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풀 컴퍼니>를 리뷰해주세요.
디자인 풀 컴퍼니 - 경영을 디자인하다!
마티 뉴마이어 지음, 박선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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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기저기서 디자인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는다. 서울을 세계적인 디자인 수도로 만든다는 말도 있다. 이 같은 행보는 이제 사회적으로 기능을 중시하는 근대적인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정서적인 만족, 그리고 주변 환경과의 친화를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러한 추세는 경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가령, 한 입 베어 문 사과 모양의 상큼한 로고와 매킨토시 컴퓨터의 깜찍한 모니터, 심플하고 세련된 아이팟의 디자인을 빼고 애플의 성공을 논할 수 있을까? (에이, 설마...)


마티 뉴마이어가 쓴 <디자인풀 컴퍼니>의 메시지는 자못 도전적이다. 책의 메시지는 대강 이렇다. 식스 시그마에 기초한 전통적인 경영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기업은 끊임 없이 혁신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디자인'적 마인드를 도입해야 한다. 분명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우유만 해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몇 개 회사의 제품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회사, 브랜드는 물론, 효능과 원산지, 가격까지,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자사의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는 요소는 오로지 디자인,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을 받을 수 있는 방법 역시 혁신적인 디.자.인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상황에 따라 디자인적 사고를 활용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디자인적 사고에 특히 적합하다. 이들은 다음과 같은 경향이 있다. 1) 공감을 잘하고, 2) 직관적이고, 3) 상상력이 풍부하고, 4) 이상주의적이다. 불행히도 전통 기업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특성들은 물러터지고, 비논리적이고, 산만하고, 고집이 센 것으로 해석된다. (p.47)  
   

경영학에 문외한인 내게도 납득이 되었을 정도이니, 이러한 메시지가 너무 뜬구름 잡는 말처럼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의 메인 타겟은 경영자 또는 기업에 재직 중인 독자들이지만, '상황을 개선하려고 하는 사람은 누구나 디자이너이다(p.47)'라는 말처럼 무엇에 관심이 있고 어느 분야에 종사하든 간에 적용할 수 있는 범위는 무한하다. 또한 책에는 디자인을 경영에 도입할 수 있는 방법과 예시들이 풍부하게 실려 있다. 구성도 간결하고, 삽입된 이미지 역시 내용의 핵심을 잘 표현하고 세련된 것들이라서 좋았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되레 '디자인이란 무엇인가'하는 원론적인 고민에 빠졌다.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비록 개똥철학 수준인 내가 보기에는)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디자인이 단순히 제품에 미적인 요소를 더하는 것이라면, 그것은 공예적인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디자인은 시각적인 효과뿐 아니라 청각, 촉각 등 다른 오감과 정신적인 만족까지 아우를 수 있다. 좋은 디자인은 보는 이로 하여금 그저 '아름답다', '세련됐다'는 감탄을 하게 만드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아이팟의 디자인은 보기에 아름답기도 하지만, 기업의 아이덴티티도 담겨 있고, 소비자들의 다양한 니즈를 만족시켜줄 수도 있다. 스타벅스의 디자인 -로고와 상품, 인테리어, 시스템 등- 은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하고 커피를 마시는 행위의 패러다임까지 바꿨다. 왜 이 책은 디자인과 경영의 결합이라는 좋은 화두를 제시했으면서, 정작 핵심은 찌르지 못하고 겉만 핥았을까? 보다 심도있고 디테일한 내용을 전달했더라면 더욱 의미있는 책이 되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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