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
이석연 편저 / 와이즈베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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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의 <책벌레와 메모광>에 보면 '독기'라는 메모법이 나온다. 상자나 통을 하나 마련해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적어서 넣어두고 이따금씩 전부 꺼내서 같은 주제끼리 갈무리하는 것이다. 


  <호모 비아토르의 독서노트>의 저자도 독기를 이용해 이 책을 쓰지 않았나 싶다. 저자는 무려 50여 년에 걸쳐 책을 읽으며 그 안에서 건져 올린 좋은 문장이나 사유의 결과를 독서노트에 꾸준히 기록했다. 책뿐만 아니라 신문기사, 여행지에서 본 표어, 유적이나 비문에 새겨진 문구, 영화 대사까지도 메모했다. 그렇게 기록하고 메모한 것을 법, 역사, 정치, 리더십, 인간관계, 글쓰기, 행복 등의 주제로 엮어낸 결과가 이 책이다. 

  

  몇 년 전 저는 <책, 인생을 사로잡다>라는 저서를 통해 자유롭게 이동하며 세계를 정복한 유목민의 삶에서 힌트를 얻어 이미 유목적 읽기(노마드 독서법) 방법과 기술을 소개한 바 있습니다.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영원히 살아남는다'라는 유목민의 정신이 바로 저의 독서편력입니다. 건너 뛰어 읽고, 장소를 달리하여 다른 책을 읽고(겹쳐 읽기), 다시 읽고(재독), 좋은 문장 베껴 쓰고 다시 쓰고 외우기 등이 바로 노마드 독서법입니다. (p.7)

 


  책 읽고 글 쓰는 사람인지라 글쓰기에 관한 글에 눈이 가장 오래 머물렀다. '작가는 해결자가 아니라 제시자여야 합니다(조정래, <황홀한 글감옥>)', '내 언어 능력의 한계가 곧 내 세계의 한계다. 생각도 지식도 어휘로 구성되기 때문에 상상력의 한계는 곧 어휘의 한계다(비트겐슈타인)', '가슴 속에 만 권의 책이 들어 있어야 그것이 흘러 넘쳐서 그림과 글씨가 된다(추사 김정희)'... 한줄 한줄이 가슴에 맺힌다.


  저자는 젊은 시절 사찰에서 22개월 간 머물며 책을 400권 이상 탐독한 바 있으며, 이후 공직자, 법조인, 시민 운동가, 작가로서 사회 활동을 하는 동안에도 수많은 주제와 장르의 책들을 읽었다고 한다. 이 책에 인용한 책들만 보아도 동서양의 고전부터 국내외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하다. 끊임없이 읽고 쓰고 행동으로 실천한 저자야말로 이 시대의 진정한 '책벌레이자 메모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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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5-12-21 0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책소개 감사합니다~^^

cyrus 2015-12-21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소장하고 있으면 글을 쓸 때 필요한 인용문을 쉽게 고를 수 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