하고, 심지어는 아내가 좋아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내가 기르던 동물을 총살한다. 같은 자식인데도 아들과 딸을 차별하고, 딸에게는 돈 한 푼 쓰는 것조차 아까워한다. 딸을 사냥터에 데려가서는 친구들과 그의 자식들 앞에 사냥감으로 내놓는다. 도망치다 넘어진 딸을 가여워하기는커녕 조롱하고 비웃는다.


'나'의 비극은 겉으로 보기에 불행한 조건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부모가 살아있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지 않으며, 학교 성적도 우수하고 인간관계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 부모가 가정폭력과 방임을 일삼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것도 아닌데 딸이라는 이유로 지원하지 않는데 겉보기에 멀쩡해서 누구의 관심도 끌지 못한다면 그 여자아이의 삶은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소설의 원제가 "진짜 삶(La vraie vie)"이고 그것을 부정하기 힘들다는 사실이 너무나 가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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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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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읽는 마이클 부스의 신간이 나왔다. 제목은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미국 작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에세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패러디한 제목으로 보인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를 책으로도 읽고 영화로도 본 사람으로서 장담하건대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가 훨씬 웃기고 현실적이다.


중년의 저자는 언제부터인가 깊은 우울감을 느꼈다. 남들 눈에는 성공한 작가이자 음식 저널리스트로 보일지 몰라도, 저자 자신은 작가로서 그다지 성공했다고 느끼지 못하는 데다가 경기 악화의 여파로 수입이 크게 줄어들어 힘든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아내가 초등학생인 두 아들까지 데리고 인도로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아내 딴에는 남편이 열악한 환경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배부른 소리 그만하고 열심히 살아야겠다'라고 마음을 고쳐먹을 거라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저자의 머릿속에는 그저 좋아하는 카레를 배불리 먹고 그동안 맛보지 못한 인도의 향토 음식을 체험할 생각뿐이었다. 동상이몽을 품고 있던 부부는 결국 여행 도중에 크게 싸우고, 참다못한 아내가 '극단의 조치'를 취한다. 저자를 인도의 한 유명한 요가 선원에 집어넣은 것이다.


이 책의 전반부는 저자가 인도 곳곳을 누비며 먹고 마시는 이야기로 채워지고, 후반부는 아내 손에 이끌려 요가 선원에 들어간 저자가 요가를 배우는 이야기로 채워진다. 전반부도 재미있지만 후반부가 훨씬 흥미로운데, 그동안 요가는커녕 가벼운 운동조차 하지 싫어했던 저자가 요가의 매력에 조금씩 눈 떠가는 과정이 신기했기 때문이다.


처음에 저자는 간단한 요가 동작도 제대로 못하고 명상할 때도 잠들기 일쑤였다. 하지만 요가를 배우면서 엄청났던 식욕이 놀라울 정도로 줄어든 것을 깨닫고(하루에 네다섯 끼 먹었던 사람이 요거트만 먹고도 하루를 버틴다), 몸에 쌓여 있던 노폐물이 피부 바깥으로 배출되는 것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다(요가를 시작한 지 며칠 만에 얼굴과 몸에 뾰루지가 엄청 많이 났다고 한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왔던 우울감과 무기력감, 짜증, 분노 같은 감정도 거짓말처럼 가라앉았다. 배 빵빵한 중년의 아저씨한테도 이 정도로 극적인 효과가 있다면 나한테는 어떨까. 다음 주부터라도 요가를 시작해볼까.


음식 애호가인 저자는 처음 인도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이 책이 자신의 주특기인 식도락 여행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나도 이 책이 흔하디 흔한 음식 에세이일 줄 알았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요가를 만나 몸과 마음이 가벼워지는 체험을 했고, 그 과정과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이 책을 읽고 인도 음식과 요가에 호기심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멋진 이야기를 들려준 저자의 다음 책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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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일 MAYBE - 너와 나의 암호말
양준일.아이스크림 지음 / 모비딕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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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3>에 출연해 일약 스타덤에 오른 양준일의 에세이집이다. TV를 안 봐서 양준일이 누구인지 잘 몰랐는데, 얼마 전 예스24 팟캐스트 <책읽아웃> '오은의 옹기종기 - 양준일 편'을 듣고 매력에 푹 빠졌다. 책도 읽고 유튜브도 구독했다는 ㅎㅎㅎ


책에는 양준일의 사진이 절반, 글이 절반쯤 실려 있다. 글밥이 많지 않은데 강하다. 글쓴이이자 글의 주인공인 양준일이라는 사람의 인생 자체가 워낙 기구하기 때문일 것이다.


양준일은 1969년 베트남에서 태어나 1979년에 미국 LA로 이주했다. 사업가인 아버지 덕분에 유복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존 트라볼타, 마이클 잭슨 같은 이들을 동경해 춤을 배웠고, 학교 댄스팀 대표로 뽑혀서 두 번이나 대회에서 1위를 했다. 그러다 한국 배우 오순택과 인연이 닿아 한국에서 가수로 데뷔하게 되었다. 1990년에 1집을 발매하고 2년 후 2집을 냈다. 3집을 준비할 때 집안 사정이 어려워져 음반을 낼 수 없게 되었다. 그 후 생계를 위해 옷 장사, 영어 학원 강사, 음식점 서빙, 청소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자신만만하고 재능까지 있었던 청년이 꿈을 이루지 못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 때,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을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만약 부모님의 뜻대로 대학에 진학했다면, 남들처럼 평범한 직업을 가지길 원했다면,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지금보다 덜 고생시켰을 거라는 생각을 얼마나 자주 했을지도 알 것 같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양준일의 이야기에 공감하고 열광하는 이유는, 꿈과 현실의 간극 사이에서 분투한 그의 삶이 남의 일 같지 않아서가 아닌가 싶다.


다행인 것은, 그가 몸과 마음이 괴로울 때조차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을 단련했다는 것이다. 자신을 알아봐 준 팬들을 소중히 여겨 꾸준히 연락을 했기에 <슈가맨 3> 출연이라는 기적 같은 기회를 얻었고, 철학과 영적 지도자들의 가르침을 공부하며 마음을 다스리고 인생을 이해하려 노력한 덕분에 그를 잘 몰랐던 사람들에게까지 가닿는 말을 할 수 있었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있는 'maybe'는 그가 예전에는 좋아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좋아하게 된 단어다. 힘든 나날을 보내며 현실에 무릎 꿇기도 했지만 '아마도(maybe) 이것이 전부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삶을 받아들였다고. 가수 양준일, 인간 양준일을 더 깊이 이해하고 싶은 독자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다들 고난을 피할 수 있기를, 자유로울 수 있기를, 진실한 사랑을 하기를, 행복하기를 원하지만

그 의미를 모른다면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29쪽)


"가서 배워라. 너 자신이 무시당하지 않게. 그러고 나서 더 배워라. 네가 남을 무시하지 않게." (113쪽)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인생이란 헤엄치고, 방향을 잡고, 속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방향도 속도도 조절이 안 되는 방주에 몸을 싣고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도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매일 연습한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을 때 불안해하고 남을 탓하면 더 큰 문제를 낳을 수 있다." (171쪽)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평화를 원하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평화가 아닌 행복을 잡으려는 사람에겐 오히려 불행이 더 많이 잡힌다. 

행복을 잡기 전에 불행을 놓을 수 있어야 한다. 불행을 놓으면 평화가 먼저 온다." (2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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