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다 풍월당 오페라 총서
베르디 작곡, 이기철 옮김, 오귀스트 마리에트 원작, 박종호 해설 / 풍월당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이다 공연물은 한편인가 봤는데 재미가 없어서, 왜 나는 재미가 없을까 하는 오기가 생겨서 사서 읽었다. 고클에 올라온 대역본은 영문본과 대조해보니 좀 이상해서 제대로 된 번역이 읽고 싶었다. 박종호의 해설 파트는 ˝불멸의 오페라˝와 형식은 같지만 내용은 많이 다르다. 감상포인트를 알려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정책의 배신 - 좌파 기득권 수호에 매몰된 대한민국 경제 사회 정책의 비밀
윤희숙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좋은 책이다. '조국흑서'의 경제편이라고 해도 될 만큼(물론 그보다 훨씬 먼저 나온 책).

 

정통 경제학자의 시각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을 강의 형식을 빌어 조목조목 비판했다. 지금 정부의 '퍼주기식 정책'이 문제가 있다고 막연하게는 생각했는데, 그것에 대한 논리와 근거들을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1부는 각론으로 정부의 대표적 6개 정책의 문제점을 들춘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국민연금, 정년연장, 신산업정책이 그것이다. 가장 깔 게 많은 부동산정책은 그것이 4월 총선 이후 시행되었으므로 여기서는 빠져있는데, 저자가 국회의원 당선 후 5분 연설을 통해 비판해서 화제가 된 바 있다. 6개 정책을 비판하는 데 관통하는 키워드는 '기득권', '강성노조', '정부역할의 부재'를 들 수 있다. 정책별 비판의 포인트는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인 내용은 '정부가 강성노조와 결탁하여 그들이 주창하는, 그들의 기득권을 묵인하는 정책에 동조함으로써 경제에 부담이 되고, 나아가 미래세대의 일자리 및 소득을 제한하고 부담은 늘려준다'는 것이다. 2016년 촛불은 강성노조들의 항쟁으로부터 시작되었고, 그로 인해 성립한 정권의 태생적 한계이리라. 갚아야 할 빚이 많은 것이다.

 

2부는 일종의 일반론으로, 복지와 분배 및 재정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이 파트는 코로나19와 관련하여 시사점이 많다. 첫째, 코로나 이후 거론되는 기본소득을 다루고 있는데, 기본소득의 기원, 지금 정치권 일각에서 주장하는 기본소득과 유럽이 실험중이라고 소개되는 기본소득의 차이점을 보여준다. 둘째, 모 유력정치인이 주장하는 우리나라 재정건전성 지표 중 하나인 '국채비율 40%'가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 논증하고 있다. 일례로, 새정치민주연합의 문재인 대표는 2016년 "재정건전성을 지키는 마지노선인 40%가 깨졌다'고 했다가도, 2019년 재정전략 회의에서 확장재정을 주문하면서 국채비율 40% 마지노선의 근거를 물었다는 얘기들 들려준다. 뭔지 모른다는 거다.

 

이 책의 매력은 논리적으로 명쾌하다는 점이다. 또, '좌빨', '중국', '베네수엘라' 같은 선동적 언어를 사용하지 않고 차분하게 깐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한 도시, 한 나라의 수장이라면 이 정도 지적 배경이 필요하다고 본다. 이제는 나올 때가 되었다.

 

한계도 존재한다. 첫째, 철저히 노사 간 대립 구도로, 오직 노조와 이를 묵인하는 정부만이 문제라고 본다. 기업의 사회적·경제적 약자들에 대한 책임에 대하여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둘째, 대안이 조금 부족하다. 까는 건 누구든 다 한다. '정부가 왜 노조편을 들어, 국민편을 들어야지'. 맞는 말이긴 한데, 저 거대한 강성노조 또는 기득권과의 갈등을 어떻게 풀것이냐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있을 뿐 액션플랜은 서구의 사례를 소개하는 데 그친다. 학자의 한계랄까.

 

셋째, 가장 조심하여야 할 부분은, 이승만에게 후한 점수를 준 점. 이영훈 류의 소프트 버전이 아닌지 의심된다. 저자는 1950년대 초 토지개혁을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하여, 이후 우리나라에서 분배가 건강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꼽고 있다. 이를 뒷받침하는 별다른 근거나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디테일은 잘 모르지만 이승만식 토지개혁에 대해서 역사학계는 다른 해석을 내려놓은 것으로 안다. 독자들이 향후 독서를 통해서 각자 판단할 일이고, 이 책을 가시를 발라내듯 읽어야 하는 이유다.

 

이제 이 내용들을 반박하는 책이나 텍스트가 나오길 바란다. '토착왜구', '본질은 검찰개혁' 이런 거 말고 제대로 된.

우리나라는 지금 전환기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환이 요구되는데도 힘껏 버티는 전환 저항기라 할 수 있습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오래전에 합리성을 잃어버린 각종 규칙들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그것을 유지시킴으로써 이득을 보는 세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바로 그런 이유에서 누구를 희생시켜 누구의 이해를 추구하는지를 덮는 논리도 잘 개발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르디 : 리골레토 [한글 자막] -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오페라하우스 명연시리즈 박종호와 함께하는 유럽오페라하우스 명연시리즈 19
베르디 (Giuseppe Verdi) 감독, 알바레즈 (Marcelo Alvarez) 외 / 아울로스 (Aulos Media)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리골레토 무대연출이 내가 본 것 중에서는 독특하고도 좋은 편이다. 두 알바레스를 비롯한 배역진들의 열창도 마음에 든다. '여자의 마음' 부분에서 알바레스의 음색은 살짝 파바로티를 떠올리게 하기도. 최애하는 3막의 4중창과 3중창 역시 최고다.

 

내 시선을 사로잡은 건, 마달레나의 심경 변화를 묘사한 부분. 공작이 마달레나를 희롱하면서 유혹하고 마달레나는 튕기는데, 막상 죽이려고 하니 너무 좋은 남자이니 살려주자고 하는 장면은 너무 드라마틱한 변화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늘 생각했다. 사실 위고의 원작 희곡도 그렇게만 되어 있다. 이 공연은 그 과정을 인상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글자막은 '박종호와...' 시리즈 중 많이 떨어지는 편. 번역 자체가 뭔가 이상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빌리아의 이발사(취리히)(dts/IL BARBIERE DI SIVIGLIA) /ABCD004 아인스(태원) 정품클래식 기획특가 할인전 16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4년 5월
평점 :
품절


세비야의 이발사는 처음

 

이 유명한 오페라 부파를 왜 이제서야 봤는지는 나도 모르겠으나, '로시니는 너무 가벼워'라는 편견이 있는 것 같다. 실제로 보니 굉장히 우스꽝스럽고, 당대에, 그리고 지금까지도 인기가 많을 것 같긴 하다. 우선 모차르트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것 같다. 경쾌한 오케스트라는 '피가로의 결혼'을, 따발총 레치타티보는 '돈 조반니'를 떠올리게 한다. 코믹한 줄거리는 모차르트 X 다 폰테 그 자체이다.

 

이 공연은 무대연출이 상당히 독특하다. 4등분할 된 원형의 무대가 빙빙 돌면서 진행된다. 각각의 무대는 부채꼴 모양이다. 굉장히 아기자기하고 인상적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또 어떠한가. 노래도 아름답고 좋지만 배우들이 얼마나 웃긴지 코미디 프로를 보는 것 같다. 엄청난 대사(노래가사)는, 이 배역들이 로시니 전속배우여야 가능하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실제로 여기 출연진들은 모두 내가 처음 들어본 사람들이다.

 

이렇게 재미있을 수밖에 없는 요소들로 가득함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을 보는데 상당한 인내가 요구되었다. '피가로의 결혼'을 볼 때와 꼭 같다. 2015년 잘츠부르크 공연은 부분부분 재미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왠지 지루하게만 느껴졌다. 어쩌면 보마르셰의 원작 희곡 자체가 내 스타일이 아닐지도. 공부 좀 하고 다시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뉴노멀 시대에는 발상을 뛰어넘는 새로운 연출이 필요하다.

오페라의 본고장이자 유럽 코로나의 종주국 이탈리아에서 마침내 한가지 솔루션을 제안한다.

 

일주일 전 유투브에 올라온, 2020년 10월 18일의 공연, 따끈따끈한 동영상이다.

오랜 휴관을 깨고 공개된 프로덕션인데, 그 동안 놀지만은 않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했나보다.

 

 

무대 위치부터 기존 관행을 깼다. 거리두기가 필요한 시대, 빽빽한 플로어 객석은 거리두기를 하는 대신 아예 없애버리고 그 자리를 배우들이 오가는 무대로 만들었다. 오케스트라는 무대로 젖혀버리고(그래서 관객의 시야에서 사라지고), 객석은 (거리두기가 가능한) 발코니만 개방했는데, 무대를 중심으로 말발굽형으로 빙 둘러싸 있다. 플로어 객석을 모두 무대로 쓰다보니 배우들의 활동공간이 넓어지고, 등장인물 간 자연스레 거리두기가 된다.

 

(사진에 잘 안 나오는데, 관객들은 마스크를 쓰고 있다.)

 

 

공연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대부분 위에 설치되어 있고, 플로어에 설치된 카메라도 있는 것 같으나 적다. 관객은 위에서 둥그런 무대를 오가는 배우들을 보게 되는데, 위치에 따라 아리아를 부를 때 등이 보이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음향은 아직 이런 환경변화에 대비를 못해서인지 깨끗하지 않고 노래가 울리고 약간의 고음으로 올라가면 잡음도 들렸다(밤에 TV 관람 기준).

 

기본 설정 뿐 아니라, 배우들의 연기 역시 방역 지침을 엄격히 준수한다. 비올레타와 알프레도 사이에는 대서양도 들어갈 만하다. 둘이 가장 가까운 장면이 알프레도가 뒤에서 숄을 잡아 끄는 것. 두 사람의 플라토닉 러브가 애틋하다.

 

(동료 시민에게 비말을 튀기는 연기는 과태료 10만원)

 

이 영상은 이외에도 내가 기존에 본 영상물들과 다른 점이 몇개 있는데, 위에서 잡은 장면이 많아 발코니뷰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다는 것, 편집을 최소화해서 막 간 정리장면까지 가감없이 보여줘(그래서 러닝타임이 3시간 가까이 된다) 유럽 공연장의 실제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는 점, 1막과 2막 사이에는 두 주연배우와 지휘자, 연출가의 인터뷰를 수록해서 DVD-BD의 부클릿이 없더라도 공연의 내막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스트리밍 서비스의 시대이다. 디스크라는 물리적 제한이 사라지므로 이런 러닝타임-용량에 구애받지 않고 영상 하나만으로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작품으로 옮기면, 앞서 언급한 대로 음향이 울리다보니 음악 파트에 대해서는 뭐라 말을 못 하겠다. 비올레타 역의 마리아 Mudryak(발음 모름)은 카자흐스탄 출신의 94년생 소프라노. 불과 26세의 나이에 이런 큰 무대에서 주연을 꿰찼다는 점에서 (그리고 미모에서) 앞날이 기대된다. 비교대상으로, 게오르규는 29세, 네트렙코는 33세였다. 성악적으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나이를 감안하면 훌륭했다.

 

(1막의 카발레타가 너무 좋다)

 

테너는 준수하고, 바리톤의 무게감이 굉장했다. 다만, 내가 최애하는 2막의 '알프레도, 당신은 모를거에요...'는, 나는 이 장면에 이르면 항상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데 이 공연은 그렇지 못한 점은 무척이나 아쉽다.

 

 

이 방역오페라는 연출 자체는 평범하지만 2005년 잘츠부르크, 2006년 라 페니체 공연이 그러했듯 '라 트라비아타'와 실내 공연이 나아갈 실마리를 제공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거리두기 행정명령으로 비상이 걸렸을, 또는 기피대상이 됐음직한 '므젠스크의 맥베스 부인'이나 '돈 조반니' 같은 작품들도 이렇게 한계를 뛰어넘는 연출로 돌아오기를 기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