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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시타 고노스케 - 오사카의 장사꾼에서 경영의 신으로
송희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4월
평점 :
이 책을 읽을지 말지 처음에 많이 망설였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아무리 많은 일본인들에게 존경받는 경영자라고 해도, 마쓰시타가 창업한 파나소닉이 창업 100년을 넘긴 지금도 여전히 글로벌 500기업에 남아있다 해도, 파나소닉이 전쟁 범죄 기업이고 조선에도 공장을 세워 부를 형성했다는 걸 알고도 제정신으로 책을 읽을 수 있을지 확신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읽기로 한 건 '적을 알아야 이길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고, 결과적으로 잘한 결정이었다.
마쓰시타의 성공은 20세기 일본의 성공이고, 마쓰시타의 실패는 20세기 일본의 실패다. 한국에는 정치나 경제 면에서 20세기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이를 치워 없애려면 마쓰시타에 대해 철저히 알아둘 필요가 있다. 좋은 점, 잘된 점은 배울 필요도 있다. 이 책은 저자가 마쓰시타와 인연이 있는 일본의 도시 - 와카야마, 오사카, 도쿄 등 - 여행하며 마쓰시타의 생애와 업적 등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마쓰시타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가 금수저 출신이 아니라 저학력, 허약체질, 가난이라는 인생의 3대 악재를 극복한 흙수저이기 때문이다.
마쓰시타는 1894년 일본 와카야마에서 가난한 집안의 막내로 태어났다. 집이 하도 가난해 소학교(초등학교)를 마치기도 전에 오사카 센바로 취직하러 떠났고, 그곳에서 빗질, 심부름을 도맡아 하는 말단 하인으로 일을 시작했다. 몇 번의 이직과 전직을 거쳐 오사카전등에 취직하며 안정적인 직장인 신분을 얻었지만, 학벌, 지연, 학력이 출세를 좌우하고 사내 정치가 횡행하는 조직 문화에 회의감을 느꼈다. 결국 마쓰시타는 사표를 내고 사업을 시작했고, 사업이 점점 잘 되어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마쓰시타가 존경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가 전형적인 재벌 경영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쓰시타는 기업이 기업가나 주주의 소유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소유라고 보았다. 기업의 이익이란 기업이 좋은 일을 한 대가로 '사회로부터 받은 감사의 사례금'이며, 그 중 일부를 세금으로 내는 것은 사회에 공헌하는 일이라고 여겼다. 마쓰시타는 노조 결성식에 참석해 축사를 할 만큼 노조에 우호적이었고, 직원들 복지에도 크게 신경썼다. 일본에서 최초로 주5일제를 실시했으며(1965년), 임금 인상 5개년 계획을 세워 실행에 옮겼다. 한국의 재벌들과 달리 가족에게 회사를 물려주지 않고 전문 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긴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저자는 마쓰시타의 경영 방식이 내포하고 있는 한계도 지적한다. 마쓰시타의 경영 모델은 20세기 제조업 시대에 적합했다. 파나소닉이 한국 전쟁과 전후 경기 호황이라는 특수에 힘입어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 사실도 부인하기 어렵다. 다만 같은 대기업이라도 한국의 대기업과 일본의 대기업이 어떻게 다른지는 꼼꼼히 봐둘 필요가 있다. 최종적으로 파나소닉은 혈족 경영을 포기했다. 기업이나 제품, 기계 설비보다 사람을 중시했다. 그래서 노조와 공생했고, 사회 공헌을 위해 노력했다. 경영자의 경영 이념과 철학을 후세에 전하는 일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런 점은 한국의 기업가들이 본받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