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 너와 : 상
Ruu1mm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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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꿉친구 사이인 슈헤이와 토모야는 작년 겨울부터 한 집에서 살고 있다. 부모님을 대신해 토모야를 돌봐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혼자가 된 슈헤이에게 토모야가 자신의 집에서 같이 살자고 제안하면서 두 사람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각자 자신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밤에는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 안온하고 즐거운 생활이 계속되기를 바랐지만, 어느 날 갑자기 도쿄에서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좀비 떼가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생활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언제 어디서 좀비에게 물릴지 모르는 위험한 상황인데, 슈헤이는 남몰래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그것은 중학교 졸업식날 토모야가 슈헤이가 한 어떤 말 때문이다. 고교 진학을 계기로 헤어지게 된 슈헤이에게 토모야는 이런 말을 했다. "슈헤이에게 앞으로 소중한 사람이 생기더라도 약속해줄래? 나를 먹어주겠다고." 그 말에 무심히 "응."이라고 대답했던 슈헤이는, 실제로 도시에 좀비 떼가 출현해 토모야가 언제 어디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자 진지하게 고민에 빠진다. 그때 토모야는 왜 그런 말을 한 걸까. 정말로 그런 상황이 되면 나는 토모야를 먹어야 할까. 먹을 수 있을까.


Ruu1mm의 <종말, 너와>는 기묘하면서도 야릇한 매력이 있는 만화다. 종말 직전의 세계에 남은 서로 사랑하는 두 사람이라는 설정은 <최종병기 그녀>를 떠올리게 했고, 사랑하는 사람이 죽은 후에 그 사람을 먹는다는 설정은 최진영 작가의 소설 <구의 증명>을 떠올리게 했다. '먹는다'는 행위가 중요하게 다뤄지는 만화인 만큼 남을 위해 음식을 만드는 행위, 남이 만들어준 음식을 먹는 행위, 다른 동물의 살을 먹는 육식 등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남긴다. 좀비 떼가 출현한 세상에 대한 묘사는 팬데믹 시기의 세상과 비슷해서 새삼 그동안 우리가 어떤 시간을 보내온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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