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우구스투스
존 윌리엄스 지음, 조영학 옮김 / 구픽 / 2016년 8월
평점 :
남들이 좋다고 추천해줘서 만났는데 막상 만나보면 별로인 사람이 있다. 그중에는 몇 번을 더 만나 봐도 여전히 별로인 사람도 있고, 만나면 만날수록 진가를 알게 되는 사람도 있다. 책으로 치면 존 윌리엄스의 <아우구스투스>는 단연 후자다.
전미도서 상을 수상했고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가 워낙 좋았기에 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으나 첫인상은 결코 좋지 않았다. 로마 제국이 배경인 역사 소설인 데다가, 일반적인 소설 형식을 띄지 않고 편지, 보고서, 일기, 회고록 등으로 많은 인물들의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전달하는 형식을 취해 줄거리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일단 줄거리를 파악하니 책장이 빠르게 넘어갔다. 다 읽고 나서는 이 작품을 놓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 옥타비아누스(훗날 아우구스투스)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조카로 로마의 귀족사회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친구들과 뛰놀며 평범한 소년 시절을 보내고 있던 그는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한다. 카이사르가 정적들에게 암살당했고, 카이사르가 유언장에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지목했으니 어서 로마로 오라는 것. 결국 그는 카이사르를 암살한 정적들이 활개를 치는 로마에 입성해 그들 눈에 거슬리지 않으며 목숨을 부지하면서도, 천천히 그러나 치밀하게 권력을 확대해 마침내 로마의 첫 번째 황제가 된다.
육십 년 전 그날 오후 아폴로니아에서 나를 사로잡은 건 운명이었네. 난 운명을 피하지 않기로 다짐했지. 하지만 세상을 바꿀 운명이라면 먼저 자신부터 변해야겠지. 그 사실을 이해한 것도 지식보다 거의 본능에 가까웠네. 운명에 복종한다? 그럼 무엇보다 자신과 타인, 심지어 나 자신이 바꾸고자 하는 세상에 무관심할 수 있어야 하네. 자신의 내면에서 단호하고 은밀한 본성을 찾거나, 없으면 만들기라도 해야 해. 물론 지금의 욕망은 물론, 개조하는 동안 발견하게 될 본성에 대해서도 눈을 감아야 할 걸세. (360쪽)
이 책에서 아우구스투스의 목소리가 직접 등장하는 것은 결말 부분에 이르러서이다. 정치적으로 최정상에 오르고 인간으로서 최후를 앞둔 그는 그의 생애가 그의 선택의 결과였다기보다는 '운명'에 의해 정해졌다고 회고한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고 그가 후계자로 지목되었을 때, 그는 그러한 부름을 거부하거나 피하지 않고 운명으로 여기고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리고 운명은 그를 카이사르를 암살한 정적들에게 복수하는 길로 이끌었고 그 보상으로 로마 제국의 황제가 되는 영광을 선사했지만, 사랑하는 여인과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내와 불화하고, 딸과 척을 지는 고통을 줬다.
인간은 운명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운명이 선사하는 명과 암은 서로 상쇄된다는 인식은 존 윌리엄스의 다른 작품인 <스토너>의 인식과도 일치한다. 스토너 또한 아우구스투스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는 성공한 편이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실패에 가깝고, 사적으로는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지고 가족과 불화하는 아픔을 겪었다. 한 사람의 일생을 통해 운명의 가혹함을 논함을 넘어, 스토너라는 일개 남성과 로마의 황제 아우구스투스를 일직선상에 놓는 것은 존 윌리엄스만이 할 수 있는 시도가 아닐지. 그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